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 파병. 울화 풀 곳 없는 사람은 모두 모여라. 목요일 열린우리당 앞에서 노래방 오픈!"
이라크 추가파병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이 오는 목요일(22일) 정오부터 열린우리당 영등포 당사 앞에서 노래방을 연다. 이름하여 파병반대 '널린 노래방'.
한 통기타가수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행사에는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으로 인해 '열 받은' 사람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라크 평화네트워크 등 행사 주최 측은 "구호나 연설은 일단 사절"이라며 "전쟁과 학살에 반대하는 다채로운 몸짓과 노래가 펼쳐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촛불집회 능동적 참여 한계...'열 받은' 네티즌 다 모여라"
주최측은 이번 행사를 "파병이 철회되거나 가수가 동나는 날까지 하루 24시간 계속"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일 오전 현재 참여의사를 밝힌 사람은 24명. 한 사람당 1시간씩의 공연을 '소화'해야 하는 강행군이 예상된다.
주최측은 한 포털사이트에 '파병반대 널린노래방'(cafe.daum.net/endlesssong)이라는 카페를 개설하고 참가 신청을 받고 있다. 참가신청자 중에는 네티즌 '조약돌'의 경우처럼 현재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부터 자칭 소문난 음치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카페 시샵으로 행사를 준비중에 있는 최아무개(아이디 '박쏭'·47)씨는 20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촛불집회가 다 담아내지 못한 네티즌들의 '울분'과 '염원'을 널린노래방 행사를 통해 담아내고 싶었다"며 "네티즌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참여의 장을 만들어 내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최씨는 "파병 문제와 관련 열린우리당에 대해 느꼈던 실망감이 이번 행사를 추진하는 또 하나의 계기"라며 "열린우리당 지지자라도 파병결정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유롭게 참가해 가슴속에 담고 있었던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은 최씨와 가진 일문일답 전문이다.
- '널린노래방' 행사를 추진하게 된 계기는.
"처음 제안한 것은 한 통기타 가수였다. 이런 행사가 가능하겠냐는 회의적인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한번 해보자는 방향으로 동의했다. 노래를 부르는 일은 즐거운 일이고, 그 즐거움이 총칼보다 더 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라크 파병결정으로 울화가 쌓인 사람이 많다. 그런 것을 노래로 풀어내면 좋지 않겠나."
- 막상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온라인 활동은 활발하지만 막상 발은 잘 움직이지 않은 네티즌의 특성이 행사추진에 가장 어려운 점이다. 신청자가 너무 적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많이 했다. 이번 주 목요일 행사를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홍보를 하려고 하는데, 50명만 참여해도 충분히 행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밤새도록 부른다...50명만 모여도 30분씩 행사 진행 가능"
- 촛불집회 행사도 있는데 굳이 다른 행사를 마련한 이유는.
"촛불집회도 참여해봤지만, 촛불집회가 파병반대를 원하는 사람들의 열기와 열망을 다 담아내지는 못했던 것 같다. 혹자는 '노무현 정권 퇴진'과 같은 강한 모토가 필요하다고도 하는데 나는 약간 생각이 다르다. 문제는 모토의 '강약'이 아니라 사람들의 열정을 담아내는 것이다.
고 김선일씨의 죽음은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충격이고 어떤 '울림'과 같은 것이었다. 그의 죽음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한 생명에 대한 성찰을 요구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과 의미를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참여를 통해 더 강한 사회적 목소리로 담아내지 못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구호와 연설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몸짓과 말짓도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 열린우리당 당사 앞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이유는.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서 열린우리당이 보여준 태도에 대한 실망감이 매우 크다. 물론 우리들 중에 열린우리당 지지자도 있고 비판자도 있지만, 파병은 정권을 아끼는 입장에서도 매우 참담한 결정이었다. 전쟁과 학살에 반대한다는 최소한의 정당성도 앗아가는 행위였다. 탄핵위기에 처한 대통령을 국민이 촛불로 살려놨더니 그 직후 나온 이야기가 이런 식의 '실용주의'였다. 기대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 행사진행은 어떻게 되나. 행사 허가는 받았나.
"노래뿐만 아니라 각자 좋아하는 장르로 다양하게 진행할 것이다. 시를 낭송하겠다는 사람도 있고 기도를 드리겠다는 사람도 있다. 경찰 측에 집회 신고는 하지 않았는데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경찰이 행사를 저지한다고 해도 그만 둘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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