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54

악인은 지옥으로 (2)

등록 2004.07.28 15:04수정 2004.07.2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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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어르신! 왜 이러십니까요? 마침 소인도 노후를 위해 몇 푼 꼬불 쳐둔 곳이 있습니다요. 그러니 그것도…”
“그으래? 짜식, 진작에 말을 하지. 헌데 그건 웬 거냐?”

“헤헤! 소인이 제자들을 통솔하던 시절에 여기저기서 상납 받았던 뇌물을 모아 놓은 곳입니다요.”
“그으래? 제자로 재직 중에 수하들로부터 승차를 미끼로 상납을 받았단 말이지? 이놈, 이거 아주 몹쓸 놈이잖아. 얌마, 제자들이 몇 푼이나 번다고 그런 뇌물을 받았어?”


“그, 그게… 관, 관행인지라… 소인도 승차할 때마다…”
“뭐? 관행? 짜식아, 죽는 게 관행이면 너도 따라 죽을 거야? 빌어먹을 놈이 핑계 댈 게 없으니까. 좋아, 그건 그렇고 감춰둔 곳은 어디며, 액수는 얼마나 되는데?”
“아, 예! 소인이 감춰둔 곳은…”

서성감이 수하들의 승차(陞差)를 미끼로 거둬들인 뇌물의 액수는 십만 냥 가까이 되었다. 칼만 안 들었지 강도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 세상 사람들 앞에서 큰소리 치고 다닌 것을 보면 얼굴에 철판을 깔아도 보통 두꺼운 것을 깐 것이 아니다.

어쨌거나 뇌옥을 지키던 단원이 흥미 있는 듯한 태도를 취하자 조잡재 일당은 바싹 다가앉아 속삭이기 시작했다.

결국 조잡재와 서성감, 그리고 신혜서와 백잔성은 은자를 감춰둔 곳을 전부 불었다.

신혜서는 조잡재로부터 받은 것 대부분을 감춰 두고는 죽는 소리를 한 것이고, 백잔성 역시 공적인 일에 써달라며 기탁된 후원금을 사사로운 목적으로 사용하려 감춰 두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뇌옥을 지키던 단원은 은자가 은닉되어 있다는 장소를 상부에 보고하였다.

덕분에 적지 않은 은자를 가져올 수 있었다. 그 은자는 즉각 헐벗고 굶주리는 곡도들에게 은밀하게 전해졌다. 그리고는 어찌하나 보려고 뇌옥의 문을 열게 하였다.


조잡재 일당은 탈출을 감행하였고, 기다리던 대원들에게 생포된 채 끌려왔다. 그리고는 즉각 형틀에 묶였던 것이다.

곤장은 각기 장(杖) 이십 대씩을 때렸는데 그 사이 다섯 번이나 혼절한 척하였다. 그러면 안 때릴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결국 구정물만 뒤집어쓰고 맞을 것은 다 맞았기에 조잡재의 둔부는 너덜너덜해졌다.

그의 곁에도 형틀이 놓여 있는데 거기엔 신혜서, 백잔성, 서성감이 엎어진 채 신음을 토하고 있었다.

백잔성과 서성감은 처음 곤장을 맞을 때 무림천자성에서 이 일을 알게되면 결코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 으름장을 놓았다.

물론 단원들은 코웃음을 쳤고, 덕분에 더 세게 맞았다. 안 해도 될 소리를 해서 매를 번 것이다.

“군사! 이놈에겐 말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길가는 사람을 막고 물어 보십시오. 이놈이 개과천선할 확률이 있는가를…! 그러니 괜한 정력 낭비하지 말고 그냥 아서궁(餓鼠宮)을 시행합시다.”
“예에? 아서궁으로 처벌하자고요?”

일타홍은 아서궁을 시행하자는 금면십호를 바라보았다. 이때 그녀의 얼굴엔 너무 잔인하지 않느냐는 표정이 어려있었다.

이것은 쇠로 만든 관(棺) 속에 벌거벗긴 죄수와 굶주린 쥐를 함께 넣는 것이다. 전신을 물어뜯는 고통도 고통이지만 뼈조차 남길 수 없는 형벌이다. 하여 일타홍은 생각만 해도 몸서리 쳐진다는 듯한 표정으로 금면십호를 바라본 것이다.

“그렇습니다. 사실 이놈은 아서궁만으로는 부족한 놈이지요. 그러니 먼저 송대팔고법(宋代八拷法)으로 다스리고 난 뒤 그것을 시행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송대팔고법은 또 뭐죠? 그것도 고문의 일종인가요?“

“물론입니다. 그건 송나라 시대 때 죄인을 다스릴 때 사용하던 방법인데 분조(盆弔), 토포대(土布袋), 만상(滿箱), 침사(針絲), 첨빙(尖氷), 소절도(小切刀), 요철피(凹凸皮), 석전관(石錢串) 이렇게 여덟 가지가 있어 팔고법이라 부릅니다.”
“흐음! 흥미롭군요. 분조는 어떻게 하는 거죠?”

“분조는 찰밥을 먹이고 밧줄로 묶어 거꾸로 매다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먹은 찰밥으로 인하여 위(胃)에 압박이 가해지고, 혈류(血流)가 역행하면서 참기 힘든 고통을 당하게 되는 거지요.”
“그래요? 별거 아닌 것 같네요. 그럼 토포대는요?”

“그건 사지를 꽁꽁 묶어 바닥에 눕힌 뒤 모래를 담은 포대를 하나씩 올려놓는 겁니다. 많이 올려 놓을수록 고통이 심해지는데 나중엔 오장육부가 파열되면서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되죠.”
“으으! 끔찍하군요. 만상은 어떤 거지요?”

“그건 작은 상자 안에 억지로 구겨 넣는 겁니다. 상자에 꽉 차기 때문에 만상이라 합니다. 이렇게 하면 혈행이 좋지 않아 붓기 마련인데 그러면 나오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억지로 끄집어내는 동안 엄청난 통증을 느끼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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