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졸 시장의 ‘당당한 행보’

오근섭 양산시장 취임 한 달...각종 민생현안 챙기기 분주

등록 2004.07.19 19:10수정 2004.07.19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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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오근섭 양산시장

오근섭 양산시장 ⓒ 전영준

‘신문배달’ ‘아이스케키’ 장수에서 시장, 입지전적 인생역정

6·5 보궐선거를 통해 양산시 제4대 민선시장에 당선된 오근섭 양산시장의 행보에 양산시민들은 물론, 인근 지자체 관계자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오 시장은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다. 세상이 좀 달려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학력이 한 인간의 능력과 자질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는 세상에 초졸 학력으로 인구 20만이 넘는 지자체의 수장이 됐으니 어찌 놀라운 일이 아니었으랴.

선거 기간 내내 사람 됨됨이보다는 그의 학력이 화젯거리였다가 막상 그가 시장에 당선되자 지역정가와 시민사회 모두 화들짝 놀랐다.

세인들이 보기에는 그의 소속 정당인 한나라당 공천을 따내는 것조차 미심쩍은 일이었다. 사실 한나라당 재보선공천심사위(위원장 맹형규)는 당초 초등학교 출신의 오 후보를 면접심사에서부터 배제키로 결정했다.

“시장의 경우 행정전문가가 필요한 만큼(초등학교 졸업자는)후보군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심시위원들의 의견이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일부에서 오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단연 두각을 드러낸 만큼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 일단 면접기회라도 주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렇게 하여 어렵사리 면접심사에 참여하게 된 그는 심사위원들로 하여금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을 오히려 장점으로 받아들이게 만들고 마침내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그를 한나라당의 양산시장 후보로 단수 추천하도록 상황을 반전시켰다.

오근섭 시장의 인생역정은 입지전적인 한편의 드라마다. 1947년 양산 북부동에서 태어난 그는 7살 때 조실부모해 연로하고 가난한 조부모의 손에 맡겨지면서 고아 아닌 고아의 신세로 배고픔과 서러움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그런 사정 속에서 학교마저 제대로 다닐 수 없어 어렵사리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는 곧바로 참혹한 세파에 내동댕이쳐진다.

그런 그의 소년시절 경력은 참으로 화려(?)하다. 신문배달, 아이스케키 장수, 구두닦이, 경찰서 사환… 그러나 누구 말마따나 그에게 시련은 있었을지언정 좌절은 없었다. 이후 어묵장사와 계란장사, 그릇장사 등 안 해본 장사가 없을 만큼 고생하다 70년대에 쌀장사를 시작하면서 강원, 제주도를 넘나드는 전국적인 양곡 거상으로 성장했다.

이녁의 손에 꽤 큰 돈을 거머쥠으로써 마침내 내로라하는 지역의 실업가가 된 그는 어렸을 때부터 가슴속에 품어왔던 배움에 대한 응어리를 풀기위해 대학설립에 가졌던 돈을 다 털어낸다. 그렇게 세운 학교가 지금의 양산대학인 양산전문대. 그 때가 그의 나이 43세 때로 그는 이 대학의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늘 역경과 시련에 맞서 실패와 성공을 거듭해 왔던 그에게 지난 시장 보궐선거는 또 하나의 야심에 찬 도전이었다. 1995년 양산군의회 선거에 출마해 당선, 초대 양산군의회 의장을 역임한 바 있지만 92년 14대 총선을 비롯해 두 차례 시장선거에서 차점으로 석패를 했던 그였기에 지난 보선은 오 시장이 참으로 공력과 정성을 들인 선거였다.

이렇듯 독특한 이력으로 남다른 화제를 뿌렸던 그가 6월 7일 양산시장에 취임하자마자 세인들은 이 새 민선시장의 행보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런 가운데 취임 한 달이 지나고 또 열흘이 더 지난 지금, 새 시장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일단 우호적이다. 선거 때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조차 이제는 비교적 부드러운 눈길로 새 시장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고 한다.


