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관
다음날 16일은 날이 말끔히 개어, 여름의 향기가 그윽하였고, 원경고등학교 실습논에는 잠자리가 이리저리 날아다녔습니다. 정연수 교장 선생님께서 "잠자리가 우리 논에 많이 날아다니는 걸 보니, 벌레가 많은가 보네. 약을 안 쳐서 그래, 약을"이라고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기숙사 방 청소를 하며 방학 준비를 하였습니다. 청소를 마치고 땀을 씻으며 방학식을 하러 강당에 올라온 아이들이 부쩍 커버린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 3월 2일 개학과 3월 3일 입학 이후, 원경고등학교 교직원들과 학생들이 참으로 많은 교육활동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현장학습, 산악등반, 소록도 봉사활동, 문화체험여행, 효도의 날 행사, 체육대회, 농촌일손돕기, 모내기, 향토순례, 백일 기도, 학생회 임원 선거, 합창제 등의 체험 행사와 6차례의 문화예술공연, 4회의 마음공부훈련, 2차례의 학부모 학교, 그리고 관악부 결성과 특성화교과 수업, 기숙사 생활을 통해 알게 모르게 모두 성숙한 것입니다.
그래서 원경고등학교의 방학식은 그러한 교육활동을 수행해낸 모두의 자부심입니다. 자부심을 안고 이제 방학을 합니다. 겨울의 추위가 있음으로 해서 봄에 꽃을 피울 수 있는 힘이 갈무리되고, 여름의 더위가 있음으로 해서 가을의 열매가 알차고 향기로울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그러므로 방학은 진리의 선물임을 함께 나눕니다.
개학하는 날, 하얀 이를 드러내며 모두 싱그럽게 웃으며 만나기를 기원하면서 원경고등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을 떠나보냈습니다. 아이들은 산더미같은 택배 보따리들을 쌓아놓은 채 왁자지껄 학교를 떠났습니다. 화단의 도라지꽃들도 아이들을 배웅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