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온라인 특성 담고 있지 않아요"

패러디로 벌금형 선고받은 신상민씨 국회 앞 1인 시위

등록 2004.08.04 21:02수정 2004.08.04 21:50
0
원고료로 응원
“온라인은 저비용 고효율의 공간입니다. 돈이 많이 드는 선거판에서 현행 선거법이 효율적일지 몰라도, 온라인에서는 다를 수 있습니다.”

아이디 하얀쪽배 신상민(26·대학생)씨가 4일 11시부터 1시까지 국회의사당 앞에서 선거법 개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

a 국회의사당 앞에서 신상민씨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신상민씨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전형준

신씨는 “시민들의 건강한 정치참여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온라인의 특성을 반영한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자신에 대한 선거법 적용이 “법조문에 얽매인 나머지 사회적 고려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씨는 “나의 패러디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도 없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만으로 법원이 선거법 위반을 판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사법기관에서 국민들의 정치의식을 얕잡아 본 채, 인터넷 정보의 극히 일부인 내 패러디를 과대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씨는 지난 2월 ‘최병렬 스파이더맨’을 만든 이후 지금까지 80여 편의 작품을 패러디했는데, 그 중 17대 총선 때까지 만든 24편이 문제가 돼, 지난 7월 22일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상태다.

한 평범한 네티즌이었던 신씨는 “사실 2월까지는 포토샵도 능숙하게 다루지 못했으며 단순히 사진 편집만 하는 수준이었다”며 “이후 디자인에 대한 욕심이 생겨 적극적으로 배우게 되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요즘 와서는 내가 패러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쑥스러워 했다.

다음은 신씨와의 일문일답.


- 현행 선거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프라인에서는 좋은 점이 있는 선거법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탈법 문서의 게시에 관한 규정 같은 것은 돈 없는 후보가 일방적으로 불리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성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인터넷은 고효율 저비용의 매체다. 그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좋은 법이 온라인에서도 좋은 것은 아닐 수 있다. 이 부분이 이번 선거법 개정 촉구에서도 강조하는 점이다."

a 신상민씨가 최초로 만든 패러디

신상민씨가 최초로 만든 패러디 ⓒ 신상민

- 항소심에서는 어떤 점을 강조할 것인가.
"가장 중요한 점은 현행 선거법을 문자적으로만 해석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선거법이란 것이 공정한 선거를 통해 국민의 뜻이 반영되도록 하는 게 목적 아닌가. 입법 취지를 살려서 사회적인 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사건으로 처벌을 받는다면, 네티즌들의 자발적 정치 참여가 위축돼 사회적인 면에서 피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가.
"입건 전까지 24편을 했고, 그 이후로도 60여 편을 했다. 입건으로 인해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작품 활동을 중단할 경우 선거를 위해서만 작품 활동을 했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근래에는 학교폭력 등 사회적 문제를 다룬 작품들을 만들고 있다."

- 패러디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요즘 들어서 내가 패러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법을 엄격히 적용하는 건 웃자고 만드는 패러디에 너무 심각한 것이다. 처음 만든 패러디도 다른 네티즌이 노무현의 얼굴을 이용해서 만든 걸 내가 최병렬의 얼굴로 바꿔서 대응한 것이다. 패러디엔 패러디로 대응한다는 생각이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3. 3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4. 4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5. 5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