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 위해 집 내놓은 공무원

봉사는 평범한 일상의 연속, 대전시청 황규회씨

등록 2004.07.16 09:38수정 2004.07.1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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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윤영

많은 사람들이 더 넓은 아파트를 사고, 더 좋은 차를 사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는 각박한 세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지체장애우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집까지 내놓은 공무원이 있어 화제가 되고있다.


대전시청 보건위생과에 근무하는 황규회(49)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황씨는 지난해 살고 있던 아파트를 정리했다. 32평에서 23평 아파트로 평수를 줄여 이사했고 그것도 전세로 집을 얻었다. 32평 아파트를 판 후 전셋집을 얻고 남은 6000여만원과 23년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모은 적금과 은행대출까지 받아 만든 1억원으로 단독주택을 마련했다. 그는 여기다 '사랑채'라는 간판을 걸고 장애우들의 보금자리를 만들어줬다.

“큰일도 아닌데 이렇게 세상에 알려지는 게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저 말고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선행을 베푸는 사람이 많이 있는데 말이죠.”

쉬운 일도 아닐 뿐더러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는 것이 분명한데도 그는 “요즘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겠어요”라며 시종일관 부끄러운 눈치였다. 지나가는 동료 공무원이 그 얘기만 꺼내도 그는 손사래를 친다.

그가 장애우들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 준 것은 지난 10월. 정신요양원에서 오랫동안 입원해 있다가 퇴원해 갈 곳 없는 그들을 위해 기꺼이 집을 내놓은 것이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처럼 그는 이 일을 ‘쉬쉬’했고 사회봉사단체 ‘좋은 이웃재단’을 통해 이제야 세상에 알려졌다.


정신지체장애우 7명이 모여 사는 ‘사랑채’. 그는 ‘좋은 이웃재단’과 함께 이곳에 사는 장애우들의 사회복귀훈련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아침, 저녁으로 들러 그들을 보살피고, 말벗이 되어주거나 밥을 먹고 약 먹는 것을 일일이 확인하는가 하면 그들의 세상나들이를 돕기도 한다. 퇴근 후 장애우들과 시간을 보내다 집에 들어가면 어느덧 10시가 훌쩍 넘어버리지만 그는 힘든 내색 한번 하지 않는다.

“처음 장애우들을 함께 모여 살게 할 때만 해도 걱정이 앞섰어요. 지금은 다들 혼자서 버스를 타고 다닐 정도로 좋아졌답니다. 일반인들은 편견 때문에 정신지체장애우들을 무섭다고 생각하기 일쑤지만 꾸준히 약물 치료를 받는다면 아무런 이상이 얻는 순수한 사람들이죠.”


매월 300만~400만원 정도 들어가는 ‘사랑채’ 생활비는 좋은이웃재단과 그의 주머니로 충당하지만 부족한 것이 사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의 지인들이 아낌없이 도와주고 있는 데다가 얼마 전에는 대전시청 직장협의회 직원들이 후원을 해주겠다고 나섰다.

복지에 대한 관심도 남다른 그는 지난 96년 대전대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그는 좋은이웃재단 외에도 대전밀알집, 한국복지재단, 한국장루협회 등의 사회봉사단체에서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바쁜 업무 중에도 시간 나는 틈틈이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그에겐 “봉사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 사람들은 흔히들 그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지만 그는 두 눈을 깜빡일 뿐이다. “특별한 계기란 것은 없고, 중학교 까까머리 시절부터 자연스레, 그리고 끊임없이 해왔다”면서. 그의 삶에서 봉사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 힘든 건 없어요. 지금 사는 집도 네 식구가 살기에는 충분한데요. 다만, 제가 하는 일을 묵묵히 믿고 따라와 주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는 자신의 가족 외에도 ‘사랑채’ 장애우들까지도 ‘우리 식구’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물질적으로 그리 넉넉지는 않아도 대가족을 거느리며,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넓고 크게 키워나가는 황규회씨. 그의 마음만은 어느 부자 못지않은 풍요로움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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