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소설]호랑이 이야기 56

제비나라의 솔씨 3

등록 2004.07.27 06:12수정 2004.07.2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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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예쁜 제비들이 물어다준 그 보자기 안에는 아까 본 것들보다 더 맑게 빛나는 솔씨가 들어있었습니다.


바리의 주먹만한 그 솔씨는 마치 갓 태어난 아기가 웃음 속에 있는 듯한 환한 빛이 감돌았습니다.

바리는 그 솔씨를 보자기에 싸인 그대로, 두손으로 공손히 받았습니다. 약간 무거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보자기를 잘 접어서 성주님께 가져다 주세요.”

“우리가 이세상에서 가장 맑고 좋은 기운만 모아서 가꾼 솔씨들이에요.”

그리고 제비들은 그 솔씨 위를 날아다니면서 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제비들이 솔씨물어
소평대평에 던졌지요.
그 소나무 점점 자라
소부동이 되었네요 대부동이 되었어요
금도끼로 베어 넘겨 옥도끼로 다듬어서
삼간 초당집을 지어
그 집 짓고 삼년 만에 아들을 낳으니 효자랍니다
딸을 낳으니 효녀랍니다
소가 나도 금송아지
말이 나도 용마나지요
개가 나도 양사지 나고
닭이 나도 봉닭이 납니다.
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야

보자기에 쌓인 솔씨도, 제비들이 불러주는 노래 때문에 기분이 더 좋아졌는지 더욱더 밝게 빛나는 듯 했습니다. 노래를 마친 제비들은 말했습니다.


“그 보자기를 잘 개어서 성주님께 그 솔씨를 잘 갖다주세요.”

“아래 인간계에는 호종단과 수단이라는 개가 물길을 끊어서, 이 솔씨를 뿌려도 나무가 자랄 수 없을지도 모른답니다.”

“어서 호종단과 수단을 만나서 물길 끊는 일을 그만 두도록 해주세요.”

바리가 제비들에게 말했습니다.

“예, 이 백호랑 우리를 도와주시는 여러 신들이 계시니까 전부 다시 옛날로 돌아올거에요. 전 그것을 믿는답니다.”

백호 등에 올라탄 바리가 나침반을 꺼내 손에 쥐었습니다. 그러자 제비들이 작별인사를 하는듯 바리 주변으로 몰려들어 재잘댔습니다.

그 제비들의 웃음소리를 뒤고 한채 바리와 백호는 그 아름다운 제비원을 떠나야만 했답니다.

성주님께 돌아온 바리는 보자기에 곱게 싼 솔씨를 보여드리며 말했습니다.

“제비원은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성주님이 인자하게 물으셨습니다.

“다시 가고 싶니?”

“예, 물론이죠.”

“나중에 일이 다 끝나서 바리가 부모님을 만나게 되면 숲과 산에 나가서 제비들을 만나러 가려므나, 제비들이 집을 지은 곳은 전부 제비원이고, 제비들은 가장 순수하고 맑은 정기를 모아서 집을 짓고 새끼들을 키운단다.”

바리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바리야, 이제 여의주를 주렴.”

백호는 여의주를 꺼내어 바리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바리가 손으로 받쳐들고 있는 여의주는 여러 가신들의 기를 받아서 이전보다 더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성주님은 솔씨를 손에 쥐시고는 여의주 위에 가만히 올렸습니다. 성주님이 입고 계시던 도포가 바람이 부는지 펄럭였습니다.

그러더니 성주님의 옷이 온통 나무색깔로 변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아…..”

바리는 갑작스런 변화를 보고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옷의 색깔만 나무색깔로 변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성주님의 몸에서 잎에 솟았습니다. 덩굴이 자라나더니 머리 위로 뻗어갔습니다. 그리고 다른 덩굴이 여의주 위에 올려져있는 손을 감싸더니 그 손을 따라 여의주 안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그러자 여의주는 눈이 부시게 파랗게 빛났습니다. 그 눈이 멀어버릴 듯 강한 빛에 잠시 눈을 감아야했습니다. 잠시 후 바리가 눈을 뜨자 성주님은 다시 옛날처럼
풀빛이 아름답게 도는 도포를 입고 계셨습니다.

순간 바리는 자기가 들고 여의주를 떨어뜨릴 뻔 했습니다.

“어머.”

바리는 정신을 차리고 얼른 여의주를 가슴에 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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