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이른 봄 새싹을 내고는 여름이 되어서야 꽃을 피우는 하늘말나리, 대부분의 나리꽃 종류가 땅을 향하는데 그들은 하늘을 향합니다. 땅을 보고 있으면 고개 숙이고 있는 모습에서 겸손함을 보게 되고, 하늘을 향하면 하늘을 향하는 대로 이상을 품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이른 봄 중산간 도로변에 핀 꽃들을 바라보다가 하늘말나리의 새싹을 만났습니다. 흡사 얼레지의 이파리같았는데 제주에는 얼레지꽃이 자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얼레지라면 이미 꽃이 피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혹시나'하는 마음에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줄기가 올라오고 꽃몽우리가 맺히고도 꽃을 피우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이젠 꽃이 피었겠지'하며 그 자리에 가보면 그냥 그대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