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오후 2시 30분께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장이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의 병실을 방문했다. 신 의장은 "먼저 건강을 챙기시라"고 권했지만 김 대표는 "파병을 하고 나면 건강이 무슨 소용이냐"며 완강한 뜻을 보였다.권박효원
"당 대표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 어머니의 마음으로 대통령을 뵙고 싶습니다. 테러를 걱정하지만 파병하지 않는 것이 테러방지 아닙니까? 평화재건이 목적이라면 노동자들을 보내야하는 거 아닙니까? 3일에 출병한다고 들었는데 우리 아이들이 더 죽거나 다치지 않도록 그 전에 꼭 만나서 제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8월 1일 오후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가 병실을 찾은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과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장에게 이라크 추가파병 철회를 눈물로 호소했다.
파병철회 무기한 단식을 진행하다 면목동 녹색병원에 입원한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는 급격한 혈당 저하로 포도당 주사를 맞았지만, 병원 측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미음은 입에 대지 않았다. 김 대표가 입원한 병실에는 병원장이 직접 '면회사절'이라는 문구를 적어놓았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이병완 홍보수석을 만나 "대통령을 만나 허물없이 이야기하고 싶다, 60여명의 의원들이 (파병재검토 뜻을) 함께 하고 있는데 재논의하자"고 말했다. 이어 오후 2시 30분에는 신기남 의장을 만나 "우리 당의 단식도 중요하지만 여당이 힘을 좀 써달라"며 "신 의장께서도 같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병완 홍보수석은 "걱정하시는 뜻을 꼭 전달하겠으니 빨리 쾌유하시라"고 답했고 신기남 의장도 연신 "충분히 의사표시를 하셨으니 저희에게 논의를 맡기고 건강회복에 전념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김혜경 대표는 짧은 대화도 힘겨운 듯 가쁘게 숨을 쉬며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고, 기자들이 질문을 할 때는 눈을 감고 있었다. 대화 도중 답답한 듯 손으로 가슴을 누르기도 했고 가끔씩 눈물을 흘려 옆에서 간병하던 심상정 의원이 이를 닦아주었다.
김 대표는 이에 앞서 오전 11시께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울먹이는 목소리로 "우리 아들들이 떠나기 전에 대통령을 다시 만나서 마지막으로 (파병철회를) 호소하고 싶다"며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민주노동당의 국회의원들이 모두 할만큼 했고, 저도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지도부를 만났지만 '벽'만을 느꼈다"며 국민들에게 "직접 나서서 자이툰 부대의 출발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여야 정치인들, 특히 '함께 민주화운동을 했던 후배, 동료'들에게도 "마지막 희망을 거두지 않게 해달라"며 파병철회운동에 동참할 것을 당부했다.
"민주화 운동 함께 하던 의원들, 희망을 거두지않게 해달라"
김 대표가 단식을 시작한 지는 벌써 10일째. 7일째였던 지난 7월 29일 저녁까지만 해도 생기를 띄고 농성일정을 소화했지만, 그날 밤 고열에 시달리면서 눈에 띄게 기력이 떨어졌다. 30일 오후 의사는 입원 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밝혔고 검사 후에는 "안정이 필요하니 당장 입원하라"고 권했다.
신장식 비서실장은 "김혜경 대표가 원래 고혈압이어서 단식 중에도 약을 먹었는데, 오히려 혈압이 너무 내려갔다, 혈당도 떨어지고 간수치는 높아진데다 담이 결려 호흡과 대화가 고통스러울 정도"라고 전했다.
김 대표가 입원한 뒤 민주노동당 최고위원들은 긴급회의를 열고 7월 31일부터 전원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서울시지부장, 경기도지부장, 인천시지부장 등 수도권의 시도지부장도 이에 동참했다. 이미 이영희, 최규엽, 김미희 최고위원은 김 대표와 같이 10일째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었다.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 마련된 농성장에는 민주노총, 파병반대국민행동, 한총련, 이주노동자협의회 등의 시민사회단체와 불교, 천주교, 기독교 등 종교계가 합류해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장기 단식자만 60여명에 달할 정도다.
이후 민주노동당은 2일 오후 3시 파병반대국민행동과 함께 자이툰부대를 방문하는 '가자! 자이툰부대로, 타자 평화의 버스를' 행사를 열고, 오는 3일부터 매일 청와대 앞 항의집회를 연다. 이어 7일과 15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파병철회 대규모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그러나 국회 내에서 파병중단 및 재검토 여론을 모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정미 최고위원은 "파병재검토를 위해서는 국회가 임시회를 재소집해야 하는데, 국회가 휴가 중이고 뜻을 모았던 의원들도 대부분 외유 중"이라며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1일 릴레이 농성을 진행하는 가운데 농성장 지지방문을 조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또한 이후 추가파병이 강행될 경우 '자이툰부대 철군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민주노동당 의원 10명은 지난 임시회에서도 '서희제마부대 철군결의안'을 제출한 바 있다.
다음은 김혜경 대표의 병상 기자회견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