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2일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친일, 유신독재 등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친일, 유신독재 등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확실시했다. 전당대회를 끝내자 마자, '아버지 전력'에 대한 여권의 공격에 시달리면서 휴가 같지 않은 휴가를 보낸 뒤 복귀한 박 대표는 2일 오전 상임운영위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 같은 태도를 분명히 했다.
박 대표는 지난 주말 노 대통령이 국가 정체성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의문사 진상규명위의 활동을 사실상 신임하면서 역사바로세우기의 의미를 강조한 것을 두고 "대통령이 가려고 하는 미래는 간첩이 민주화 인사가 되고 간첩 출신이 군장성들을 취조할 수 있다는 것이냐"라며 '대통령의 답변'을 재차 촉구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불쾌감도 표시했다. 박 대표는 "야당 대표로서 대통령에게 국가에 관한 질문을 하면 정부여당은 야당 대표의 개인문제를 가지고 답한다"며 '야당 대표 흠집내기' '야당 대표 죽이기'라는 언론보도를 직접 인용했다.
이어 박 대표는 "내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 두려워하는 것은 나라가 잘못가고 있다는 것이 가장 두렵다"라는 태도로 응수했다.
박근혜 대표 "야당대표로 질문한 것에 왜 개인문제로 답하나"
박 대표는 과거사 공방이 소모적인 정쟁으로 비춰지는 것을 의식, "민생·경제문제도 체제가 수호되고 안정이 되어야 살아나는 것"이라는 대응논리를 앞세웠다.
박 대표는 "바늘 허리에 실 감아가서 쓸 수 없지 않나, 암에 걸렸는데 아스피린 먹이면 병이 더 깊어진다"라는 비유를 써가며 "민생, 경제가 어려운데 이런 일만 하느냐고 하는데 정치권은 근본문제를 짚은 것이다"라고 맞섰다.
이날 회의에서 보여준 박 대표의 태도는 여러 가지로 이례적이었다. 통상 지도부 회의를 주재할 때 박 대표는 다른 당직자에게 발언권을 먼저 주고, 말도 아끼는 편이었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제가 먼저 말하겠다"고 마이크를 가장 먼저 잡았고, 간혹 노골적인 표현을 써가며 주장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박 대표는 "체제가 수호되고 안정이 되어야 경제도 살아나는데 (이대로 가면) 경제뿐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적인 어떤 것도 나갈 수 없다"고 말해 '전면전'의 양상을 보였다.
또한 경제불안 실태를 일일이 언급하며 "여권이 투자여건을 만들어주면 말려도 투자를 하고 불안하면 협박을 하고 별 짓을 다해도 안할 것이다"라며 평소와 다른 거친 표현을 사용했다.
박 대표는 이날 회의를 매우 적극적으로 주재했다. 박 대표는 "야당의 질문에 대해 대통령이 그렇게 대답한 것을 한나라당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대안을 내달라"고 대표단과 당직자들에게 즉석에서 물었고, 이어 노 대통령의 형 건평씨가 판사에게 전화를 건 사실을 언급했다.
박 대표는 "전화내용이 무엇이고, 어떤 경위로 전화를 한 것인지, 또한 사법부의 권위에 대해 대통령이 헌법 수호의지 천명했는데 형이 이래도 되는 것인지, 야당에서도 역할을 해야 한다"거 말해 진상조사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