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우리는 그런 거 안 써요"

[기획] 벼랑 끝 우리 농업, 안전한 농산물만이 살 길이다! <3>

등록 2004.08.02 19:56수정 2004.08.0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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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농법을 고집하며 채소와 쌀 그리고 사과를 생산하는 3명의 농민을 통해 우리 농업이 나아갈 바를 알아본다...<필자 주>

완전한 유기농법을 실천하고 있는 양선규씨

전국유기농협회 창립멤버이기도 한 양선규(50)씨는 1996년 품질관리원에서 유기농인증마크를 받았다. 논산시 부적면 부인리에서 약 3000여 평의 비닐하우스를 이용해 오이, 토마토, 쪽파, 고추 등을 재배한다. 농약이라고는 단 한방울도 사용하지 않는 완전한 유기농산물이다.

“작물은 1년 내내 생산하는데, 전량 생활협동조합에서 구매해갑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일반농산물보다 약 30% 정도는 더 받습니다. 그래도 무농약 농산물이니까 판매하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유기농산물 인증을 지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을 해야 한다. 여기서 농약을 쓰지 않는 것은 문제없는데 오염되지 않은 퇴비를 구하는 게 어렵다고 한다. 3000여 평의 비닐하우스에서 1년 동안 약 1억~1억20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오리농법으로 무공해 쌀을 생산하는 윤주보씨

논산시 광석면 율리 입구에 들어서면 논에서 ‘꽥꽥’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윤주보(43)씨는 10여 년 전부터 약 2만 평 정도의 벼농사를 짓는 대농이다. 그동안 혼자서 벼농사를 짓다가 동네 후배와 함께 공동생산을 하기로 하고 경작면적도 늘렸다. 특히 올해부터는‘영암벼’라고 하는 기능성 쌀 생산과 오리농법에 의한 무농약 쌀을 생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윤씨는 오리농법을 하는 3ha의 논에 약 700여 마리의 오리를 사육하고 있다.

“오리농법은 다른 지역에서는 일찌감치 도입하여 성공한 것으로 알아요. 올해 처음 해보았는데, 아직까지는 성공적입니다. 오리가 해충을 잡아먹고 잡초도 뜯어먹어 살충제나 제초제를 한방울도 쓰지 않아서 좋습니다. 또 오리도 해충이나 잡초를 먹고 사니까 사료를 주지 않고 키웁니다. 무공해 오리 사육도 하는 셈이죠. 도랑치고 가재도 잡는다는 말처럼 말이죠.”


왼쪽부터 박상구 박사와 논산농업기술센터내 천적실험실, 윤주보씨와 논에 있는 오리들,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 양선규씨와 고추, 김하권씨와 그린농장에 있는 나방을 방제하는 페로몬 트랩
왼쪽부터 박상구 박사와 논산농업기술센터내 천적실험실, 윤주보씨와 논에 있는 오리들,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 양선규씨와 고추, 김하권씨와 그린농장에 있는 나방을 방제하는 페로몬 트랩윤형권
그러나 골칫거리도 있다. 오리농법에는 새끼오리만 필요하다. 따라서 한 해 벼농사를 짓고는 오리를 빼야 한다. 이에 따라 동시에 많은 오리를 처분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윤씨는 요즘 오리가 필요한 동네 인근 주민들에게 한 마리에 2000원을 받고 판매하고 있다(문의 011-427-1579).

오리농법에 의한 무농약 쌀은 일반 쌀에 비해 높은 가격에 팔린다. 일반 쌀이 한 가마에 16만원인데 오리농법 쌀은 23~25만원 정도다. 쌀 한 가마에 7~9만원을 더 주고서라도 안전한 무농약 쌀을 사먹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이다.


병해충종합관리 실천으로 ‘IPM 사과’생산하는 김하권씨

가을철 고추잠자리가 빨갛게 물들 때면 사과도 함께 붉어져 수줍어하는 새색시 볼처럼 된다. 우리 생활에서 대표적인 과일 중 하나인 사과. 그런데 이 먹음직스런 사과가 나오기까지는 수십 차례 농약을 뿌려야만 한다.

김하권(50)씨도 10년 전까지만 해도 20여 차례 농약을 살포해 사과를 생산했다. 김씨는 농약 값은 물론 한해 농사를 지으면서 코와 입 그리고 피부로 들어가는 농약을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러나 병해충종합관리(IPM)라고 하는 농법에 관심을 갖고부터는 농약 살포를 거의 안 하고도 품질 좋은 사과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는 습관처럼 농약을 했는데 지금은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농약을 하지 않습니다. 농업기술센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고 나름대로 꼼꼼하게 기록하면서 연구한 결과입니다. 시행착오를 수십 차례 겪으면서 연구했습니다. 무농약 사과를 목표로 하고 당분간은 생산량이 줄어 손해를 보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꾸준하게 실천하다 보니 점점 품질과 생산량도 좋아졌어요. 내가 키운 사과를 우리 아이들에게 먹게 한다는 심정으로 농사지으면 됩니다.”

