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광주터미널 일부 매각 추진..."땅 장사" 반발

"과중한 시설유지, 운영적자 누적"...시민단체, 본격반대 운동

등록 2004.07.14 11:41수정 2004.08.0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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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인근 도로에서 바라본 신세계백화점과 주차장 모습.  금호산업은 백화점 부지와 주차장을 도시계획시설에서 제척해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인근 도로에서 바라본 신세계백화점과 주차장 모습. 금호산업은 백화점 부지와 주차장을 도시계획시설에서 제척해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금호산업(대표이사 이원태)이 광주광역시 광천동 광주종합버스터미널 부지를 축소·매각하기 위해 광주광역시에 도시계획시설 변경을 신청하자 시민단체들이 "땅 장사"라며 반대하고 나서 갈등을 빚고있다.

이번 금호산업이 매각시도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교통체제 변경, 광주신세계백화점의 할인마트 등 사업 확장으로 교통 체증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호산업의 터미널 부지 매각과 광주신세계백화점의 사업 확장 계획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반대여론이 더 높아지고 있다. 이는 누적 적자를 해소하려는 금호산업의 바람과 현재 제2주차장에 대형 할인매장-레져타운 등을 추진해온 신세계백화점의 이해가 맞닿아 있다고 볼수 있다.

금호측 "11년간 누적적자 2500억원...적자 완화해야"

금호산업은 지난달 30일 광천터미널 부지 3만464평 가운데 신세계백화점이 입점해 있는 터와 주차장 터 5737평을 도시계획시설에서 제외시켜 달라는 '도시계획시설 변경안' 신청서를 광주시에 제출했다. 시설 변경을 하고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금호산업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곳은, 신세계백화점 1층 터와 건물, 주차장 터다. 이 곳은 신세계백화점 입점 당시 '시민편의시설'로만 사용하겠다는 약속했던 곳이다.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부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법률상 해당관청인 광주시의 '도시계획심의위원회'의 의결이 있어야 한다. 시설 변경이 승인될 경우 이 곳은 신세계백화점이 매입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직접적 연관성은 없다할지라도 광주신세계는 이를 사업 확장의 계기로 삼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달 30일 금호산업은 2003년부터 실시한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시설변경계획(변경안)'이라는 용역 보고서를 광주시에 제출했다. 이 용역보고서를 통해 금호산업은 시설 변경-매각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금호산업은 "터미널 과잉규모를 축소해 차입금 상환자금을 마련, 상환함으로써 금용비용을 절감, 운영수지의 적자폭을 줄이고자 한다"며 "터미널 사업의 사양성, 열악성을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호산업은 ▲이용객 대비 과중한 터미널 시설규모 ▲시외버스 이용객 지속적 하락 ▲터미널 이용 환경개선 등을 터미널 축소와 매각 이유로 들고있다.


금호산업은 "현재 이용객 수요는 개장 당시 예상 절치 면적의 20%에 불과해 과중한 시설유지 부담이 적자 누적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자가용 보급, 철도 교통의 경쟁력 강화 등으로 이용객이 감소 추세에 있다"고 밝혔다.

하루 이용객 9만5000명을 기준으로 시설면적을 확보해 1992년 7월 터미널을 개장했지만 2003년 현재 하루 평균 이용객이 2만3015명에 그쳐 11년 동안 2467억원이 누적적자가 발생했다는 것. 금호산업은 이것을 매각의 가장 큰 이유로 댔다.

'매각반대모임' "부채 해결위한 1000억대 이권사업"...본격 반대운동

따라서 금호산업은 "터미널 시설 중 운수시설은 존치하되 터미널 운영과 직접적인 관계가 적은 판매시설 부분을 터미널 시설에서 제척해 적자를 완화하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입점해 있는 건물과 터, 백화점 주차장 터를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금호산업은 터미널과 백화점 진출입 도로 변경 등을 통해 주변 교통체계를 변경할 계획도 제출했다.

시세차익놓고 금호-반대모임 공방

금호산업과 반대모임 사이에 신세계백화점 등 부지 매각에 따른 시세차액을 두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반대모임측은 금호산업이 매각하려는 강제수용 부지의 평당 시세가 2000만원으로 추정해 그 시세차액이 평당 1553만원, 비수용토지의 경우 시세차액이 평당 1910만원으로 총 1008억원의 시세차액을 챙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호산업측은 반대모임이 평당 시세가를 2000만원으로 과도하게 추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호산업측은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부지의 평당 시세가가 1000만원정도에 머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매각에 따른 시세차액은 총 440억원에 머무른다는 주장이다.

