"부모는 아이들의 '평생 담임'"

[인터뷰] 대전지역사회교육협의회 윤혜숙 국장

등록 2004.07.12 09:34수정 2004.07.1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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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윤영

“결국 자식들은 남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모습을 보고 따라가는 것 같아요. 부모들이 자식들한테 좋은 모델이 된다면 행복한 가정,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전지역사회교육협의회 윤혜숙(49) 사무국장은 약간 쉰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날마다 이곳저곳 분주하게 강연을 다니느라 목소리가 성할 날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에 개의치 않고 가슴 속에 담아둔 뜨거운 열정을 끊임없이 분출시킨다.

그녀가 근무하고 있는 지역사회교육협의회는 일반인과 각 학교 학부모를 상대로 부모교육은 물론 청소년교육과 노인교육에도 전력을 하는 단체다. 이곳에서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학부모들에게 소신을 심어주기 위해 활동하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다.

수학교사였던 그녀는 일이 즐거웠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학교를 떠나야 했다. 학교를 떠난 후 지금 하는 일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99년. 그녀 역시 대전지역사회교육협의회에서 진행하는 ‘부모교육’에 대한 강의를 듣다가 강사가 됐고 단체를 이끌어 나가는 실무 책임자가 됐다.

그녀는 수학을 가르칠 때도 남달랐다. 원을 공부할 때면 학생들에게 “네 인생 반경은 몇 cm이냐. 항상 인생 반경을 챙겨야한다”라고 말하곤 했었다. 퇴직 후 ‘청소년 문제가 심각한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한 그녀는 청소년 문제 뒤에 숨어있는 부모 문제를 보게 됐다. 청소년 문제는 부모 문제로부터 기인한다는 것을 절감한 것이다.

본격적으로 부모교육에 뛰어들어 강의를 펼치는 그녀는 부모교육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소신 있는 엄마가 되자’. 이는 그녀의 인생 모토이기도 하다. 소신 있는 엄마는 교육을 통해서 오는 것이고, 아는 만큼 살아가기 때문에 폭넓은 지식을 통해 배워야 함을 강조한다.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는 고급인력들을 1년에 100명씩 인적자원으로 양성해 내기도 한다. 청소년 자원봉사지도자와 미술치료사를 양성하고 있으며 오는 9월부터 인성 교육지도자를 양성할 계획.

“한 번은 직업이 없는 것을 이유로 우울증을 앓는 학부모가 있었어요. 그 학부모에게 ‘당신은 자녀들의 평생 담임’이라고 말해줬어요. 아이들도 그 후로는 그녀를 담임선생님이라고 불렀고 그 학부모 역시 큰 만족을 가졌죠. 그럴 때마다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소신 있는 엄마’와 동시에 강조하는 것이 ‘쓰레기통이 되어 살자’는 것. 아이들이 큰 고통이나 고민이 있을 때 그것을 버릴 수 있는 넉넉한 쓰레기통 같은 삶, 그것이 부모의 삶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노인교육을 할 때는 “모델이 되라”고 얘기한다. 손자, 손녀, 자식들에게 모델이 될 수 있는 삶이 바로 그것. 청소년에게는 봉사하는 삶을, 부모들에게는 소신 있는 삶을, 노인들에게는 모델이 돼서 후회 없는 삶을 살자고 말하고 있다.

날마다 대전시내 각 학교를 돌며 강의를 하느라 바쁜 삶이지만 그녀는 틈틈이 봉사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소년원, 약물중독 아이들, 공부방 아이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해주기 때문이다. 윤 국장에게는 수양아들과 딸이 다섯 명 있기도 하다. 결손가정 아이들을 만나 상담해온 것이 어느덧 5년째다.

그녀의 삶의 모델은 역시 어머니다. 많이 배우진 못했어도 부처님 같은 삶을 살다간 어머니를 그녀는 가장 존경하고 있다. “남에게 베풀 때 음식은 항상 김이 모락모락 한 상태로, 옷은 깨끗이 다려서 주곤 했지요.”

윤 사무국장이 지금의 일을 하게 된 데에는 어린 시절의 영향 탓도 있다. 9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난 그녀는 위로 오빠만 여섯이었다. 할머니는 그녀를 굉장히 예뻐했고, 동네 사람들이 지나가는 말로 칭찬을 할 때마다 선물을 주곤 했다.

“칭찬을 많이 받고 자라서인지 내가 키가 작다거나 얼굴이 못생겼다거나 그런 고민을 안 하고 자랄 수 있었어요. 그게 바로 부모가 자식들에게 주는 자신감인 듯 합니다.”

외모에 대한 열등감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칭찬으로 인해 그녀는 단 한번도 키가 작다는 것에 열등감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감과 당당함을 기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예절은 가르치지 않는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아쉬움이 크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이 공공장소에 뛰어다니도록 놔두잖아요. 누군가가 뭐라고 하면 자녀 기를 살리기 위해 내 아이가 뛰고 싶어서 그러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쏘아붙이죠. 어렸을 때부터 습관을 잘 가르치는 것. 그것이 바로 부모 교육의 첫 번째입니다.”

그녀는 집에 있는 인재들을 밖으로 끌어내고 싶다. 그녀는 “열정만 있으면 과감하게 도전하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꼭 해야 될 일입니다. 보람도 매우 크죠.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후원자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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