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충원 문제 놓고 TV토론 하자"

허섭 서울지하철 노조위원장, 21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서 제안

등록 2004.07.21 14:39수정 2004.07.2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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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20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허섭 서울지하철노조위원장이  사용자측의 성실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허섭 서울지하철노조위원장이 사용자측의 성실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명곤

궤도연대의 파업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노사가 인력충원 견해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궤도연대 파업을 이끌고 있는 허섭 서울시 지하철 노조위원장이 합리적인 대안 도출을 위해 TV 토론을 제안해 사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허섭 위원장은 21일 <오마이뉴스>와의 이메일(E-MAIL) 인터뷰에서 "지하철 노동자 인력증원의 비용 문제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면 충분한 토론과 공개적인 논의를 할 생각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쪽이 인원충원을 적자라는 이유를 대며 거부하고 있는 것은 "지하철노동자의 인건비를 줄여서 부채를 갚자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어느 쪽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지 공개적으로 논의해 보자는 취지에서라고 그는 부연했다.

서울지하철공사 노조위원장인 허 위원장은 "대선을 불과 열흘 앞둔 2002년 12월 9일, 이명박 시장의 전격적인 시행 지시로 심야 1시간 연장운행이 강행됐다"며 "당시 서울시가 인력충원 205명을 약속했으나 아직까지 인원충원 없이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휴일날 쉬지도 못하고 전동차 운전에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이명박 시장의 약속위반을 꼬집었다.

그러나 허 위원장은 30% 인력증원 요구와 관련해서는 "교섭에서 사쪽이 정확한 근거를 제시한다면 노동조합도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협상의 여지를 남겨 두기도 했다.

특히 허 위원장은 사쪽과 정부가 지하철 노조의 고액연봉을 거론하며 여론전을 펴고 있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했다. 허 위원장은 "사측이 제시한 평균 연봉 4400만원은 회사의 총 인건비를 직원수로 나눈 것으로 4대 보험료와 피복비 등 기타비용이 포함돼 있는 것"이라며 "지난해 입사 5년차 직원연봉이 2900만원"이라고 사쪽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허 위원장은 "중요한 것은 이번 투쟁은 임금인상이 쟁점이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오히려 지하철 노동자는 하루일 더하기, 정년단축, 탄력근로제 도입, 휴무축소, 대학생자녀(2명) 학자금 무상지원 폐지, 승무운전시간 확대 등 고통분담을 감내해 왔으며 이로인해 매년 지하철의 총인건비는 약 1000억원 가량씩 줄어들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음은 허섭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지방노동위원회의 중재회부 결정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결정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15일 동안에는 쟁의행위를 할 수가 없는데.
“직권중재는 구시대 낡은 악법이다. 지하철 노조의 요구는 시민안전과 주5일제에 따른 인력충원이다. 사회적 명분이 있는 요구라 생각한다. 공사는 노사간 교섭이 한참 진행 중인 상황에서 청와대와 노동부, 건교부 등에 직권중재 요청 공문을 보내 압력을 행사하는 등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직권중재 철폐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일정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측면이 있지만 지하철노동자의 요구가 우리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과 함께하는 요구임을 분명하게 알리고 싶다.”


- 서울지하철의 경우 지난 7∼8년 동안 신규채용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인력충원 부족으로 궤도연대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말해 달라.
“대선을 불과 열흘 앞둔 2002년 12월 9일. 이명박 시장의 전격적인 시행 지시로 심야 1시간 연장운행이 강행됐다. 24시까지 운행되던 지하철이 오전 1시까지 운행돼 밤에 이루어지는 시설점검시간이 1시간 줄었는데도 연장운행 강행 당시 서울시가 인력충원 205명을 약속했으나 아직까지 인원충원이 없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법에 의해 많이 설치되고 있다. 이용에 도움을 주고 시설안내와 고장 시 신속하게 대처해야 하는데 표 팔다가 그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승무원의 경우 사람이 부족해서 자신에게 보장된 휴일날 쉬지도 못하고 차를 타러(전동차 운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궤도연대의 핵심 요구사항은 인원충원이다. 특히 30% 수준의 인원충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에 대해 사쪽과 정부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비용과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나.
“노사간 교섭에서 무리한 요구라면 정확하게 그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그리고 그에 따라 노동조합도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공사는 노동조합의 시민안전 확보와 주5일제 시행에 따른 인력충원 요구에 대해 적자 때문에 인력충원이 불과하다는 입장을 전제하고 교섭에 임했다. 마치 지하철 적자가 노동자의 무리한 요구에 의해 생긴 것처럼 이야기 해 왔다. 3043명 채용에 필요한 비용이 1500억원 정도 든다고 한다. 공사가 제시한 2004년 경영계획을 보면 하루 운수수익이 20억원인데 지하철 원리금상황에 하루 20억원 지출한다고 한다.

지하철은 건설부채가 적자의 원죄이다. 30년 전 개통 때(1974년) 건설비용의 73.6%인 1조7000억원을 차입금으로 충당하고 30년 동안 영업수익으로 원금상환과 이자를 지급해 왔다. 아직도 부채가 3조원에 달하고 2004년 예산을 보면 7904억원으로 원리금 상환이 예정돼 있어 2004년 예산 규모 중 원리금 상환 비중이 37.2%를 차지하고 있다. 인건비 비중은 25% 이다. 지하철 건설부채 해결 방안이 있어야 한다. 도로를 깐다고 도로공사가 빚을 지지는 않는다.”