금호측 김현철 부장은 "어떻게 시세가 평당 2천만원이 될 수 있느냐, 그 부지의 시세는 1천만원 정도밖에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신세계백화점 1층은 도시계획법상 도시계획시설로 터미널 시설로 지정돼 있으며 그 외 지하주차장과 2층 이상의 시설물은 비도시계획시설이다. 터미널 조성 당시 이모·백모·김모·강모씨, 현대건재, 광주시, 금호(주) 등이 소유한 땅을 수용했으며 이모씨 등이 소유한 4곳은 '강제수용'했다. 이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2003년 IR(기업설명회) 당시 이미 매각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으며 매각 추정액을 1200억원으로 밝혔다.

이 같은 금호산업의 터미널 시설 축소와 매각 움직임에 시민단체들은 "터미널 조성과정에서부터 특혜를 받았다"면서 "공공시설을 축소해 기업이 시세차익을 챙기게 할 수는 없다"며 반대 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광주경실련·참여자치21 등 1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광천터미널 축소·매각 반대 대책모임(이하 대책모임)'은 14일 금호산업측의 '도시계획시설 변경안'을 검토한 의견서를 통해 금호산업의 매각 시도가 "공공시설을 이용한 땅장사"라고 규정했다.

대책모임은 터미널 부지 중 금호산업 부지가 64%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공권력을 동원해 강제수용한 땅과 국공유지가 33.7%이며 특히 금호가 매각하려는 부지 중 2178평은 강제수용 부지"라면서 "대기업이 법의 한계를 악용해 토지소유주들의 재산권을 두 번 짓밟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반대모임은 "이 부지의 매각 추정액은 1000억원대로 그 시세차익은 2중의 특혜"라고 주장했다. 반대모임은 "시설규모가 이용객에 비해 과다하면 현재 편익시설인 신세계백화점 부지가 아니라 현 터미널 부지 중 일부를 축소하라"면서 "터미널 축소 매각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터미널 이용환경 변화를 근거로 삼아 땅장사를 통해 엄청난 이권을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이와 함께 반대모임은 금호산업의 터미널 축소와 매각이 용인될 경우, 향후 각종 공공사업 추진시 의도적인 규모 부풀리기가 재연될 것을 우려하며 광주시에 "신청서를 즉각 반려할 것"을 요구했다.

박광우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처음 신세계백화점이 입점할 당시 말썽이 많았다, 이것을 현재 상태에서 보면 안 된다"며 "금호가 터미널 조성과정과 신세계백화점 입점 당시 지역사회와 행정기관에 약속한 것이 있는데 이 약속과는 거리가 먼 일만 하고있다, 일방적으로 현재 상태만을 고려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호측 김현철 부장은 "금호산업이 먼저 살고나서 그 다음을 생각해 봐야한다"면서 "매각하려는 부지가 운수시설도 아니고 실제적으로 판매시설이고 누적적자로 인해 너무 어려워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추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부장은 "기업의 논리도 생각해 주어야 한다"면서 "차라리 터미널 시설 일부를 매각하라고 하는데 용도변경 해주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대모임은 광주시청과 금호산업측에 이 같은 반대의사를 밝히고 향후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운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반대운동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광주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된다.

신세계백화점 사업확장과 맞물려... 교통체증 우려
대형 할인매장 추진, 세번째 교통영향평가서 제출

금호산업의 터미널 축소와 매각 추진은 터미널 시설 안에 있는 광주신세계백화점의 사업 확장과도 맞물려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1995년 지하 3층, 지상 9층으로 매장면적 6800평의 금호산업 소유 판매건물을 장기(20년)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지하3층, 지상 2층에서 9층은 '비도시계획시설'이지만 1층은 '도시계획시설'로 백화점측이 시설물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

이로 인해 광주신세계는 지난해 1층에 명품 매장을 신설하면서 상당한 논란을 빚기도했으며, 이런 상황은 백화점측도 벗어나고 싶은 부분이다. 이와 함께 광주신세계는 신규사업 진출을 통해 1998년부터 백화점 주차장 맞은 편 땅(현재 신세계 제2주차장) 5008평을 매입해 왔다.

광주신세계는 이 부지에 대형 할인매장, 레져타운 등을 겸비한 복합시설을 건립해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동시에 백화점과 연계해 상승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 부지에 지상 5층, 지하 4층, 매장면적 3500평 규모의 시설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광주신세계는 신규 사업 확장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광주신세계는 2003년 3월과 9월 광주시 서구청에 교통영향평가서를 제출했지만 심의위원회가 기각해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광주신세계는 지난 6월 16일 교통영향평가서를 다시 제출했고 현재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광주신세계는 할인점이 들어설 2006년, 근처 교통환경 변화로 교통량이 현재보다 15%~20%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고속버스의 터미널 입출로 변경, 터미널과 백화점 부근 교통체계 전환등을 근거로 하고 있지만 교통체증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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