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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육사의 투지와 지조를 온몸으로 펼쳐내고 있는 김진환 대표 ⓒ 정희경
'북(北)쪽「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움직이며
제비 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約束)이여!'
-이육사의 시 '꽃' 중에서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석양의 노을이 낙동강에 붉게 드리운 7월 31일 안동 이육사문학관에서는 이육사 탄신 100주년 ‘광야에서 부르리라’는 기념행사가 열렸다. 안동시 주최, 이육사 탄신 100주년기념행사 추진위원회,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안동지부 주관으로 치러진 이번 행사는 유족들과 유림, 안동시민 등 각 계층의 천여 명의 이육사 추모인들이 참가하였다.
특히 기념식 개막 행사의 하나로 올려진 창작춤 '꽃'은 유족들과 유림들의 중간박수를 받을 만큼 관객의 호응을 받았다.
"독립운동가로서의 그 존재 가치에 안무 중심을 두었다"며 작품 의도를 밝힌 '꽃'은 이육사의 생애를 춤으로 풀어낸 용오름 무용단 김진환 대표의 창작춤 이었다. 춤의 주제가 '꽃'이었지만 단 한송이의 꽃도 등장하지 않았다. 다만 '제비 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며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인 이육사의 신념과 희망만이 무대에 가득 채워져 있었다.
까마득히 먼 곳, 한 생명의 태동을 시작으로 춤꾼 김씨는 식민지 아들의 독립투사로 젊음을 태웠을, 이육사의 투지와 지조를 굵직하면서도 때론 강하게, 혹은 섬세하게 춤으로 풀어냈다.
살풀이,승무, 춘앵전, 학춤,탈춤 등 전통춤을 바탕으로 '꽃'이라는 상징으로 재창작의 작품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춤꾼들의 몸짓은 식민지 투사의 울분과 격앙된 감정을 내면을 깊이 삭히며, 차라리 한 떨기의 애잔하면서도 선명한 꽃물이 뚝뚝 묻어 나는 듯 싶었다. 조국을 위해 온몸으로 항거했던 민족 지사의 생애가 씨앗이 뿌려져 꽃이 피어나고, 결실을 맺는 과정에서, 춤으로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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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계층의 추모인들이 참여하여 그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 정희경
이번 행사에서 이육사 시를 낭송했던 송연주 시인은 "무대에 뛰어 올라 함께 춤을 추고 싶었다"라며 '꽃'의 감동을 한마디로 표현했다.
가족과 함께 참석해 공연을 관람한 김영철(가명, 방송국)씨는 “무대와 춤의 주제, 내용이 관객과 전체적 분위기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깔끔한 무대였다” 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편 휴가를 맞아 서울에서 왔다는 박연풍(회사원)씨는 "공연의 감독적 분위기를 끝까지 치고 올라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차라리 지역유지들의 축사 시간을 줄이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문화 공연 시간을 조금 더 할애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면서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많은 지식인들이 변절했던 암울한 시기에 조국 광복의 신념을 버리지 않았던 이육사의 삶은 오늘날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친일진상규명법이 논란이 일고 있는 이 때, 우리는 반세기 넘게 해야 할 책무를 방기하지는 않았던가! ‘백마를 타고 오는 초인’을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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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생명의 태동을 나타낸 장면 ⓒ 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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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춤으로 표현한 민초들의 몸짓 ⓒ 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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