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계곡을 한꺼번에 만끽"

강릉 사천해수욕장에서 연곡천까지

등록 2004.07.23 12:31수정 2004.07.2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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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9일부터 21일까지 조금 이른 피서를 다녀왔다. 피서 절정기의 번잡함을 피하자는 동행한 이웃의 계획은 멋들어지게 맞아 떨어졌다. 자가 운전으로 떠난 이번 피서 여행은 비록 2박3일의 여정이었지만 6박7일 못지 않은 알참이 좋았다.

피서지로 정한 곳은 강릉. 원래 강릉에서 양양 방향으로 가는 해변에 위치한 휴휴암을 목적지로 삼았지만 이른 여정 탓에 인파가 드문 사천해수욕장에 터를 잡았다. 그보다 먼저 일행은 강릉 가는 길목인 용평에 들러 1박을 했다.


용평에 머문 이유는 유명한 오삼불고기를 맛보기 위함이었다. 해발 700미터에 위치한 용평은 사시사철 바람이 풍년인 조그만 도시다. 고지대에 위치한데다 바람까지 사정없이 부니 더위가 머물 수가 없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먹는 오삼불고기의 맛이란!

오삼불고기는 오징어와 삼겹살을 매콤한 고추장 소스에 버무려 구워먹는 용평의 대표적인 지역 음식으로 황태해장국과 곁들이면 '소주도둑'으로 불릴 정도로 미식가와 애주가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겨울에는 스키 마니아들에게 따뜻함을 주고 여름에는 이열치열로 더위를 식혀주는 등 사계절 사랑 받는 음식으로 유명하다.

일행은 숙소를 용평에 잡은 후 강릉을 오가기로 작정하고 시원한 밤바람을 벗삼아 잠을 청하고 이튿날 아침 일찍 강릉으로 향했다. 강릉 가는 길은 옛 정취를 되살리려 옛길을 택해 대관령을 넘었다.

용평의 하늘에는 낮게 구름이 깔려 있어 해를 보지 못했지만 차가 대관령 고갯마루를 넘자 멀리 탁 트인 하늘과 바다가 한 색깔로 어우러져 있었고 태양 빛이 작렬했다. 장마 직후라 일기를 우려했지만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대관령을 내려와 강릉 시내를 거쳐 휴휴암을 가려던 일행은 한적한 사천해수욕장을 발견하고는 차를 멈춰 세웠다. 동행한 이웃이 전에 자주 가던 횟집이 있다며 그곳으로 차를 몰았다. 횟집 앞은 넉넉한 모래사장과 바다가 훤히 열려 있었다.


아이들을 풀어놓자 물 만난 고기 마냥 한없이 좋아했다. 태양 빛은 사정없이 내리 쬐고 있었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밀려드는 파도에 쫓기고 또 빠져나가는 파도를 쫓았다. 수온이 아직은 차서 물장구 치며 놀기는 아직 일렀다.

a 사천해수욕장 멍게바위 옆 한적한 모래사장에서 뛰노는 아이들.

사천해수욕장 멍게바위 옆 한적한 모래사장에서 뛰노는 아이들. ⓒ 유성호

아이들이 뛰노는 곳은 일명 멍게바위가 있는 곳으로 인파가 적고 두툼한 모래사장이 인상적이었다. 사천해수욕장에서 가장 번잡한 곳은 오리(五里)바위가 정면으로 보이는 곳으로 이른 피서철이지만 제법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멀리 십리바위가 보였고 사천해수욕장은 이들 세 개의 바위에 싸여 있어 아늑한 느낌이었다.


a 멍게바위 옆 해변은 인파가 많지 않아 모래사장이 두툼한 게 실하다.

멍게바위 옆 해변은 인파가 많지 않아 모래사장이 두툼한 게 실하다. ⓒ 유성호

아이들은 햇빛차단제를 바른 곳은 덜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복숭아처럼 벌겋게 익었다. 때문에 바닷가에서는 반드시 햇빛차단제를 전신에 발라줘야 한다. 강렬한 태양 아래서 정신 없이 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보기 좋았지만 일사병이 우려돼 적당한 시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a 소금기와 모래를 씻어내기 안성맞춤인 연곡천.

소금기와 모래를 씻어내기 안성맞춤인 연곡천. ⓒ 유성호

그리고 차를 몰아 연곡천이라는 계곡으로 들어갔다. 사천해수욕장에서 진부방향으로 20∼30분 가량만 산 속으로 차를 몰면 1급수인 연곡천 계곡의 깨끗하고 시원한 물을 만날 수 있다. 바닷가에서 따라 온 소금기를 말끔히 씻을 수 있으니 따로 샤워장에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a 연곡천은 1급수 지역으로 수려한 산세와 깨끗한 물로 유명하다.

연곡천은 1급수 지역으로 수려한 산세와 깨끗한 물로 유명하다. ⓒ 유성호

게다가 연곡천 변에 늘어 선 각종 토속 음식점의 음식을 계곡가에서 맛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연곡천은 산천어와 열목어가 서식하는 1급수 지역으로 태풍 매미의 상처가 채 씻기지 않았지만 여전히 산세가 수려하고 거침없이 물이 흐르고 있었다.

a 아이들과 물수제비를 만드는 모습. 물이 얕아 아이들이 놀기 적당하다.

아이들과 물수제비를 만드는 모습. 물이 얕아 아이들이 놀기 적당하다. ⓒ 유성호

단 하루 동안이었지만 바다와 계곡을 만끽할 수 있는 천혜의 피서지가 따로 없었다. 그리고 조금 일찍 길을 나선 것이 여유로운 여정을 도왔다. 2박3일은 그리 길지 않은 휴가다. 그러나 여름 피서는 고생길이라는 푸념을 늘어놓는 것보다 짧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며 잘 먹고 잘 쉬고 오는 것이 진정한 휴가가 아닐까 싶다.

a 2박3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알참으로 인해 무척 길게 느껴졌다.

2박3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알참으로 인해 무척 길게 느껴졌다. ⓒ 유성호

숙소를 용평으로 잡은 것은 동행한 이웃이 얻어 놓은 아파트가 있었기 때문이지만 독자들에게도 이 방법을 권하고 싶다. 이유는 성수기 해수욕장 주변의 숙박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기 때문이다. 그 비용이면 용평에 숙소를 잡고 차로 1시간이 채 안 걸리는 용평과 강릉을 오가도 남기 때문이다.

용평은 겨울스포츠 고장이라서 여름은 비수기다. 그래서 숙박시설이 넉넉하고 비용이 싸다. 그리고 여름에도 시원하고 시내 중심으로 제법 큰 계곡도 흐르기 때문에 저녁시간을 지내기 안성맞춤이다.

용평에서 오삼불고기와 황태해장국으로 가족들의 입맛을 돋우고 강릉의 한적한 해수욕장에서 더위를 씻은 후 연곡천 계곡에서 소금기와 도시생활의 묵은 때를 벗긴다면 2박3일이 제법 길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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