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는 자발적 일제 첨병역할 한 친일파 "

[이슈 인터뷰] <알몸 박정희> 저자 최상천 전 교수

등록 2004.07.22 14:48수정 2004.07.2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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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알몸 박정희> 저자 최상천 전 교수

<알몸 박정희> 저자 최상천 전 교수 ⓒ 오마이뉴스 이승욱


3년전 최상천 전 대구카톨릭대 교수는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들고나와 주목을 받았다. <알몸 박정희>(사람나라).

<알몸 박정희>는 한마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한꺼풀씩 벗겨 놓은 책이다. 최 전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친일행적에서부터 독재체제까지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후 3년, 정치권은 친일진상규명특별법(이하 친일특별법) 개정안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을 친일행위 조사대상자로 포함시키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적지않은 논란과 반발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1일 기자가 만난 최 전 교수는 최근 친일특별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예외없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잊지 않았다.

최 전 교수는 "박정희는 자발적으로 일제의 첨병 역할을 수행한 인물"이라면서 "많은 조선인들이 일제에 분개하고 있을 때 긴 칼을 차고 싶고, 대장이 되고 싶어, 만주군관학교로 간 인물이 친일파가 아니면 누가 친일파냐"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죽이기'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한나라당과 <조선>과 <동아>는 끝없이 친일 청산문제를 정치적으로 몰아가려고 한다"면서 "박근혜 대표의 아버지냐 아니냐는 논란이 될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최 전 교수는 또 박 전 대통령를 조사 대상자에서 뺄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최 전 교수는 "박정희를 조사 대상에서 뺀다면 누굴 조사할 수 있느냐"면서 "박정희 다음은 막강한 권력을 지닌 언론사 사주들이 빠지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최 전 교수는 "우선 박정희의 친일행적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기록해야 하고, 이후에는 박정희의 독재체제에 대한 평가도 이뤄져야 한다"면서 "경제성장으로 박정희를 신봉하는 이들도 조폭두목에 대한 우상을 버리고 피땀을 흘린 이들은 바로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였다는 점을 자각하는 것이 박정희 청산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최 전 교수와 나눈 인터뷰 전문.


"박정희는 자발적인 친일 행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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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승욱

- 친일진상규명특별법(이하 친일특별법) 제정을 두고 가장 논란을 빚은 것이 친일파의 조사대상 범주였다.
"친일파의 범주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징용에 끌려가서 노역을 하고 소극적인 일제 찬양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친일파냐 아니냐는 규정에서 중요한 것는 그 행위가 어느 정도 외부 강압에 의해 이뤄졌는지를 검토해봐야 한다."

- 그런 의미에서 박정희의 친일행적은 어떻다고 보나.
"박정희의 친일 행적은 자발적이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다. 박정희는 일제가 한국(조선)을 지배하는데 있어 가장 첨병 역할을 했다. 일본이 조선을 지배하는 침략에 있어서 가장 첫번째 수단은 군대였지 않나. 박정희는 일본 육사로 바로 갈 수 없으니깐 만주군관학교를 거쳤다. 박정희가 졸업한 대구사범학교도 일제의 황국신민 사상을 전파하고 교육하는 교사를 양성하는 곳이었다.

박정희는 일제의 조선 지배에 마지못해 협력한 것이 아니다. 박정희는 첨병 역할을 하기 위해 대구사범학교-만주군관학교-일본 육사까지 거쳤다. 동기면에서 본다면 박정희는 10대 중반부터 철저히 일본 지배에 협력하기 위한 존재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셈이다."

- 하지만 박정희를 친일파로 인식하는 국민적 의식은 아직도 부족하지 않나.
"친일파를 가려내는 것은 동기라는 면을 철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앞서 말했다. 적어도 만주군관학교에다 일본 육사를 나온 사람은 100% 친일파라고 봐야한다. 그들이 그곳을 졸업하면 일제의 군인이 될지 몰랐는가. 조선을 침략하는 수단으로 쓰인다고 몰랐는가 말이다. 군국주의 침략과 전쟁을 위한 군대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길을 걸어갔던 것이다.

박정희가 문경보통학교(초등학교) 교사로 있다가 만주군관학교로 간 시기가 중일전쟁 시기이다. 당시 많은 조선인들이 일본 군국주의 침략 전쟁에 분개하고 있는데 박정희는 긴 칼을 차고 싶고 대장이 되고싶어 만주군관학교로 갔다. 그런 인물이 친일파가 아니면 누가 친일파인가."

"유신체제는 새끼일본제국주의"

- 박정희의 친일을 이해하는데 대표적인 사례를 든다면?
"박정희는 일본 육사를 다닐 때는 이름을 '박정희'에서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로 창씨개명했다. 다카키는 고령 박씨를 뜻하는 성씨다. 박정희는 단순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식민지배에 협력한 정도가 아니다. 아예 일본인이 되고자 했다. 그래서 그는 일본인보다도 지독한 천황주의자가 된다. 실제로 천황주의를 한국에서 실현한 것이 유신 아닌가. 박정희는 생물학적으로 한국인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일본인이었다. 게다가 지독한 천황주의자였다.

