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소설] 호랑이 이야기 60

우물가의 무서운 나무 2

등록 2004.08.06 05:22수정 2004.08.0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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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무의 거대한 줄기는 그 큰 몸을 이리 저리 돌리며 백호를 공격하고 있었습니다.

바리를 등에 업은 백호는 우물 입구에 가려고 제 아무리 몸을 날려보았지만, 우물 근처에도 갈 수가 없었습니다.


바리를 업고 있어서 몸을 재빨리 움직일 수도 없었습니다.

화가 난 바리는 고개를 들어 나무에게 외쳤습니다.

“이 못된 나무야, 우리는 우물신을 만나러 저 우물 속으로 들어가야한단 말이야.”

화가 난 바리가 고개를 들고 나무에게 외치고 있는 사이 길다란 나뭇가지가 바리의 목을 뒤에서 휘어 감았습니다.

“악!”


놀란 바리는 얼른 목을 휘감은 가지를 두 손으로 감싸안았습니다. 그러자 바리는 가지에 매달린 채 하늘에 대롱대롱 매달렸습니다.

“바리야!”


그렇게 한 가지가 갑작스럽게 바리를 낚아챈 사이 백호 역시 다른 가지의 공격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땅에 고꾸라졌지만, 금방 다시 일어나 나무를 향해 뛰어올랐습니다.

나뭇가지가 바리의 목을 너무 억세게 휘어잡고 있어서 비명을 지를 힘조차 없었습니다. 숨이 막히고 답답해져 눈물이 나오려고 했습니다.

바리를 붙잡고 공중으로 휘두르던 나뭇가지는 바리를 끝내 땅 위로 던졌습니다.

비명을 지르며 땅으로 던져지는 바리를 백호가 얼른 받아 땅으로 내려놓았습니다.

바리는 벌써 어깨를 들썩이며 울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바리에 뇌리에 스치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리는 이전에도 그렇게 공중에 매달린 채 비명을 지른 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바로 측간신에게 찾아가던 날 측간신의 머리카락에 휘말려 공중에 한참을 매달려있던 것입니다.

그렇게 고생을 한 후 여의주에 기를 불어 넣어주신 측간신께서 주신 선물이 생각났습니다.

“내가 주는 선물이야,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이 구슬을 하늘로 던져라. 그러면, 도움이 될거야.”

측간신께서 바리와 백호를 마중하실 때 선물을 주시면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바리는 백호에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백호야, 측간신님이 주신 구슬을 얼른 꺼내보자.”

놀랍게도 그 구슬은 어떻게 알았는지, 백호가 깊숙한 곳에서 꺼내려고 하기도 전에 밝은 푸른 빛을 뿜으려 하늘로 솟아올랐습니다.

그 검던 구슬이 하늘에 솟아오르자 밝은 형광등처럼 빛나는 것이었습니다.

나무줄기가 바리와 백호를 공격하려고 힘을 주어 괴성을 지르며 날아오고 있었습니다.

괴성 소리를 들은 바리는 그 가지의 공격을 피하려고 고개를 숙이다가 그만 땅으로 아예 고꾸라지고 말았습니다.

얼굴을 땅에 묻은 바리가 숨을 고르고 있는 사이 갑자기 사방이 조용해진 것을 느꼈습니다.

바리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서 나무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습니다.

백호가 던진 그 구슬은 단단한 그물이 되어서 나뭇가지들을 꽁꽁 묶고 있었습니다. 나뭇가지는 전부 그물에 단단히 묶여있었고, 그 그물에서 벗어나려는 것처럼 줄기가 이러저리 몸을 뒤틀고 있었습니다.

그 나뭇가지에 휘감겨 고생을 한 바리는, 그물에 묶여 몸부림치고 있는 그 나무의 모습이 우습기까지 했습니다.

무릎을 탈탈 털고 일어나서 그 나무를 향해 외쳤습니다.

“이 멍청한 나무 같으니라구, 꼴 좋다.”

그때 백호가 외쳤습니다.

“아냐, 저 나무는 그냥 이 우물을 지키고 있을 뿐이야. 나쁜 나무는 아닐거야. 얼른 저 우물 속으로 들어가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백호는 바리를 등에 던져업고 우물을 향해 달렸습니다. 그물에 가지가 묶인 나무가 백호를 여전히 막으려 했지만, 그물에 묶인 채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습니다.

저 아래로는 우물이 구멍이 시커멓게 입을 벌리고 있었습니다. 순간 바리는 얼른 고개를 숙여 백호의 목을 꼭 잡았습니다.

그 컴컴한 우물 속에서는 바리가 지르는 비명소리가 길게 뻗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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