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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강이 뒤집어진다는 열매, 복분자
복분자(覆盆子)가 '오줌을 누면 항아리(盆)가 뒤집어지는(覆)' 열매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며칠 전의 일이었다. 신문이나 광고 전단에서 복문자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아도 고상한 약초 이름 정도로만 생각했다. 또 복분자가 산딸기의 일종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아니, 복분자가 산딸기의 일종인 것은 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흔한 산딸기가 그렇게 몸에 좋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 될 것 같다.
초등학교시절 산에는 산딸기가 많이 있었다. 물론 집 근처에도 있었으나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열리는 산딸기는 모양도 곱지 않았고, 맛도 없었다. 좋은 산딸기를 따려면 깊은 산으로 가야했다.
초등학교 4학년때 즈음의 여름방학. 저녁을 먹은 후 동네 또래 친구들과 원두막에 모여 놀다가 다음날 가재도 잡고, 산딸기를 따러 산에 가기로 약속했다.
엄한 집안 분위기상 그런 모임에 자주 빠졌던 나는, 항상 우등상만 타는 한 학년 위의 친구와 같이 간다는 조건으로 부모님의 허락을 받았다.
우리는 큰 병이나 주전자를 하나씩 들고 아침 일찍 출발했다. 산딸기를 따서 먹기도 하고, 병에 담기도 하며 높은 산으로 올라갔다. 산딸기는 똑바로 선 나무딸기와 줄딸기가 있는데, 우리는 잘 익으면 검붉게 변하는 나무딸기를 복분자라고 불렀다.
그런데, 자료를 살펴보니 줄딸기를 복분자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구분하기 어려워 전부를 복분자라고 부른다는 사람도 있었다. 잘 익은 산딸기를 따서 주전자에 담아 놓으면 주전자 꼭지로 달콤한 즙이 나오는데 그걸 빨아 먹는 것도 별미였다.
가재를 낚시로 잡는 법
산딸기를 따서 주전자나 병에 가득 채우고 우리는 가재를 잡으며 놀았다. 가재는 계곡의 바위를 조심스럽게 들추면 찾을 수 있었는데, 큰 것은 구멍을 파고 들어가 있기 때문에 낚시를 하듯 잡아야 한다.
개구리 허벅지 살을 꼬챙이 끝에다 묶고 가재가 살고 있는 구멍에 넣었다, 뺏다를 반복하면서 가재를 밖으로 유인한 후, 가재가 개구리 살을 꽉 물었을 때 잡는 것이 가재낚시이다.
이렇게 잡은 가재는 불에 구워 먹었다. 디스토마 예방 차원에서 가재의 꼬리 끝부분을 떼어내 내장을 버리고 먹었다. 그게 근거가 있는지는 잘 몰랐지만, 어른들이 그렇게 하기에 따라했을 뿐이다. 그러나 기생충 검사에서 디스토마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던 것은 아마 그 방법이 좋았다기보다 물이 맑았기 때문일 것이다.
복분자 즙에 취한 경험
이렇게 물장구를 치며 놀던 나는 주전자의 꼭지를 통해 달콤한 딸기즙을 마시곤 했는데 늦은 시간이 되자 그 맛이 새콤하게 변해 있었다. 이렇게 변한 딸기즙을 몇 번 마시자 술을 먹은 것처럼 얼굴이 붉게 변하고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나는 간신히 비틀거리며 산을 내려오자마자 주전자를 팽개치고 방에 들어가 자는 척하며 누워 있었다.
산에 다녀와서 병이라도 낫는가 싶어 내 이마를 짚어보던 어머니가 표정이 묘하게 변하는 것을 모른척하며 돌아눕는 것과 동시에 "이게 무슨 냄새야. 너 술 먹었지?" 하는 말이 귓등에 떨어졌다.
"술을 어디서 먹어요? 딸기를 먹었더니…."
어머이는 다그치면서도 내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더니 "너 아버지 알면 혼나니 방에 가만있어" 하면서 나가셨다. 그 날 나는 가족들이 함께 저녁 먹는 자리에 끼지도 못하고 어머니가 챙겨준 삶은 감자 몇 개로 저녁을 대신해야 했다. 그 소문이 전해져 고향 친구들은 지금까지도 나를 딸기 먹고 취한 사람이라고 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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