사실 박정희는 친일파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역사에서 배제해야 할 인물이 아닌가 생각해야 할 정도이다. 일본의 정치·사회체제를 한국에 나름대로 만들어낸 것이 유신체제다. 유신체제는 한마디로 '새끼일본제국'이다."

- 작년 친일특별법이 국회에 통과될 당시 '반쪽짜리'라는 비난이 많았다. 당시 어떤 느낌이었나.
"지금 중요한 쟁점이 되는 인물이 박정희와 언론사 사주들 아닌가. 애초 친일진상규명특별법도 박정희와 언론사주, 즉 주요 정치계와 언론계 인물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버렸다. 이것이 과거 한국적인 반민족행위에 대한 접근방법이었다. 다행히 이번 개정안을 마련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 박정희 전 대통령의 포함 문제로 정치적인 논란이 빚어지자 일부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조사대상에서 빼자는 의견도 있다. 친일특별법이 올바른 역할을 위해서 정치적 쟁점을 피하자는 의견인데….
"박정희를 뺀다면 누굴 조사대상으로 할 수 있냐. 그 다음은 막강한 언론권력을 가지고 있는 언론사주들 아니냐."

"박정희 빼면 누굴 조사하나"

- 한나라라당은 '박근혜 죽이기'라고 각을 세우고 있다.
"정치적으로 문제를 희석해서는 안된다. 그런 식으로 사시적으로 본다면 친일청산 문제에 접근이 안된다. 설사 열린우리당이 정치적인 의도가 있더라도 앞으로 국민적인 설득력을 가지느냐가 문제이다. 일단 정치적인 관점보다는 역사적인 관점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친일청산 문제를 끝없이 정치적으로 몰아가고 싶어한다.

조사 대상자의 역사적인 사실이 기초가 돼야지, 누군 된다 누군 안된다는 식의 논의는 아니다. 사실과 원칙에 기초해서 조사하고 결정을 내리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원칙을 무시한다면 아예 무의미한 작업이 될 것이다. 박근혜 대표의 아버지냐 아니냐는 여기에서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 <알몸 박정희>가 지난 2001년 출간하고 벌써 3년이 흘렀다. 집필의 과정에서 '인간 박정희'에 대한 인상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박정희는 야수에 가깝다고 표현하고 싶다. 필요에 따라 변신하고 약자의 입장에 서지 않았다. 강자의 입장을 대변하기만 했다. 박정희는 폭력의 피해를 누구보다 잘 알았던 인물이다. 언제나 폭력을 행사하는 강한 집단에 들어갔고, 그 집단에서 정점에 올라가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 한 인물을 연구하다보면 호감이 갈 법도 한데.
"보통 한 인물에 대한 책을 쓰다 보면 '애증'을 가질 수 있는데 박정희는 어떤 구석에서도 인간미를 본 적이 없다. 포악한다는 말 이외에 생각나는 게 없다."

- 얼마전 청와대에서 노래를 부르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상이 인터넷 상에 공개돼 화제가 됐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박정희를 청빈하고 소탈한 인물로 보고 있지 않나.
"박정희가 민중적이고 청빈하다는 것을 일부에서는 박정희의 덕목이라고 본다. 이것은 거대한 착각이다. 일본 천황이 거짓말하고 도둑질을 했다는 말을 들어봤나. 박정희에게 청빈성이야말로 아랫사람들을 자기 마음대로 통치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박정희, 한국사회 거대한 구조악 만들어"

-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은 뭐라고 보는가.
"대통령이 된 이후 박정희로 인한 한국사회의 폐해는 더욱 심각해졌다. 정치인과 재벌 할 것 없이 거대한 구조악에 들어가게 만들었다. 대표적인 것이 정경유착이고, 정치부분 뿐만 아니라 보건소와 소방서 말단까지 전사회가 구조악에 빠져 버렸다. 그리고 그 구조악에 대항할 힘마저 민중들은 잃게 만들었고 아직도 거기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정희가 만들어 놓은 최고의 악은 구조악을 통해 한국인들의 심리 속에서 윤리성을 파괴한 점이다. 결과만 좋으면 되니 인간의 중요한 측면인 신뢰가 무너지고 윤리성이 부서졌다. 경제는 살렸는지 모르지만 한국사회와 한국인들을 심각한게 파괴시켜 놓은 것이다. 박정희 독재제체에 엄청나고 혹독하게 당하면서 충견주의에 빠져있다. 우리 주인이 나를 돌봐주고 나를 입혀줬는데 그를 비난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 앞으로 '박정희 청산'을 위한 중요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무엇보다 첫 출발점이 박정희의 친일행적을 정확히 밝혀내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친일행적은 끝까지 조사하고 기록해야한다. 그리고 박정희 독재체제에 대한 평가도 더욱 필요하다. 실제적으로 한국사회에 미친 박정희 폐해는 이 시기에 가장 심각했기 때문이다.

박정희는 천황주의의 기본하에 모든 한국인들을 동원시스템 속에 엮어놨다. 대표적인 것이 반상회와 새마을운동이다. 일제보다 더 훨씬 촘촘히 감시망을 만들었다. 여기에 정신적인 포로가 돼버렸다. 지금 한국인들은 경제성장에 대해 '박정희 두목'이 이룬 성과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두목'이 아닌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가 피땀 흘려 이뤄놓은 것이다. 박정희를 청산하는 것은 이것을 자각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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