6월 7일 취임식을 끝내자마자 곧바로 지역 언론인들과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자신의 시정지표로 밝힌 ‘맑고 밝은 훈훈한 큰 양산’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딘 오 시장은 내부적으로 시정 주요업무 보고를 받고 업무 추진을 독려하는 한편 민생현장을 직접 찾아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민원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등 취임사를 통해 밝힌 ‘발로 뛰는 시장’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오 시장은 취임 초부터 남들이 얼른 따라잡기 어려운 독특한 언동으로 주변을 놀라게 했다.

“물금지구대 강서치안센터 앞에 모이라”

6월 14일 아침 오 시장은 “모든 간부공무원은 퇴근시간에 맞춰 6시 10분까지 물금지구대 강서치안센터(강서파출소) 앞에 모이라”는 짤막한 지시와 함께 7일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공식 간부회의를 마쳤다. 보여 줄 것이 있다는 짤막한 한 마디 뿐, 다른 배경설명이 없는 것에 간부 공무원들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오후 6시 10분 물금지구대 강서치안센터 앞 일제히 모인 30여명의 간부공무원들에게 오 시장은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도로를 가리키며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라고 말했다. 이곳은 다름 아닌 어곡 공단 진입로. 출퇴근 시간은 물론 낮 시간대에도 극심한 교통체증을 보이는 곳.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공단진입로의 극심한 교통정체는 기업들의 물류비 증가로 이어져 결국 탈 양산의 원인이 되는 등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추진 중인 양산IC 이전 사업이 완료되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시가 이와 연계한 연결도로망 확충에도 적극 나서라”고 일갈했다.

‘경남 사랑은 양산이 먼저’

취임과 동시에 읍면동을 순시, 지역현안을 파악한 오 시장은 곧바로 경남도를 찾았다. 15일 신임 김태호 지사를 만나고 도의회, 도 경찰청, 창원지검 등 도 단위 기관을 잇달아 방문한 자리에서 오 시장은 ‘양산은 엄연한 경남의 일원’이라며 양산의 경남소속감을 높이기 위해 자신이 앞장서 경남사랑운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양산시 공무원들에게는 도 공무원들과의 유대강화를 위해 주 1회 이상 전화 및 방문할 것을 특별지시하기도 했다. 이는 지역발전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경남도의 관심과 투자가 더욱 확대되어야만 한다는 오 시장의 상황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부산과 인접해 있는 양산의 지역 특성상 시민정서가 다분히 친부산적이지만, 이런 시민정서를 친경남형으로 바로 잡음으로써 경남의 일원으로서의 양산 입지를 명확히 하겠다는 것.

간부 공무원은 ‘큰 머슴’

21일 간부회의에서 오 시장은 “각종 민원의 해소를 위해서는 모든 공무원들이 시민의 머슴이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특히 큰 머슴이라 할 수 있는 간부 공무원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큰 머슴론'을 제기하며 시민의 뜻을 제대로 읽고 파악하는데 간부공무원들이 직접 챙길 것을 당부했다.

이날 오 시장은 “민원의 경우 집단민원이거나 민원이 구체화되는 경우에 담당자가 나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간부공무원이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현지 확인이나 현장방문을 통해 민원을 사전 예방하고, 불가 사항에 대해서는 대안도 찾아 민원인에게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허남식 부산시장과 맞대면
양산ㆍ부산간 현안해결 적극 모색


오 시장은 6월 30일 박수택 총무국장 등 간부 공무원들과 함께 부산시청을 방문 허남식 부산시장과 부산광역도시권 관련 현안사업에 대해 협의했다. 오 시장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날 협의에서 오 시장은 △양산~부산 노포동간 1077호 지방도 부산구간 확·포장 △양산시내버스 구포역 연장 운행 △부산시내버스 시계 외 요금 폐지 등 현안에 대해 부산시가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보여 줄 것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허남식 부신시장으로부터 양 지역의 현안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내는 한편 두 단체장간의 협의내용을 토대로 부산시와 구체적인 업무협의에 들어가기로 하고 이를 위해 두 지역 공무원간의 정례모임을 월 1회 갖기로 하는데 합의했다.

