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 반대... 특별법 폐지하고 원점 검토"

[인터뷰 ②] 박세일 여의도연구소 소장

등록 2004.07.23 14:37수정 2004.07.2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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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 40여일 개원국회 기간, 상극도 상생도 아닌 '어정쩡한 행보'라는 비판에 대해 박세일 소장은 "지난 임시국회는 상생의 기조였지만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여당도 자기 입장이 정리될 것이고, 한나라당도 국민들에게 정책과 비전을 풀어낼 시기가 온다"며 "이슈별, 정책별 강한 야성(野性)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정당역사의 계보에 대해서는 "그때는 이익집단의 성격이 강했다"며 "앞으로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공동체주의라는 세 가지 비전과 가치를 지켜가는 '공당'의 성격"이라고 차별성을 내세웠다. 그는 '선진'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가는 당명개정에 적극적인 입장이다.

이어 그는 "아직도 한나라당의 과거 이미지가 살아 있지만 60%의 구성원이 바뀌었고 문제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 정치적인 영향력도 줄어들었다"며 비주류측의 비토에 대해서는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국가보안법 개·폐정에 대해서는 "남북의 실질적인 화해와 변화가 중요하다"며 "내용이 바뀌면 제도는 저절로 바뀐다, 신뢰가 없는데 제스처로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또한 열린우리당측에서 논의되고 있는 지구당 부활과 후원금 상한선 재조정에 것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반대를 표시하며, 인터넷 등을 통한 진성지지자 네트워크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2부 인터뷰 일문일답 요약.

- 총선 후 당선자 연찬회에서 정체성 논란과 당명개정의 요구도 있었지만 흐지부지 되었다. 당시 박 소장은 당해체·재창당을 주장했는데 지난 40일 개원국회 동안 한나라당의 행보를 평가하자면.
"한마디로 대단히 미흡하다. 총선 때 한나라당은 과거를 철저히 반성하고 거듭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하고 마지막으로 우리를 지지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후 굉장히 변화가 미흡했다. 물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과도기라는 측면이 있다. 두 번의 대선 참패, 차떼기당으로 몰리면서 당의 거의 깨졌더라. 충분한 시간이 아니었다고 변명할 수 있지만 개혁의 의지가 총선 때보나 약화된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다."


- 국민들의 제발 싸움하지 말라는 주문도 있지만 야당은 야당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최근 들어 강한 야성(野性)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데 향후 대여관계는.
"대결과 상생, 두 가지를 유지해야 한다. 정치는 상대가 있는 것이니까 국민을 위해서는 상생을 하고 정책적으로는 여당과 경쟁해야 한다. 국민의 이익 증진을 위해서라는 차원에서 여당이 잘못하는 것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은 야당에게 주어진 헌법적인 역할이기도 하다. 가을 정기국회 시작되면 여당도 자기 입장정리가 될 것이고, 한나라당도 국민들에게 정책과 비전을 풀어낼 시기가 온다. 그러면 이슈별, 정책별로 강한 야성이 나올 것이다."

"변화 대단히 미흡...개혁의지 총선 때보나 약화된 것 아니냐"


- 수도이전문제에 대해 한나라당의 입장이 모호하다. 찬성·반대 양측에서 입장을 분명히 하라는 비판이 있다.
"당 입장은 모르겠고, 나는 반대다. 양쪽(열린우리당·한나라당)이 다 정략적으로 수도이전을 제시하고 받아들였다.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 법안 폐기가 필요하다는 얘긴가.
"필요하다면 여야 합의로 폐기해야 한다. 이 문제는 시작부터 잘못되었다. 국가의 발전을 위한 애국심에서 나온 얘기가 아니다. 당리당략에서 나왔다는 점을 여야가 솔직하게 고백하고 수도권 집중문제와 지방균형발전을 어떻게 풀 것인가를 두고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국가균형발전을 수도이전을 통해 푼다는 나라를 본 적이 없다. 비용문제에 있어 이익이 남느냐를 따져보면 이 정책이 틀렸다는 것이 금방 드러난다."

