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우리가 여당 2중대냐"... 비주류, 김덕룡과 충돌

예결위 상임위화 미로 속... 지도부 책임론 대두

등록 2004.07.12 13:25수정 2004.07.12 15:25
0
원고료로 응원
12일 오전 한나라당 중진 의원모임에서 김덕룡 원내대표의 사퇴를 주장했던 김용갑 의원과 이상배 의원과 김기춘, 정형근, 이방호, 박희태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2일 오전 한나라당 중진 의원모임에서 김덕룡 원내대표의 사퇴를 주장했던 김용갑 의원과 이상배 의원과 김기춘, 정형근, 이방호, 박희태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오는 15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예결특위의 상임위 전환문제에 총력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었다.

김덕룡 대표 권한대행은 12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3선 이상 중진의원들과 조찬을 함께 하며 예결위 상임위화 문제와 관련 당력을 모으는데 있어 중진들의 협조를 구했다. 김용갑, 홍준표, 정형근, 이경재, 김기춘 의원 등 20여명의 중진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지도부와의 간담회였으나 분위기는 무거웠다.

김덕룡 대표는 "예결위 상임위 전환문제 등 개원국회 현안과 관련 중진들의 고견을 듣기 위해 이 모임을 준비했다"고 모임의 취지를 설명하며 중진들을 향해 허리를 낮췄으나 돌아온 반응은 싸늘했다. "협상이 잘 안되니까 면피용으로 우리를 부른 것 아니냐"며 불쾌한 기색이었다.

김용갑 의원은 "이제까지 모든 의사결정을 극소수가 결정했으면서 협상이 잘 안되니까 우리더러 도와달라는 것은 이상하다"며 "앞으로 어려울 때마다 우리의 의견을 들을 것인지 오늘만 그러는 것인지 분명히 하라"고 지도부를 향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김덕룡 대표는 "중진이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제도적으로 막혀 있다"며 "하지만 고견을 듣고자 이런 비공식적인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비주류'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상배 의원 "나라가 난장판인데 예결위 문제가 가장 중요한가"

이어 협상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남경필 원내수석 부대표의 현황보고가 있었지만 김용갑 의원은 "그런 보고는 중요하지 않다"며 "애초 여당이 들어주지 않을 카드를 내밀고 국회공전에 대한 비난과 현안대응 미숙으로 당 정체성이 흔들렸다"고 지도부 책임론을 내세웠다.

저자세를 취했던 김덕룡 대표도 "지도부가 순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발끈했다. 김 대표는 "솔직히 중진의원들 중심으로 과연 (예결위 상임위화가) 되겠는가 회의가 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당측에서 우리 내부의 이런 사정을 지적할 때 입장이 난처했다"고 서운함을 표시했다.


김용갑 의원에 이어 이상배 의원이 가세했다. 이 의원은 "나라가 난장판으로 가고 있는데 예결위 상임위화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가"라며 행정수도이전 문제, 고비처 신설, 의문사진상위원회의 존폐 등의 현안에 있어 지도부가 취한 태도에 불만을 드러냈다.

수도이전에 관해 이 의원은 "기득권층과 지배세력을 갈라놓기 위한 쪽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하며 "예결위를 상임위화 하는 문제에 국민은 큰 관심이 없다"고 지도부 책임론에 말을 보탰다.


중진의원들과 김덕룡 대표간의 격론 수위를 높아지자 박희태 부의장은 중재에 나서며 비공개 회의를 제안, 기자들의 퇴장을 요구했지만 홍준표 의원은 이를 묵살했다.

칼(KAL)기 재조사는 "김정일 답방용"
훙준표 의원 "답방성사 위한 여당의 정략" 주장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12일 열린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등 여당 일각에서 제기한 '칼(KAL)기 858 진상재조사'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주단을 깔아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또한 "대법원 판결로 김정일이 주범이라는 게 확인되었다"며 "답방을 성사시키기 위한 여당의 정략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한나라당) 지도부를 보면 야당인지 (여당의) 이중대인지 구분이 안된다"며 수도이전, 고비처, 의문사위 문제 등 현안에 있어 지도부의 대응을 비판하던 와중에 나왔다.
홍 의원은 "비공개로 할만한 비밀스런 것도 없다"며 "지도부를 보면 야당인지 (여당의) 2중대인지 구분이 안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홍 의원은 "예결위 상임위화에 당의 명운을 건지 두 달이나 되었는데 이제 와서 어렵다고 우리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은 면피 절차밖에 되지 않는다"며 "본회의 통과가 실패할 경우 지도부는 책임지고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또한 홍 의원은 "당론이 관철되지 않으면 3, 4개월만에 물러난 전례가 있다"며 "필사즉생의 각오로 협상에 임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무한책임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도부를 압박했다.

김덕룡 대표는 "실질적인 협상은 10여일밖에 되지 않았다"며 "여러분에게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어 김 대표는 홍 의원이 사용한 '2중대' '면피' 등의 단어에 즉각 유감을 표시하며 "언어사용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중진의원들의 지적에 김덕룡 대표의 반박이 이어지자 김용갑 의원은 "대표가 이렇게 자기 반박만 하면 어떻게 하냐"며 쏘아붙였고 분위기는 더욱 격앙되었다. 이후 회의는 비공개가 선언되었고 기자들은 회의장으로 밖으로 빠져나갔지만 큰 소리는 잦아들지 않았다.

이후 예정된 상임운영위원회 회의는 김덕룡, 남경필 원내대표단이 불참한 가운데 김형오 사무총장 주재로 진행되었다.

지도부 사퇴... 궁지 몰린 김덕룡 대표, 무슨 수 던질까?

17대 국회 개원 이후 잠잠했던 비주류들의 목소리가 표면화되었고, 그것이 예결위 상임위화라는 현안과 관련해 불거진 터라 김덕룡 대표를 비롯한 원내대표단이 지게 될 정치적 부담은 훨씬 커졌다.

더욱이 예결위 상임위화와 관련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의 절충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임에 따라 15일 본회의에 여야 협상안이 상정되기는 어려워보인다. 여기에 더해 한나라당측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지도부 사퇴까지 제기된 상황이라 예결위 상임위화를 두고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비공개 회의에 대한 브리핑을 통해 "처음부터 실현하기 힘든 것에 대해 지도부가 밀어붙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결국 당론의 힘으로 당당하게 처리해 가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당내 이견을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남경필 수석은 "국가 재정위기를 막는 것은 한 행정수도 이전문제 보다 더 중요한 사안"이라며 "현재로선 한나라당의 안을 15일 본회의에 상정하는 안이 유력한 시나리오" 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13일 오전 의원총회를 통해 최종 당론을 결정하게 된다. 그 전까지 여야 협상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당론으로 강행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남 수석부대표는 "15일 처리가 불가능해 진다면 여야 관계는 파국으로 갈 수 있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한 남 수석은 한나라당이 제시한 안에 대해 여당이 반대당론이나 기권표를 던지는 경우를 배제하지 않으며 "그런 편법을 쓴다면 강력하게 응징하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도부 책임론과 관련해 남 수석은 "나는 결연한 입장"이라고 말하면서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책임의 형태를 거론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2. 2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3. 3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4. 4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5. 5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