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 '추곡수매 국회동의' 폐지 추진... 농민단체 반발

7일 양곡관리법 개정안 입법예고... 9월 정기국회 첨예화 예상

등록 2004.08.07 12:32수정 2004.08.0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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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부(장관 허상만)는 7일 추곡수매제와 관련해 국회동의 절차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농산물 시장 추가개방에 직면한 농업 정책의 본격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문경식·이하 전농) 등 전국농민연대는 사실상 쌀산업을 포기하는 것이라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1일 초안이 합의된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으로 정부의 보조금 감축이 불가피한 가운데 입법예고됐다. 추곡수매 가격에 대한 국회 동의제를 폐지, 시장가격으로 쌀을 매입하는 이른바 공공비축제 도입을 위한 것이다.

농림부는 추곡수매가를 국회가 최종 결정하는 추곡수매 국회동의제를 2005년부터 폐지, 2005년 하반기부터 공공비축제를 도입·시행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상정된다.

농림부 "공공비축제 도입 불가피... 수매제 효과 미비"

개정안은 공공비축용 양곡은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매입·판매토록 하고, 추곡수매제는 당장 폐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공비축 물량 조달방법의 하나로 실시여부를 임의로 채택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 시행될 경우 정부의 쌀 수매가와 정부관리양곡 수급계획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승인하면 된다. 또 수입쌀의 판매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원산지 허위표시 등이 적발되면 그 업자는 정부관리 양곡매입 자격을 박탈하는 등 포장양곡 원산지표시 기준을 강화했다.

이와관련 김종현 농림부 식량정책과 사무관은 "WTO와 DDA 협상에 따라 정부 보조금 감축이 불가피하다"면서 "쌀수매에 들어가는 지원금은 주요 감축대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조금 감축으로 수매물량이 줄어들고 결국 수매제도의 소득지지효과와 수급조절 기능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의 수매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 경우 식량안보라는 측면에서 최소한의 물량확보가 필요하다"면서 "추곡수매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고 추가적으로 비축제 실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림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쌀 생산량 중 정부 수매량 비중은 지난 95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직후 955만석을 수매했으나 2000년 629만석, 2003년 521만석으로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추곡수매제에 따른 지원금을 대표적인 감축대상 보조금(AMS)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정부의 WTO 주요AMS는 1조4900억원(95년 2조1825억원)으로 감소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농림부는 공공비축제를 통해 600만석 내외의 식량을 확보해 넘치면 유통업체를 통해 내다팔고, 부족하면 사들인다는 방침이다. 물론 비축물량 매입은 수확기 지역별 산지가격으로 매입하게 된다.

농림부가 공공비축제 도입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UR협상 당시부터 농업 전문가 등 사이에서 공공비축제 도입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었고, 농림부 역시 이를 검토해 왔지만 농민단체 등의 반발로 본격적인 추진이 미뤄졌다.

농민단체 "쌀농업 포기하는 것... 개정안 즉각 철회"

a 정부의 공공비축제 추진에 대해 농민단체들은 "쌀산업 포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일 가진 전국농민연대 과천정부청사 앞 기자회견.

정부의 공공비축제 추진에 대해 농민단체들은 "쌀산업 포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일 가진 전국농민연대 과천정부청사 앞 기자회견. ⓒ 전농 홈페이지

법 개정안이 자신의 소득과 직결돼 있는 농민들은 농림부의 방침을 사실상 추곡수매제 폐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와 관련 농림부 식량정책과 한 관계자는 "공공비축제는 농민보호 측면보다는 안정적 식량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면서 "숙제는 농민들에 대한 소득보전책인데 이를 담고 있는 것이 '쌀농가 소득안정대책안'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문경식·이하 전농) 등 전국농민연대는 5일 "양곡관리법 개정안 추진은 사실상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겠다는 뜻"이라며 "이는 쌀산업 포기, 한국 농업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한 것으로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농민연대는 "WTO농업 협상의 세부원칙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입개방에 대비한다는 명분은 지나친 패배주의"라고 지적했다. 또 전농 역시 성명을 통해 "수입개방에 대한 진정한 대책은 추곡수매제 폐지가 아니라 식량자급률 목표치 법제화 등 식량자급 계획을 수립하고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농민단체들은 ▲식량자급률 목표치 법제화 ▲농지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노동당 역시 양곡관리법 개정에 즉각 공식적인 반대입장을 보였다. 농민운동가 출신인 강기갑 민주노동당은 ▲식량자급에 대한 정책목표 모호 ▲쌀 개방과 관련 DDA 농업협상 진행 중 ▲추곡수매제 대안 정책의 농민 신뢰 부재 ▲추곡수매 국회동의제가 행정부 견제를 위한 입법부 고유권한 침해 등을 이유로 들었다.

정부의 'WTO DDA 협상 및 쌀협상에 대비한 쌀산업 종합대책'의 하나인 공공비축제 도입을 위한 양곡관리법 개정을 둘러싸고 정부와 농민단체 등의 갈등은 9월 정기국회를 기점으로 첨예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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