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만들어나가는 행복 동네

신 빈곤층 1% 희망심어주기 운동, 대전 중촌동

등록 2004.07.23 09:18수정 2004.07.2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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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하헌혁 동장

하헌혁 동장 ⓒ 권윤영

“우리 동네 일은 우리가 만들어 갑니다.”


대전 중촌동 복지프로그램은 충분히 다른 동네의 모범이 될 만하다. 그 내용도 알찰 뿐만 아니라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복지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중구의 기초생활수급자 중 14%에 해당하는 인구가 기거하는 중촌동은 아파트 및 다가구주택의 거주문화가 확산되어 있고, 인근에는 영구임대 아파트가 들어서있다. 도시기반 시설은 양극화 된 데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저소득층이 밀집해 살아가고 있는 것. 중촌동은 ‘소외계층 위주로 행정을 해나간다’는 취지로 그들의 고달픈 생활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2001년부터 복지 프로그램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중촌동은 동의 특성을 파악한 후 ‘수요자가 필요할 때 지속적으로 공급해준다’는 원칙을 세우고 ‘복지수요 10단계 무료 토털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빨래방 운영, 목욕봉사, 이미용 봉사(맵시 가꾸기 3단계)와 무료요양, 발 건강관리, 물리치료, 투약(건강 챙기기 4단계), 사랑식사, 신 빈곤층 희망심기(작은 정 나누기 2단계), 무료장례봉사(무덤까지 1단계) 등이 바로 이러한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a 대전 중촌동 동사무소

대전 중촌동 동사무소 ⓒ 권윤영

더욱 놀라운 것은 단 돈 1원의 예산지원 없이 동네주민의 100% 봉사로 운영된다는 것. 주민들 간에 아낌없는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자원봉사회 회원 150명과 복지만두레 회원 65명의 봉사자를 자랑하고 있는데, 이 외에도 노인에게 식사 제공할 그릇을 기증한 사람이나 어려운 이웃들에게 소정 액을 기부하는 따뜻한 이웃이 넘쳐난다.

중촌동에서 진행하는 ‘신 빈곤층 1% 희망심어주기 운동’이란 복지 혜택도 주목할 만 하다. 이는 교도소 출소자, 신용불량자 등 기초생활 수급자에서 제외된 총 50세대의 주민들에게 일정액과 동네이웃의 희망편지를 전달해주는 운동. 돈의 액수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희망편지를 통해 사랑과 정을 나누는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오갈 때 없는 이웃주민을 위한 임대아파트 입주보증금을 마련해주기 위해 통장을 개설했다. 평생 남의 집을 전전하며 침수지역에 거주하는 두 명의 주민을 위해 관내 철 모으기, 폐지 모으기, 헌옷 모으기 등으로 보증금을 조성하고 있다. 올해 3월 그들의 이름으로 통장을 개설해 오는 2005년 2월까지 1년 동안 총 3400만원을 목표로 저축하고 있다.

중촌동의 내실 있는 복지 프로그램은 이뿐만이 아니다. 결식학생과 관내 독지가가 자매결혼을 맺고는 매월 정기적으로 학생 1인당 3만원을 졸업할 때까지 지원할 계획. 홀로 사는 노인 및 장애우와 40여명의 고교생들이 결연을 맺고 매주 토요일마다 가정방문 및 청소 등을 돕는다.


동에서 운영하는 주민자치센터 역시 문화공간에서 사회봉사를 통한 동네자치센터로 정착됐다. 프로그램 수강생들은 동네골목청소와 홀로 사는 노인 찾아보기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복지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동네가 자연스럽게 협조하는 공동체로 거듭났습니다. 앞으로도 일회성이 아닌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복지 행정을 펼치겠습니다.”

‘동 행정은 끊임없는 속삭임’

대전 중촌동의 복지 프로그램이 지금처럼 내실 있게 진행되기까지는 하헌혁 동장이 그 무게중심에 서 있었다. 그는 중구청에서 근무하다 지난 2001년 중촌동 동장으로 발령 받았다.

그가 재직하면서 가장 큰 중점을 둔 것은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것이었다. 하 동장은 중촌동의 특성을 면밀히 살폈고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동사무소를 지역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공간으로 이끌었다.

a 동사무소 사무실 내부에 걸려있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동사무소 사무실 내부에 걸려있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 권윤영

경로잔치 등 일회성의 행사는 철저히 배제하고 기초생활수급자를 중심으로 한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동네에 어려운 이웃들이 많아 그들을 도우려고 실시한 것이었고 지역 주민들의 호응이 컸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동네 한바퀴를 청소하는 것도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힘든 법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동참하는 이웃들이 늘어갔죠.”

하 동장은 지난 16일을 끝으로 중구 석교동 동장으로 발령 났다. 지난 4년간 몸담아 왔던 중촌동을 떠나게 된 것. 그는 목욕봉사를 하기 위해 차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해준 주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봉사를 받는 노인 분들도 굉장히 좋아했고, 쌈지 돈을 꺼내 봉사자들에게 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봉사자나 수혜자나 프로그램을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진실된 이야기와 정이 오고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도 느꼈습니다.”

하 동장은 중촌동으로 발령을 받은 후 한 쪽 벽에 ‘동 행정은 현장과의 끊임없는 속삭임’이라고 글귀를 내붙였다. 이 글귀처럼 매일 아침 동네를 둘러보던 시간이 두 시간.

“물론 아침마다 동네를 돌아본다고 현황이 다 파악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파트 점유율이 80% 가까이 되니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어려웠죠. 그래도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는 일단 돌아다녀야 알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자신이 한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고 모두 주민들이 한 일이라고 겸손해 하는 하 동장은 “중촌동 복지 프로그램은 지금도 잘 되어 있고 앞으로도 잘 해 나갈 것”이라며 떠나는 아쉬움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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