- 정부 쪽은 노조 쪽 요구대로 30%인 약 7158명을 증원할 경우 평균 연봉 4400만원을 기준으로 수천억원대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궤도연대 노동자들의 평균 연봉과 이러한 추산에 대해 평가해 달라.
“서울지하철의 경우 3043명 신규인원 충원 시 1500억원이 소요된다고 알고 있다. 사측이 제시한 평균 연봉은 회사의 총 인건비를 직원수로 나눈 것으로 4대 보험료와 피복비 등 기타비용이 포함돼 있는 것이며, 지난해 입사 5년차 직원연봉이 2900만원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투쟁은 임금인상이 쟁점이 아니다. 또한, 지난 7년 동안 결원 분야에 인원충원은 고사하고 1621명의 정원축소, 하루일 더하기, 정년단축(61세→58세, 3년 단축), 탄력근로제 도입, 휴무축소, 대학생자녀(2명) 학자금 무상지원 폐지, 승무운전시간 확대 등 고통분담을 감내해 왔으며 현재도 200명이 부족한 상태로 운영하고 있다. 매년 지하철의 총인건비는 약 1000억원 가량씩 줄어들고 있다."

- 몇몇 독자들과 국민들은 노조의 파업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다. 예를 들면 총 매출대비 인건비 총액의 변화없는 충원을 언급하는 독자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존 직원의 임금을 삭감하고 그 비용으로 신규인력을 충원하자는 제안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도 노동시간이 된다고 해도 기존의 임금을 저하시키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기존의 조건을 저하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 건설교통부는 운수수입의 85%가 인건비로 지출되고 있다며, 만약 증원할 경우 인건비 비중이 운수수입 총액을 초과하는 비정상적 상황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럴 경우 국민들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을 수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공사 경영계획에 의하면 하루 운수수익 20억원 벌어서 부채 원리금 상환에 20억원 지출한다. 지하철노동자의 인건비를 줄여서 부채를 갚자는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아니면 요금을 올려서 부채를 갚자는 이야기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면 충분한 토론과 공개적인 논의를 할 생각이 있다. 정말 한번 꼭 그렇게 하기를 기대하고 제안한다. 누가 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 TV토론 한 번 했으면 한다.”

- 주 5일제에 대한 양쪽의 견해차도 큰 것 같다. 궤도연대는 주 5일 근무, 사쪽은 1주 40시간 근무를 강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연속 2일 휴무 여부가 문제인데, 이를 두고 강동석 건교부 장관은 "남들 놀 때 놀 수 없는 특수근로형태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연속 2일 휴무를 요구하게 된 배경과 강 장관의 해석을 평가해 달라.
“일근자만 마치 특혜를 받는 것처럼 연속 2일 휴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하철 교대근무 노동자들은 하루도 운행을 멈출 수 없는 조건 속에서 건교부 장관 말대로 남들 놀 때 못 노는 처지다. 일요일, 국경일, 명절도 출근해서 일해야 하는 처지로 정상적인 자식도리, 친구 등 인간관계를 형성하기가 어렵다. 대한민국이 정상적인 사회이고 상식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사는 사회라면 배려된 대우와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 앞 질문과 유사하다. 건교부는 주 2일의 지정휴무가 실시되면 비번을 포함해 월 16.3~17.1일을 휴무하게 된다고 한다. 노조는 월 7일이라고 하고 있다. 어떤 차이라고 보나.
“그런 논리라면 일근하는 경우 하루 8시간(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근무하면, 하루의 1/3만 근무하게 돼 일년 365일 중에 2/3는 논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 노조가 강조하는 안전 문제와 관련, 정부는 자동화로 근로형태를 전환하면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주장한다. 선진국에서는 1인 승무원제 보편화 돼 있다고도 한다. 안전과 1인 1승무원제의 관계에 대해 설명해 달라.
“대구참사가 생각난다. 2인 승무로 운행, 뒤에 차장만 있었더라도 그렇게 큰 참사로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기관사와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최근 도시철도 기관사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공황장애로 인해 생긴 끔직한 일이다. 현재 13명이 공황장애로 산재판정을 받았다. 서울지하철은 2인 승무이다. 30년이나 된 지하철과 10년 된 도시철도와 비교하면 왜 도시철도에만 공황장애가 생기는 것인가.

혼자 승무하는 것과 2인이 승무하는 것은 단순히 1명이 더 있는 숫자가 아니다. 정신적 심리적인 문제 등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한 번에 3000명이 타고 있으며 1000명이 넘는 승객이 타고 내리는 안전문제를 1명의 기관사가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지하 터널에서 6시간 가량 운전을 해야 한다. 어두운 터널운행, 밝은 승강장, 긴장된 승하차를 수없이 반복하는 일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것을 상상해 보라. 해보지 않고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지하철노동자가 건강해야 시민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비약일 수 있겠지만 음주운전이 위험하듯이 정신적 공황상태인 기관사가 수천명의 승객을 태우고 열차운전을 한다는 생각은 상상조차하기 싫습니다. 정말 돈보다는 안전이 우선돼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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