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파업사태 돌파구 안갯속

노동조합 37일째 파업 농성...병원측 손배가압류로 '배수진'

등록 2004.07.16 18:59수정 2004.07.1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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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의 파업사태가 점점 파국으로 치닫으면서 사회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의료의 공공성 강화와 온전한 주5일제 실시를 내걸고 지난달 10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던 서울대병원노조는 16일 현재 37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병원측은 노조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 고소 및 손배가압류로 맞서고 있다.

"공공의료 확대 위해 다인용 병실 법정 수준으로 늘려라"

a 서울대병원노조는 병실료 인하와 단기병상제 폐지 등 의료의 공공성을 요구하며 37일째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서울대병원노조는 병실료 인하와 단기병상제 폐지 등 의료의 공공성을 요구하며 37일째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 서울대병원노조

노조의 파업에는 800여명의 조합원들이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다인병실 확대 △비정규직 정규직화 △주5일제 실시에 따른 인력 충원 △병실료 인하 △단기병상제 및 선택진료제 폐지 △병실 티브이 무료 시청 △전자의무기록(EMR)화 사업 중단 등을 요구하며 병원 2층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특히 김애란 노조지부장 등 일부 조합원들은 병원측에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2주째 릴레이 단식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측은 파업을 풀 것을 요구하며 지난달 산별교섭에서 잠정 합의된 산별협약에는 절대로 손댈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해결의 실마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더욱이 병원측이 지난 14일 노조 간부 15명에 대해 업무방해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함으로써 노사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병원측에선 또 노조를 상대로 1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및 채권가압류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해 사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최선임 서울대병원노조 지도위원은 "병원장의 진심이 뭔지는 모르지만 고소고발 및 손배가압류 등 노조에 가해지고 있는 부당한 탄압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하고 "우리의 요구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이것이 관철되지 않으면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파격적인 재정 지원 없는 공공의료 주장은 허울"


병원측은 노조가 주장하고 있는 의료의 공공성에 대해 개별 병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노사 협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진제의 일종인 선택진료제 또한 대부분의 병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한 채 유독 서울대병원에서만 없애자는 주장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서울대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노조에서 주장하는 의료의 공공성이 시민들을 위해 의료서비스를 싼값에 제공하자는 것이라면 정부의 파격적인 재정 지원이 전제돼야 명분을 가질 수 있다"면서 "한해 예산 4000억원 가운데 겨우 5%의 정부 지원으로는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TV 무료 시청이나 다인병실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맞는 얘기다.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면서 "하지만 서울대병원의 1~2인실은 평수나 시설면에서 다른 병원의 그것과 비교될 수 없을 만큼 월등히 양호하다. 서울대병원은 어차피 흑자를 내든 적자를 내든 욕먹기는 마찬가지다. 이익을 남기겠다는 생각은 안한다"고 말했다.

a '공공병원으로서 서울대병원 제자리 찾기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16일 오전 서울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기파업사태의 빠른 해결을 병원측에 촉구했다

'공공병원으로서 서울대병원 제자리 찾기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16일 오전 서울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기파업사태의 빠른 해결을 병원측에 촉구했다 ⓒ 최은택

서울대병원의 장기파업사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마침내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서 서울대병원 파업사태의 빠른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민사회단체, 서울대 병원장에 성실교섭 촉구

2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공병원으로서 서울대병원 제자리 찾기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대병원의 파업이 유래 없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파업사태가 하루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병원은 노동조합과의 성실교섭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공대위는 "파업이 37일째 장기화되고 있는데도 병원은 해결을 위한 성실교섭은 제쳐둔 채 노조에 대해 대기발령과 손배가압류, 고소고발 등 해고 위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특히 많은 노동자들을 그동안 죽음으로 몰고 간 손배가압류를 신청한데 대해 심각히 우려한다"며 노조에 대한 손배가압류 철회를 촉구했다.

한편 이날 서울대병원 파업농성장에서는 공대위와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주최로 '노조탄압 성상철 서울대병원장 규탄과 장기파업 해결, 의료공공성 확보를 위한 투쟁결의대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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