“소외받는 이웃이 없어야 잘사는 도시”
생계곤란자 지원책·장애인 일자리 마련 지시


생계유지가 곤란한 저소득 계층과 장애인들에 대한 시책에도 오 시장의 관심은 남달랐다. 오 시장은 7월 5일 간부회의를 통해 하루하루의 생활이 곤란한 사람들의 생계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지역 내 3천6백여 명의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제도적 지원에만 맡겨두지 말고 시 차원에서 실질적인 생계의 도움과 지원방안을 정책적으로 마련하라는 것.

또 생활이 어려우면서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혜대상이 안돼 지원을 못 받는 이웃들에 대한 대책마련도 지시했다. 오 시장은 또 이들의 생활보호를 사회복지사에게만 맡겨두지 말고 과장과 계장이 직접 챙기도록 하고, 필요시 시장이 직접 살펴볼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기업이 잘돼야 양산 경제가 산다”
상공인들과의 간담회서 지원계획 밝혀


“지역의 기업이 잘돼야 지역경제가 살아난다”
이는 7월 5일 양산상공회의소(회장 구자신) 임직원 등 지역상공인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오 시장이 한 말이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기업의 각종 애로해소와 실질적인 지원을 위해 전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오 시장은 상공회의소 구 회장이 건의한 양산의 부족한 산업용지 확충 요청에 대해 웅상읍 용당리 일원에 조성 계획 중인 11만5천평 규모의 산업단지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한국토지공사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또 오는 12월경 산업단지 지구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며, 지역 상공인들의 추가 건의가 있을시 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오 시장은 또 교통정체가 심한 고려제강(주)~유산파출소간 가변차선제 운영을 위한 조기공사 요청에 대해 가로수 및 지장 전주 이설협의 등으로 공사가 다소 지연되었다며 장마가 끝나는 대로 공사를 본격화하고 일요일과 야간작업까지 해서라도 조기 마무리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양산IC 이전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행정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는 시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체 후견인제'에 대한 설명도 이뤄져 참석한 상공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기업체 후견인제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기업체의 각종 민원의 어려운 부분을 공무원이 직접 나서 해결해 주기 위해 마련된 새로운 제도. 양산시는 이를 위해 지역 내 1천2백여 업체별 담당공무원을 지정 업체와 담당공무원간을 전화상으로 직접 연결하는 핫라인을 개설하기로 했다. 또 애로사항에 대한 공무원의 후속조치에 대한 결과 등을 수시로 확인해 기업체 후견인제가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되도록 관리해 나가겠다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다.

이를 두고 오 시장은 "기업체 후견인제가 일시적이고 형식적인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 될 경우 오히려 업체의 부담을 유발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행정이 예전과는 다르게 운영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기업들이 가질 수 있도록 행정의 변화된 모습과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취임 한 달을 보낸 오 시장의 시정 첫 출발은 이렇듯 독특하지만 한편 ‘당당’하고 ‘삼빡’했다. 게 중에는 유산과 어곡공단의 교통소통 대책처럼 이미 구체적인 추진과정에 들어간 것도 있어 오 시장이 지난 선거기간 동안 줄곧 다짐해온 ‘CEO 시장’ ‘세일즈 시장’으로서의 활약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지면 양산이 크게 바뀌고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시민들이 많다.

다만, 이런 움직임이 취임 초기의 ‘반짝 행보’로 그치고 말까 걱정하는 시민들도 적잖다. 이는 오 시장이 임기 내내 변함없는 마음으로 초심을 이어감으로써 이런 시민들의 걱정을 한낱 기우로 만들어야 할 터이다.

아무튼 그동안의 민선 시장들이 모두 뇌물수수 등으로 물러나는 것을 보아오면서 시장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 컸던데 반해, 신임 시장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와 신뢰가 각별하다. 그런 만큼 오 시장의 어깨도 여간 무겁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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