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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뒤였다. 은 장수가 대월씨국으로부터 군사를 인솔해온 직후 전원이 모두 디얄라 강 하류쪽으로 옮겨왔다. 티그리스 강과 만나는 지점이었다.
시파르와 좀더 가까운 곳에 야영지를 잡을 수도 있었으나 제후의 정탐에 의하면 이미 기마병들의 출현에 모든 도시들이 긴장을 하고 있다고 했고, 그래서 티그리스 강의 동쪽, 텔이 드문드문 솟은 벌판에 자리를 잡은 것이었다.
천막들이 쳐지자마자 참모들은 곧 작전회의로 들어갔다. 장수들과 제후는 이제 더 이상 날짜를 지체할 필요가 없다, 내일이라도 당장 치고 들어갈 준비를 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몰아가고 있었다.
"그래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소문이 떠돌수록 시파르 군주는 더욱 경비를 철통같이 할 것이니, 그 전에 쳐야만 기세를 쉽게 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참모들은 모두 에인을 바라보았다. 의견이 이러니 이제 장군께서는 결정만 내리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에인은 고개를 저었다.
"각자의 의견들 잘 들었소.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오. 우선 제후 말이 이미 소문은 떠돌았다고 했소. 그렇다면 벌써 나름대로 경비태세로 들어갔다고 봐야 할 것이오."
"설령 그렇다 해도 더 지체한다고 해서 유리할 일은 없지요."
"아니오, 이쪽 힘을 최대한 아끼자면 먼저 그 소문부터 불식시키는 것이 옳을 것이오."
"소문을 불식시키다니요? 그냥 치고 들어가도 얼마든지 함락시킬 수 있는데 왜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지요?"
제후가 반문했다. 그는 '군사들은 많으나 전부 오합지졸'이라는 정보를 환족용병들로부터 들었고 또 그것을 보고했음에도 에인이 새삼 소문에 연연하는 것이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에인이 대답했다.
"얼핏 듣기로는 이곳도 환족 형제국처럼 도시마다 연합이 되어 있다고 했소.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는 한꺼번에 여러 도시와 대적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오."
"그러나 연합할만한 도시라는 것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까?"
"보르시파나 라라크는 그렇게 멀지가 않습니다."
"그걸 몰랐군요."
강 장수가 얼른 수긍을 했다. 에인의 지적처럼 다른 도시국가가 모두 연합군을 출전시킨다면 자기의 3천 군사로는 대적하기 버거울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장군님, 소문을 불식시키기 위한 방책은 무엇입니까?"
"나는 아직 그 방법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했소. 그러니 그 방책은 여러분들이 찾아야 할 것이오."
모두 말없이 방법을 골몰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강 장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전번에 장군께서 말씀하신 것 같은데… 한 칠일 정도 군영 앞으로 말 몇 마리가 왔다 갔다 하면서…."
에인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강 장수는 그저 자신의 생각을 에인에게 주어 에인이 그것을 주도하도록 돕고 싶었던 것이었다. 에인이도 곧 알아차렸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그럼 다른 사람에게 좋은 복안이 없다면 우선 기병출타부터 시작합시다. 기병이 약 20명 정도면 상대가 겁을 먹을 숫자도, 그렇다고 만만히 볼만큼 적은 숫자도 아닐 것이오."
"좋은 생각이십니다. 매일 한차례씩 기병들이 그들 군영지 앞으로 그저 말을 몰아 달리기만 한다면, 다른 어떤 행동도 보이지 않고 그냥 지나오기만 한다면 약 닷새쯤 후엔 그곳 병사들도 의례 지나가는 것이려니 방심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소. 제후도 우리 용병들에게 미리 귀띔을 해놓는다면 그곳 군사들은 방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경꾼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오."
"하긴 그렇습니다. 키큰 말이나 기마병은 이곳에선 보기 드문 일이니 구경거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제후가 말했고 에인이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칠일째 되는 날, 밤이 아닌 낮에 치고 드는 것이오. 이때는 군사를 양분해서 병영과 군주의 집을 동시에 치면서 그들의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것이오. 그렇게 하면 도시는 쉽게 접수할 수 있을 것이오."
몇 달 전에 시파르의 군영지는 군주의 성과 좀 떨어진 곳으로 옮겼다고 했다. 연병장 확장을 위해서였다. 그 군영지와 군주의 성 사이에는 수공업 가게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군사들 출격만 미리 차단한다면 성도 쉽게 함락시킬 수 있다고 에인은 계산하고 있었다.
"그러면 먼저 소문을 퍼뜨려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제후가 말했다. 그는 요즘 사람이 달라졌다 싶을 만큼 진중했으나 한번 박힌 미운털은 좀체 뽑혀지지 않는지 장수들은 여태도 그를 별로 신뢰하지 않았다. 그래서 모두 그의 안건에 입을 닫고 있는데 에인만이 진지하게 물어주었다.
"소문이라면 어떻게 말입니까?"
"북방에서 내려온 군사들이 멀리 바다 가까이로 원정을 간다더라… 그렇게 미리 소문을 퍼트려 놓으면 우리 용병들이 처신하기도 한결 수월할 것 같은데요?"
"좋은 생각이오. 그럼 내일은 기병운반용 뗏목을 만들고 그 사이 제후는 시파르로 가서 먼저 소문을 퍼트리도록 하시오."
"그러지요."
그렇게 막 회합을 끝냈을 때 마침 저녁준비가 되었음을 알려왔다. 모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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