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결교 목사는 인터넷도 마음대로 못한다?

기성총회, '성결광장 출입금지' 공문... 이용자 3인에게는 경고장 발부

등록 2004.07.28 12:40수정 2004.07.2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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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이트 '성결광장'의 첫화면.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총회장 강선영) 소속 목사들이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 포르노 사이트도 아니고 엽기 사이트도 아니다. 불륜을 조장한다는 음란 채팅 사이트도 아니다. 겉보기엔 아무런 문제 없는 개인 운영 사이트지만 교단 소속 목회자들이 '성결광장(www.holybbs.net)'에 들어가려면 교단이 경고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교단이 직접 나서서 '접근·사용 금지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기성 총회는 작년과 올해에 걸쳐 전국에 있는 소속 교회에 두 차례 공문을 보내 "성결광장에 들어가지 말고 이용도 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 교단 총회가 직접 나서서 소속 교회 목회자들의 '인터넷 서핑'을 제한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총회가 금지한 사이트에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목사·교수 세 명이 총회장 명의의 경고장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성결광장, 개혁적 목소리 내는 논객 활동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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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대한성결교회총회가 소속 교회에 보낸 공문. 인터넷 사이트 '성결광장'에 들어가지 말고 이용도 하지 말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성결광장은 비교적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는 논객들이 활동하는 개인 운영 사이트로 현재 교단 소속 박창백 목사가 관리하고 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여 만에 하루 방문자 수가 1200명에 달할 정도로 교단 안에서는 나름대로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담임목사의 불륜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중앙성결교회 사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성결광장의 역할이 상당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교단이 앞장서서 성결광장 출입을 금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문에 드러난 표면적인 이유는 "바른 토론 문화의 정착보다는 개인과 교회의 인신공격 및 성토를 통하여 성결교회의 위상을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교단은 이런 이유로 2003년 열린 97년차 총회에서 "(사이트에) 들어가지도 말고 이용하지도 말자"고 결의했다고 말하고 있다.

'성결광장 이용·접근 금지'라는 교단의 강경한 입장은 공문으로 끝나지 않았다. 성결광장 게시판에 글을 올린 교수·목사에게 일종의 경고문을 보낸 것. 이용규 전 총회장 명의로 작성된 공문에는 사이트 이용을 삼가라는 명령과 계속 이용할 때에는 불이익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엄포가 동시에 담겨 있었다.

그러나 경고문을 받은 당사자들은 총회의 태도가 이해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바람'이라는 필명으로 성결광장에 글을 쓰다가 경고를 받은 아무개 목사는 경고문의 내용을 놓고 교단 관계자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성결광장에 대한 진정이 많이 들어와서 요식 행위로 보냈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자유 있는 곳은 '왁자지껄', 통제 있는 곳은 '썰렁'

실명으로 성결광장에 글을 쓰다가 교단으로부터 경고장을 받은 주승민(서울신대) 교수는 "정보 공유와 비밀 철폐가 시대의 정신인데, 이를 막으려는 교단의 태도는 이해할 수가 없다"며 "성결광장으로 인해 교단의 위상이 저하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역시 실명으로 글을 쓰다가 경고를 받은 김승훈 목사는 "교단이 보낸 공문은 경고가 아니라 권고의 성격이 강했다"며 "성결광장에 순기능과 역기능이 동시에 존재하는데, 이를 가지고 교단에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승훈 목사는 현재 교단이 운영하고 있는 공식 홈페이지(www.kehc.org)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교단의 입장 역시 소속 목회자들은 교단 공식 홈페이지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바람은 지난 총회의 결의 내용과 공문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러나 기성 교단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는 말 그대로 '개점휴업' 상태. 올라오는 글의 양도 성결광장에 비해 턱없이 부족할 뿐더러, 그나마 한 두 사람이 '도배'하는 형국이다.

교단이 권장한 사이트는 외면하고 출입을 금지한 사이트는 날이 갈수록 번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승민 교수는 교단이 운영하는 홈페이지가 "지나치게 체제 지향적"이고 "교권 옹호 입장"이라고 비판한다. 김승훈 목사는 무조건 실명으로 글을 써야 하고, 교단 입장과 어긋나는 글을 지나치게 통제하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바람'이라는 필명을 쓰는 목사는 "여론을 한 사이트에서 통제하려는 시도 자체가 전근대적이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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