김씨네 그린농원(www.ipmfarm.com : 041-732-9539 010-3034-9539)에 들어서면 사과나무가 토끼풀로 덮여 있다. 이 토끼풀이 비료역할을 한다. 토끼풀은 콩과식물로서 땅속에서 뿌리혹박테리아에 의해 유리질소의 동화작용에 관여한다. 콩과식물인 토끼풀을 사과나무 밑에 둠으로써 비료역할을 하게 되는 것. 게다가 재배 농민을 아주 귀찮게 하는 점박이응애라는 해충은 사과 잎보다는 토끼풀이나 잡풀을 좋아해 사과에 미치는 피해를 자연적으로 줄이게 된다.

김씨네 그린농장 사과나무에는 재미있는 게 하나 걸려 있다. 사진에 있는 팔찌 모양의 가는 줄은 사과농사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나방류를 방제하기 위한 것이다. 암컷나방의 냄새를 풍기는 페로몬을 발라놓은 이 가는 줄을 사과나무 여기저기에 걸어 놓으면 수컷 나방이 냄새를 맡고 달려들지만 야속하게 암컷은 없고 가늘 줄만 있어서 여기저기 배회하다가 수컷이 교미시기를 놓쳐 사과나무 해충인 나방류의 번식을 막아준다.

김씨는 이외에 천적을 이용하기도 하고 성페로몬트랩을 이용한 정밀예찰, 컴퓨터를 이용한 정보수집과 교환 및 체계화 등으로 완전한 무농약 사과 생산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친환경농업의 실천은 쉽게 되는 게 아니다. 논산시농업기술센터와 같은 기관, 박상구 박사(박스 기사 참조)와 같은 친환경농업의 전문가 그리고 친환경농업을 믿고 실천하는 양선규씨, 윤주보씨, 김하권씨 같은 생산농가의 의지와 노력들이 모여 우리 식탁에 안전한 농산물을 올려놓을 수 있는 것이다.

"농약 사용 놓고 내기 해서 진 적이 없습니다"
[이사람] 논산시농업기술센터 박상구 박사

“이제는 병해충종합관리(IPM : Intergrated Pest Management)로 친환경농업을 실천할 때입니다.”

논산시농업기술센터 입구 현수막에 걸린 글이다. 병해충종합관리란 가능하면 농약을 쓰지 않고 농사를 짓는 것을 말한다. 어쩔 수 없이 농약을 해야만 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병해충 발생전후로 농약을 최소화 하든지, 천적이나 인체에 무해한 미생물농약 등으로 대체하여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일년 농사에 들어가는 농약 값이 500만원이고 수익이 1억이라고 할 때, 농약을 하지 않고 9500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게 환경문제, 소비자를 생각하는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병해충종합관리는 해충이나 병이 생기는 것을 미리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 무작정 때가 되면 농약을 살포하던 과거의 방식과 다른 점이 여기에 있다. 병해충종합관리는 정밀예찰 -> 병해충 발생 파악 -> 경제적 방제 순서에 의한 병해충 방제프로그램이 특징이다.

한국환경농업전문지도연구회 회장 박상구(42) 박사는 친환경농업을 설파하고 지도하는 ‘친환경농업 전도사’다. 박씨는 대학졸업 후부터 논산시농업기술센타에서 농업지도 업무를 맡고 있다.

박상구 박사가 친환경농업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충남대 농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공부하면서부터다. 박 박사는 2002년 <칠레이리응애로 점박이응애 방제에 대하여(딸기재배)>로 농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박 박사는 농민들 사이에서는 존경받는 ‘구세주(?)’로 통한다.

“수십 년간 농약을 해오던 분들은 병해충이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습관적으로 농약을 살포하는 경향이 있어요. 농약을 할 때가 됐는데도 농약을 안 하면 맘이 편치 않아 잠이 안온다고 합니다. ‘농약살포중독증’이라고 해야 할까요. 또, 어떤 분들은 ‘박 박사 말만 믿고 농약 안 했을 때 일년 농사 망치면 다 물어내야 혀!’라고 하면서 농약을 해야만 한다고 고집을 부리는 경우도 있어요. 이럴 땐 ‘좋아요. 내기해요. 제가 지면 다 물어 낼 겁니다’하고 설득해서 농약을 덜하게 하기도 합니다. 제가 진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박 박사는 믿고 따라주는 농민들이 고맙기도 하고 힘이 난다고 한다. 나이가 50세 이상 드신 분들은 농약을 살포해야만 농사를 짓는다는 고정관념이 강해서 설득하기가 어려운 반면 젊은 농민들은 과감하게 실천한다고 한다.

“이제는 농민들도 친환경농법으로 생산하는 안전한 농산물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과거의 농사 지도는 어떻게 하면 쌀을 몇 섬 더 생산할 수 있는지, 딸기를 좀 더 크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연구와 관심이 집중되었지요. 그러나 지금은 어떻게 하면 인체에 무해한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지가 연구과제며 주된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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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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