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수임비리 변호사 처벌 관대 '눈총'

비리 변호사에 솜방망이 처벌... "사법개혁 위해 일벌백계 필요"

등록 2004.07.30 18:50수정 2004.07.3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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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비리의 대표적인 사례는 사건을 알선하는 브로커에게 변호사가 수임료의 일부를 알선료로 지급하는 이른바 ‘악어와 악어새’와 같은 유착 관계를 꼽을 수 있다.

검찰이 법조비리 근절을 위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특별단속기간을 설정하면서까지 칼날을 뽑아 들었지만 법원은 비리변호사에 대해 ‘솜방망이’처벌을 내리고 있어 사법개혁을 주창해 온 법원의 개혁의지가 공염불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법원이 사건 브로커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법 잣대를 들이대면서 비리 변호사에 대해서는 관대해 형평성 문제와 함께 ‘법조계 동업자 의식’의 전형이라는 비판의 눈총도 따갑다.

대검찰청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전국 법조비리사범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변호사 13명(3명 구속), 변호사사무장 31명(20명 구속) 등 139명을 적발해 84명을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주요 사례, 변호사 영장기각…사무장 구속

대전지법은 지난 29일 사무장으로부터 사건을 소개받고 알선료를 지급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K(43)변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K변호사는 E사무장과 민사사건은 수임료의 30%, 형사사건은 20%의 알선료를 주기로 하고 2000년부터 2002년 3월까지 16건의 사건을 소개받고 3300만원을 준 혐의와 2003년 1월부터 2004년 5월까지 E사무장에게 매월 350만원씩 5950만원을 지급하고 35건의 사건을 소개 받은 혐의다.


법원은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4년6개월 동안 51차례만 사건을 알선 받는 데 그쳐 그다지 많다고 볼 수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으나 사건을 소개한 E사무장은 구속돼 형평성 논란에 대한 비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23일 대구지법도 2001년부터 올해까지 경매 브로커 4명을 고용해 경매 사건을 대행하게 해 주고 명의대여비 명목으로 5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E(45)변호사에 대해 징역8월에 집행유예1년, 추징금 5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변호사가 실정법을 위반한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사안”이라면서도 “피고인이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4월12일 서울중앙지법은 육군 법무감 재직시절 변호사들로부터 국선 변호료 1200만원을 챙기고, K변호사로부터 1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K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에 대해 징역10월에 집행유예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군 법무관 출신 변호사들이 후배 법무관 등의 복지를 위해 국선변호료를 기부하는 관행이 있었고 금액도 크지 않은 점 등을 감안했다”며 “피고인에 대한 집행유예도 무거운 형벌”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같은 달 8일에는 구치소에 수감중인 의뢰인들에게 반입 금지된 물품을 넘겨주는 등 이른바 ‘집사변호사’로 알려진 K변호사에 대해 이미 2000년 다른 범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징역1년에 집행유예2년을 선고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와 관련, 법원은 “피고인이 변협의 징계로 인해 어차피 변호사직을 유지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해명했지만 따가운 눈총은 피하지 못했다.

법원의 이 같은 잇따른 판결로 ‘솜방망이 처벌’ ‘제식구 감싸기’ ‘법조계 동업자 의식’ 등 갖가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장유식 변호사 “사법개혁 위해 일벌백계”

장유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변호사)은 “변호사는 사회 정의와 인권 실현에 노력해야 하는 공인인데 법조비리로 문제가 된 것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같은 법조인으로서 아프지만 법원이 자기 식구를 감싸기보다 (비리변호사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통해) 아픔을 도려내야 진정한 사법개혁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사무처장은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싹슬이’ 등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있는데 특히 구속되는 변호사들을 보면 전관 출신들은 빠지고 연수원 출신 개업 변호사들이 구속되는 경우가 있어 구속된 변호사들은 피해 의식을 갖는 경우도 있다”면서 “변호사업계의 전반적인 잘못된 관행에 대해 법원이 형평성을 갖고 일벌백계(一罰百戒)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사무처장은 “사회적 지위에 따라 구속여부와 양형이 고려되는 것도 사실인데 변호사의 구속비율이 낮은 것은 법원이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가 덜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영장이 기각되거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변호사일수록 오히려 지위에 따른 고도의 윤리적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비리 막는 방안 추진…처벌 강화

한편 열린우리당은 사법연수원이 법조인들의 지나친 동료 의식을 부추겨 법조 비리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 아래 판사는 법원연수원, 검사는 법무연수원, 변호사는 변협 연수원에서 연수를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또한 각종 비리 혐의로 형이 확정된 변호사에 대한 징계가 대한변협 자체로 이뤄져 ‘제식구 감싸기’란 지적이 일고 있는 만큼 징계 권한을 법무부로 이관하고, 징계 수위도 혐의에 따라 변호사 자격을 박탈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도 법원의 처벌이 관대하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비리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기 위해 대한변협 징계위원회의 위원을 변호사외 비법조인을 동수로 하거나 비법조인이 다수가 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징계위원회는 법원행정처장이 추천한 판사 2명, 법무부장관이 추천한 검사 2명, 변협에서 선출한 변호사 3명, 변협 협회장이 추천한 변호사가 아닌 대학교수 및 경험·덕망이 있는 자 각 1명 등 9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양승조 열린우리당 의원은 더 나아가 법조비리 사건으로 집행유예 이상의 판결을 받은 변호사의 경우 3년 동안 변호사자격을 정지하는 한편 법조비리사건으로 두 번 이상 집행유예 이상의 판결을 받은 변호사는 자격을 박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변호사법 개정안을 마련 중에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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