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언론인' 송희영 국장에게 띄우는 감사의 글

<조선일보>는 지금 '패닉 상태'

등록 2004.07.31 14:18수정 2004.08.0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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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전주에 머무르고 있는 관계로 30일자 아침 신문을 보지 못했으나 지인이 전화로 읽어주는 조선일보 송희영 국장의 칼럼을 들으며 우선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전북민언련 행사 관계로 무주를 다녀온 오후 늦게야 문제의 칼럼을 찾아읽었다. 읽으며 송 국장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조선일보 기자가 아니라면 전화라도 해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을 것이다. 왜 그런가.

첫째, 조선일보의 수준과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이다. 기자가 칼럼을 이렇게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기념비적인 글이다. 팩트는 없고 비방만 난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선일보가 내부적으로 심각한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는 비밀을 누설해주었다.

그리고 둘째, 조선일보의 활용가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일부 시민단체와 그 활동가들을 각성시켜주었다는 점이다. 조선일보가 특별히 튀지 않으면 가시적으로 적대시하지 않는 단체들을 완전히 돌아서게 만들었다.

게다가 수시로 지면에 소개하며 띄워준 ‘아름다운 가게’까지 불을 질러놓았으니 주워담기 어려울 것이다. 패닉 상태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글이다.

방상훈 사장은 최근 조선노보 700호 기념 기고문에서 “일부 안티세력의 정치색 짙은 공세 따위는 곧 사그러질 미풍에 지나지 않고 저는 그렇게 큰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정말 걱정해야 할 것은 조선일보 자체의 문제, 우리의 미래에 관한 문제입니다” 라고 했다. 또 어떤 기자는 “안티조선은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했다.

왜 이런 말을 할까? 두려움을 감추기 위한 위장이 아닐까? 아마 그럴 것이다. 진짜 걱정하지 않고 무섭지 않다면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송희영 칼럼 ‘짝퉁 시민단체’도 그런 공포의 산물이라고 본다. 시민단체의 기세가 두려운 것이다.

회심의 카드로 호기 있게 밀어붙였던 대통령 탄핵을 좌절시키는데 시민단체들의 힘이 컸으며, 친일진상 규명이나 언론개혁 등도 시민단체들의 힘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송 국장은 법적 책임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렇게 글이라도 뱉어내야 버틸 정도로 무력감에 빠져 있는 것이다.

송 국장은 조선일보가 무력감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칼럼에서 실토했다. “IMF 경제위기 때 40년 간 한국을 이끌어오던 재벌과 기존 언론, 관료집단, 안보관련 기구들은 상당수 권위를 잃고 말았다”고 한 것이다. 그렇다. 이제 조선일보의 권위는 크게 훼손되었다.

뿐만 아니라 한겨레를 제외한 대다수 매체들, 재벌, 관료집단, 안보관련 기구들이 모두 조선일보의 휘하에 있지 않았던가! 이들이 그 휘하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이 조선일보가 느끼는 열패감을 가중시킬 것이다.

송 국장은 이어서 “시민단체와 대안(代案)언론, 그리고 386세대 등이 우리 사회에 희망의 등대처럼 떠올랐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일이란 이 ‘희망의 등대들’을 두들겨 부수는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두들겨 부수는 것도 객관적 근거와 명분이 있어야 효과가 있을 텐데, 그것도 없으니 특기인 허위사실 날조를 자행하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고 바른 언론으로서 새 시대의 역사에 동참하는 결단을 내릴 수는 없고, 그냥 구경만 할 수도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딱히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이렇게 무리를 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런 사정을 적나라하게 확인해준 송 국장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단, “부패와 무능, 교활한 위선(僞善)”은 송 국장과 조선일보 자신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일깨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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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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