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앙>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가

[사설 분석] 의문사위원들 전력 트집잡기는 속 보이는 '자가당착'

등록 2004.07.16 10:08수정 2004.07.1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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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에 잡혀온 범죄자가 경찰관 보고 "당신 옛날에 거짓말 한 적이 있으니 자격이 없다.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심문에 응할 수 없다"고 한다면 어떨까.

경찰관은 물론 거짓말에 대한 죗값을 했고 타당한 절차를 거쳐 임용된 사람이다. 이렇게 말해 보자. 과거 운동권 전력이 있던 사람이 판사가 되어 수많은 판결을 내려왔다. 이력 때문에 이 판결들을 믿을 수 없다고 한다면 어떨까. 그런 전력을 지닌 판사들부터 다시 검증해야 할까.

질문과 판결 내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따지기보다는 그 질문과 판결을 내리는 사람의 이력을 끄집어내는 경우를 '트집'이라고 하는 이유는 본질에 대한 접근을 흐리게 하기 때문이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대한 색깔론의 제기는 이러한 측면이 강하다. 조사관들이 과거에 이러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그간 행동이 모두 잘못되었다는 식으로 몰아간다. 이것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편견 이미지의 오류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특정하게 치우친 이미지를 통해 그 사람의 행동을 판단해 모두 잘못된 것으로 연결시키는 현상이다.

예를 들면 그 사람이 방화범이라고 생각하면 그 사람의 행동과 사고를 모두 방화와 연관된 것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일종의 병리적 투사(projection 投射)로 이것이 심하면 정신분열증에 이른다. 편견을 가지고 병리적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이미 중립적인 시각을 잃었다. 하지만 자신들은 중립적이라면서 상대방만을 공격한다.

이렇게 될 때 정작 문제는 이러한 지적을 받은 사람이다. 사람들은 이들이 어떤 행동을 해도 편견을 갖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특히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매체가 이런 병리적 투사를 할 경우에는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중앙일보 7월 16일자 사설
중앙일보 7월 16일자 사설
<중앙일보>는 16일자 사설 '간첩 전력 조사관이 국방부를 조사하니'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자가 의문사위의 조사관으로 근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하면서 의문사위의 조사관 자격 요건으로 전문성, 객관적 중립성을 든다. 전문성이 없다고 이미 재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시적이지만 대한민국을 부정했던 조사관들은 이 부분에 있어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이들이 아무리 공정하게 의문사를 조사했다 하더라도 객관성과 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고 신뢰성도 떨어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즉, 과거의 일시 전력이라도 전력이 있기 때문에 이미 객관성과 엄정성을 잃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객관성과 엄정성은 그들의 행동과 행태 속에서 판단해야지 과거의 이력, 더구나 이미 사면 복권된 내용을 가지고 모든 것을 원인 귀결시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과거의 전력을 부풀리고 역으로 검증하는 것은 편견을 더 조장한다.


조선일보 7월 16일자 사설
조선일보 7월 16일자 사설
<조선일보>도 16일자 사설 '간첩 출신이 '민주화 의문사' 조사해왔나'에서 "의문사위가 다루는 문제들은 사회적 논란의 가능성이 많은 것들이고 그만큼 위원이나 조사관들은 균형감을 갖추어야 한다. 순수하게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들도 많은데 의문사위가 굳이 간첩 출신이나 반국가단체에서 활동한 사람을 채용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균형감이 이미 없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민주화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하필이면 반국가 단체에서 활동한 사람을 채용했느냐고 한다. 그럼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들은 된다는 말이다.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들은 균형감을 가졌다고 인정하는 셈이다. 이건 문제가 있다. 순수한 민주화 운동이 무엇인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이런 태도를 보인 것은 세 조사관의 전력을 부풀리려다 벌어진 자가당착이다.

또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더욱 이상한 것은 이런 사실이 밝혀지자 모두 사면·복권돼서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는 의문사위의 태도다. 법률적 하자가 없다고 해서 누구나 아무 자리에나 앉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 지적은 <조선일보>가 평소에 그렇게 강조하는 법치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법률적 하자가 없다는 사실이 별거 아니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탄핵정국에서 뭐라고 했는가? 법률적 하자가 없기 때문에 탄핵안 통과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마무리하자면 이렇다. 색깔론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몇몇 조사관의 복권된 이력을 들어 의문사위 전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하는 것은 의문사위 활동을 크게 위축시킨다. 이러한 잣대는 본질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의문사위의 활동 전체, 혹은 세세한 부분이 의문사위의 취지에 맞는 것인지가 본질이기 때문이다. 또 의문사위 조사관의 능력과 자질이 어떤지는 각 사안에서 이러한 의문사위의 취지를 잘 실행하고 있는지에서 따져야 한다. 과거의 복권된 이력으로 부정적 결과로 연결시키는 것은 터무니 없다.

'1등 신문'을 자임하는 <중앙일보>와 <조선일보>가 조사관 37명중 3명의 과거 복권된 이력을 부풀려 위원회의 활동과 각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것은 성숙한 언론으로서는 해서는 안되는 유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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