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권문용 서울 강남구청장이 대표회장으로 있는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관련, "지방분권화에 역행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전문가들도 동감을 표시하면서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저항이 갈수록 확산될 조짐이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조세형평 실현과 조세의 재분배 기능 제고를 위한 합리적 방안이라며 맞서고 있다. 만약 현행 세제체계를 유지할 경우 지방세 항목인 재산세나 종합토지세의 재분배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지방정부가 고소득층의 지역이탈을 원하지 않아 보유세 강화에 나서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사실 종합부동산세 논란은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부자 지자체'의 재산세 하향조정이 계기가 됐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배치되는 정책을 지자체가 구사함으로써 부동산 투기 억제라는 정부의 정책운영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방세 일부를 국세로 거둬들이는 방안을 고민하게 됐는데, 그 대표적 대안이 바로 종합부동산세인 셈이다.
종합부동산세란 지방세인 종합토지세, 재산세 등의 보유세를 국세(종합부동산세)와 지방세(토지세와 건물세)로 이원화한 세제이다. 1차적으로 시·군·구에서 관할구역내 부동산에 대해 과세(지방세)한 뒤 정부가 전국의 개인 소유 부동산 가액을 합산해 누진세율로 과세(종합부동산세)하는 방식이다. 소득재분배와 조세수출(Tax Exporting. 해당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이들이 세금을 내는 것) 억제 기능을 종합부동산세가 담당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목적에서 신설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협의회 쪽이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 제동을 걸기 시작하면서 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비화되기에 이르렀다. 현재 양쪽의 견해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쟁점 사항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반대론자 "지방분권에 역행" - 찬성론자 "지방자치 원칙 구현"
▲지방자치 취지와 배치 논란 협의회는 종합부동산세의 도입이 지방자치 흐름에 역행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조세체계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각 세금을 80:20 분배하는 구조인데, 종합부동산세의 도입은 20% 마저 앗아가겠다는 논리라는 것이다. 협의회는 "20%의 주 세목이 보유세인데 이것마저 어떠한 명목이든 가져가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정부 쪽을 비난하고 있다.
송쌍종 서울시립대 지방세연구소장도 지난 5일 '종합부동산세 신설방안의 대안모색 정책토론회'에서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되면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은 기초가 크게 흔들릴 우려가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인 종합토지세와 재산세를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로 이관하겠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은 정반대이다. 오히려 지방자치 원칙의 강화를 위해서라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정훈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자치 원칙의 강화라는 관점에서 보유세 이원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부동산 가격의 폭등, 일부 지자체의 보유세 강화 거부 등이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에도 보유세의 이원화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은 세금의 공동이용체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협의회의 주장에 반론을 펼쳤다. 최 소장은 "선진국은 세원의 공동관리방식을 쓰고 있다"면서 "우리구에 있는 세원은 내 것이고 아니면 네 것이라는 논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는 재산세 등의 보유세를 탄력적으로 운용해도 '자생'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지자체는 재정 빈곤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보유세를 이원화해 국세항목을 신설하고, 이를 빈곤 지자체에 배분해 지방자치 정신을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 도입 찬성론자의 주장이다.
반대론자 "동일 납세자가 두 번 부담" - 찬성론자 "중과세일 뿐 이중과세 아니다"
▲중복과세와 위헌여부 논란 협의회는 "종합부동산세는 근본적으로 동일한 납세의무자가 동일한 과세대상에 대하여 이중부담을 해야 한다"며 종합부동산세를 중복과세로 규정하고 있다. 협의회는 "과거 종합부동산세와 성격이 비슷한 토지초과이득세가 위헌판결을 받은 적이 있어 중복과세와 위헌여부의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도 했다.
박정우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난 5일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종합부동산세는 미실현 이익에 대한 보유과세이기 때문에 위헌의 소지가 있다"면서 "더욱이 납세의무자와 과세대상이 동일한 종합부동산세와 지자체의 토지세 등 지방세는 이중과세를 발생, 위헌시비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영태 소장은 "이중과세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중과세'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예를 들어 서울 강남과 지방, 제주 세곳에 땅을 가진 사람에게 누진과세를 할 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세원을 서울 강남이나 제주에서 가져가야 할 이유가 없다"며 "그 부분만 국가가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경제부도 "종합토지세를 부과하더라도 이미 지자체에 납부한 보유세 금액은 빼기 때문에, 중복 과세한다는 위헌시비는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대론자 "지방세제 입법권 약화 의도" - 찬성론자 "그런 말할 자격없다"
▲지방정부의 과세자주권 침해 논란 협의회는 종합부동산세의 도입이 지방정부의 중앙정부 의존도를 강화시켜 '과세자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방분권화 흐름에 맞춰 지방정부의 지방세제 입법권을 강화해 나가야 할 판에 오히려 거꾸로 된 정책을 펴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협의회쪽의 주장에 대해 최영태 소장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일축했다. 왜냐하면 과세자주권 확보에 소극적이었던 주체가 바로 지방정부였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DJ 정부 때부터 중앙정부는 자주재원 확보를 위해 보유세를 조금씩 올릴 것을 권장했는데도 지방정부가 반대해 왔다"는 예를 들기도 했다.
최 소장은 "지자체가 구민들에게 보낸 안내문에 보면 '구민의 세수는 최소화, 모자라는 세수는 국가나 광역시로부터 지원 받아서 살림살이를 하겠다'고 홍보해 왔다"며 "옛날에 풍부한 세금을 자주재원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가, 국가가 관여하겠다고 하니까 우리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고 비꼬았다.
이윤원 동아대 교수는 "권한 침해의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이를 악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논평했다. 과세자주권을 악용해 지역별 재산세 편차를 키워나감으로써 조세형평성 위배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의 방침에 반발하면서까지 재산세를 인하한 서울 강남구청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꼬집으면서 "지자체 이기주의"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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