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5일 밤 본회의를 열어 1조8천283억원(일반회계 1조7천833억원, 에너지 및 자원사업특별회계 450억원) 규모의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을 가결했다. 추가경정예산안등이 통과되자 의원들이 보따리를 싸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이 같은 자성의 목소리는 교섭단체 의원들 사이에서도 터져 나왔다. 5분 자유발언에 나선 김성곤 열린우리당 의원은 '박수소리 없는' 국회를 지적했다. 김 의원은 "본회의장에 박수는 없고, '잘했어'라는 비난성 격려만 있다"며 이는 "편가르기 국회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통상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이 던지는 "잘했어"라는 표현은 동료의원이 상대당을 향해 속 시원한 '한방'을 날렸을 때 하는 일종의 추임새 기능을 한다.
발언을 마무리하며 김 의원은 김선일씨 피살사건과 관련해 16일 이라크로 떠나는 국회진상조사단 여야의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달라고 즉석에서 제안, 본회의장에서 오랜만에 박수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박재완 의원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박 의원은 "일하는 국회를 표방한지 한달이 지났고 초선의원이 188명이나 되는데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비웃음과 말꼬리잡기, 질의답변 도중 야유 보내기와 동료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질책하는 것 등을 지양할 수 있도록 양당대표가 합의해 달라"고 제안했다.
상생 국회를 위한 여야의 이 같은 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기싸움'은 계속되었다. 특히 예결특위와 관련 국회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된 것에 대한 양당의 책임공방은 거셌다.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합의를 깨고 예결특위의 상임위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구두 사이비 개혁주의자' '배신때리기 전문당'이라 표현했고, '박근혜 패러디' 사건과 관련해서는 "대통령과 말단의 실무자까지 모든 것을 적과 아로 구분하는 집단 정신오염상태에 있음을 드러냈다"고 공격했다.
이어진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의 5분 자유발언. 남 의원은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거명하며 예결특위 상임위화가 표결처리되지 못한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남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독자적인 예결특위 관련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한 것을 두고 "내부 반란표를 의식한 방해공작"이라며 "배반의 정치, 수의 정치, 힘의 정치"라고 주장했다.
▲강성종 열린우리당 의원이 15일 밤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가인권위원회위원(최영애)선출안 투표를 하고 있다. 강 의원은 선거법 위반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6월이 구형됐으나 보증금 1천만원을 납부하는 조건으로 구속 44일만인 지난 14일 석방됐다. (왼쪽) /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이 15일 밤 본회의장에 생활한복 차림으로 등원해 눈길을 끌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예결특위 상임위화 표결처리 무산...책임공방은 여전
열린우리당측은 "여야 합의로 결정된 추경안을 뒤집고 개의시간을 7시간 늦춰가며 전체 의원들의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었다"고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특히 이종걸 의원은 천정배 원내대표의 이름이 거명된 것과 관련 "도가 지나치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급히 신상발언을 신청, 반박에 나선 이 의원은 "추경안 처리에서 보여준 한나라당의 태도는 지방예산 챙기기, 나눠먹기식에 다름 아니었다"며 "이번 일에서 예결산의 심의를 내실화하는 것이 반드시 상임위화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발언 중간 한나라당측 좌석에선 비난이 이어졌고, 발언도중 끼어들기를 하지말자던 박재완 한나라당 의원의 제안은 채 반 시간도 지켜지지 않았다.
40일간 지속된 17대 첫 임시회, 그 마지막 본회의는 자정이 다 돼 끝이 났다. 법안처리는 1시간도 걸리지 않았지만 의원들의 이어지는 5분자유발언, 신상발언, 의사진행발언 등이 2시간 가량 계속되었다.
열린우리당 152석·한나라당 121석·민주노동당 10석·민주당 9석·자민련 4.석. 지난 총선에서 국민은 열린우리당에겐 자만하지 말라고 과반수 턱걸이의 표를, 탄핵역풍 속에서도 한나라당에겐 여당견제용 표를 주었다. 그 양대 산맥의 한 축엔 민주노동당을 비롯해 소수 3정당이 얻은 23.5% 득표율이라는 국민 지지가 엄존하고 있다.
국민이 보내는 그 황금분할의 의미를, 첫 개원국회를 마무리하는 즈음 299명의 의원들은 자문해 봐야 하지 않을까.
| |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 "비교섭단체 심정 알겠다" | | | 파병재검토 의원들, <결의안> 본회의 상정무산 울분 토해 | | | |
| | ▲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왼쪽부터) 15일 밤 국회에서 5분자유발언을 통해 이라크파병재검토결의안이 상정조차 되지 않은 것과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여당 의원이 다수당의 횡포를 지적하고 나섰다. 파병재검토결의안을 서명발의한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틀 동안이나 본회의장에서 자면서 농성을 했는데 메아리조차 없다"며 파병재검토 결의안이 이번 임기국회에서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못한 것에 대해 울분을 토했다.
15일 임시회 마지막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신청한 임 의원은 "의원 50명이면 교섭단체를 두 개 반이나 만들 수 있는 숫자"라며 "나는 비록 교섭단체 소속이지만 이번 법안에 있어서 만큼은 비교섭단체 의원들처럼 소수당 신세"라고 토로했다. 이어 "다수당의 횡포가 너무 심하다"고 덧붙였다.
파병재검토에 서명한 의원들만큼은 이날 '초당적인' 모습을 보였다.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은 미 상원 정보위원회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미국이 왜곡된 정보를 근거로 이라크를 침공하였다는 것은 이제 숨길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 의원은 "광화문에 모인 수천명의 시민들은 '잘못을 저지른 친구가 우리를 속이고 같이 나쁜 짓을 하자고 하는 것이 동맹입니까'라고 묻고 있다"며 "이제 국회가 여기에 대답할 차례"라고 동료의원들에게 호소했다. 고 의원의 이날 육성은 웅변조에 가까웠다.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은 "파병재검토 결의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국회의장이 이를 본회의에 직권상정할 것을 요구하며 본회의장에서 이틀밤을 새웠다"며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눈쌀을 찌푸렸습니까, 아니면 애써 모른체 하였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 동안 국회는 무엇을 하였냐고 되물었다.
"대통령의 발언을 가지고 시비하는데 하루를 보냈습니다. 야당대표의 패러디사진을 가지고 또 하루를 싸웠습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벌이는 이권다툼으로 국회는 한 달을 헛돌았고 교섭단체는 의사일정을 누더기로 만드는 전횡을 서슴치 않았습니다...상생의 정치, 파병재검토결의안을 통해 첫 싹을 틔울 수 있습니다." | | |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