- 윤여준 전 여의도연구소 소장은 "한나라당은 건국 이후 50년 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주류세력을 상징한다. 그 근대화와 압축 성장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짊어져야 했던 갈등, 부조리 등과 같은 업보(業報)를 청산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어떤 형태의 절연이 필요하다고 보나.
"일단 사람이 많이 바뀌었지만 국민들에겐 한나라당의 과거 이미지가 살아 있다. 구성원은 60% 이상이 바뀌었다. 재선, 3선 중에 훌륭한 일부가 살아남았고, 국민들이 문제가 있다고 보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줄어들었다.

이제 정책과 비전과 실천으로 나타나야 한다. 과거의 정당은 가치중심이 아닌 이익집단이었다. 지켜야 할 이념과 가치, 즉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공동체주의 3가지를 내세워 국가발전의 기초를 제시해야 한다."

- 소위 '비주류 중진'들의 현 지도부에 대한 비토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오마이뉴스 이종호
"두 가지의 경우가 있다고 본다. 과거에 안주하며 변화를 반대하는 입장과 변화를 좀더 제대로 하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후자의 경우라면 적극적으로 수용해야겠지만 무리한 변화가 아니냐는 비판은 세상에 대한 이해가 다른 것이고 그들은 우선 세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 조만간 발표될 <한나라당 발전 3개년 계획> 중에 '공동체 자유주의'를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한나라당은 특정 기득권계층을 대변한다는 비판이 많은데.
"우리가 말하는 공동체주의는 사민주의와는 다르다. △이웃에 대한 관심 △자연·환경 보존 △역사공동체로서 개인의 개념을 정립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만을 내세워 개인의 성장위주로 간다면 공동체는 유지될 수 없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한나라당이 앞장서야 한다."

호남 끌어안기, "우선 마음 낮추고 경청...DJ 당연히 만나야"

- 당 차원의 '호남 끌어안기' 소위 서진정책의 골격은 무엇인가.
"앞서의 역사공동체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우선 마음이 중요하다. 그 다음 프로그램이 나올 것이다. 일단 만나서 대화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전라도의 원한과 비판을 경청해야 한다. 그것이 첫 시작이다. 하심선청(下心善廳), 즉 마음을 낮추고 잘 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DJ도 당연히 만나야 한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이 필요하다고 보나.
"지난 정상회담의 상징성은 높이 산다. 절차를 찬성할 수는 없지만 역사적 가치는 충분하다. 하지만 다시 이뤄질 정상회담에서 상징성은 없다. 뭘 가지고 만날 것인가가 중요하다. 어떤 내용을 가지고 양국의 화해를 이룰지, 가령 북핵, 군축, 경제지원, 개혁개방에 대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만나야 한다."

- 국방백서의 '주적' 개념 삭제, 그리고 여당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까지도 주장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개폐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내용이 따라오면 제도는 저절로 고쳐진다. 국가보안법 때문에 살기 힘든 사람이 얼마나 되나. 그건 식자들의 논의이고 남북의 실질적인 화해와 변화가 중요하다. 신뢰가 없는데 그런 제스처로 되겠나."

- 총선 전에는 정당개혁을 하자는 얘기가 많았는데, 총선 후에는 쏙 들어갔다. 열린우리당에서는 당원소환제나 인터넷당원투표 얘기가 나오는데, 한나라당에서는 왜 진성당원들 위주로 정당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복안이 나오지 않고 있나.
"당 개혁과 관련해서는 박근혜 대표가 <한나라당 발전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하지만 지구당 부활과 후원금의 상한선을 높이겠다는 것은 잘못되었다. 정치개혁과 관련해 노무현 정부를 가장 높이 평가하는 것은 돈 안드는 선거를 해 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렵다고 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정치의 중심은 개인이 아닌 정당이 되어야 한다.

나는 진성당원이 아닌 진성지지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꼭 당원이 아니어도 광범위한 지지자를 어떻게 네트워킹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원내조직을 강화하고, 전통적인 당원조직이 아닌 좀더 열린 지지자들의 모임을 활성화해야 한다. 인터넷 당원제도 있고."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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