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임시회 말 '예결위 상임위화'부터 시작된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의 '야당공조'가 카드특감부터 경제대토론회 추진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은 잇따른 브리핑으로 '야당공조'를 강조하고 나섰고, 열린우리당은 이를 놓고 "한나라당과 통하니 행복하냐"며 민주노동당을 공격하고 있다.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중앙기자실에서 가진 단독 브리핑에서 "야당공조가 아주 부드럽게 이루어지고 있다"며 "경제대토론회에서 느슨한 형태의 결의문 채택과 정부에 대한 질의서 채택까지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 의원의 브리핑과는 달리 실제로 노선이 극과 극으로 다른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결의문을 채택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민주노동당은 "각 현안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한나라당과 공감할 수 있지만 대안은 같을 수 있겠냐"는 입장이다. 심상정 의원단 수석부대표는 경제 대토론회와 관련 "각 당의 정책을 합의하기보다는 국민들에게 서로의 다른 정책을 선보이며 진정한 '보수-진보 정책대결'을 펼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결국 한나라당이 실제보다 '야당공조' 수위를 높여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대한 압박으로 활용한 셈이다. 이 때문에 이종걸 수석부대표, 임종석 대변인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연일 "야당공조는 민주노동당 정체성에 맞지 않다"며 '우당'으로 여겼던 민주노동당에 대해 섭섭함을 나타내고 있다.
"민노당이 독자적으로 서민경제 살리기 부각시킬 수 있냐"
민주노동당은 일단 정책만 맞다면 한나라당은 물론 자민련과도 공조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지난 7월 국회 임시회를 마치면서 브리핑을 통해 "당리당략 차원의 연대는 하지 않겠지만, 정책적인 동의가 전제된다면 소수정당의 입지를 넓히기 위한 야당공조를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의원과 당직자들은 대부분 "'야당공조'에 따른 여론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노회찬 의원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원들이 한나라당과의 공조를 찬성하고 있다"며 "당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믿고 지켜보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심상정 수석부대표 역시 "민주노동당이 독자적으로 서민경제 살리기를 부각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냐"며 "(야당공조에 따르는)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한나라당도 정치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야당공조'를 아전인수격으로 활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오히려 한나라당 정책라인은 민주노동당과 정책차이가 커서 경제대토론회가 힘들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 | | 민주당 "여당은 야당에게 얻어맞는 샌드백" | | | "카드특감 당론 반대인데도 '야4당공조'로 오해" | | | | 장전형 민주당 대변인은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면 한나라당이든 열린우리당이든 쌍수를 들고 환영"이라며 "기본적으로 야당은 이의를 제기하고 여당은 얻어맞는 '샌드백'"이라고 말했다.
장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재벌을 대변하고 민주당 등이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면서 한발짝씩 양보해서 이견을 좁힐 수 있지 않겠냐"며 경제대토론회 결의문 채택 등 이후 야당간 합의에 대해서도 민주노동당보다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장 대변인은 "민주당은 일찌감치 카드특감을 반대했었다"며 "이를 '야4당공조'로 발표한 것은 이낙연 원내대표의 부재로 의사소통상의 문제도 있었지만 다른 당들의 '공조 부풀리기'인 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변인은 "민주당은 정쟁으로 비칠 수 있는 사안은 단호히 반대한다"며 "카드특감은 이미 감사원을 거쳤으니 국정감사를 해본 뒤에 특감 여부를 결정해야지, 바로 극약처방을 하면 정쟁으로 비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 | | |
민주노동당은 열린우리당의 공격에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친일진상규명법이나 정체성 논란 등에서는 열린우리당과 같은 입장에서 찬성 당론을 밝히거나 '독재진상규명위원회'를 제안하며 적극적으로 한 목소리를 냈는데 여기서 더 어떻게 '공조'하냐"는 입장이다.
심 수석부대표는 "우리가 열린우리당 이중대도 아니지 않냐"며 "이종걸 수석부대표가 (한나라당과 공조하지 말라고) 자꾸 충고하길래, '내가 열린우리당 지시받을 군번이냐'고 답했다"고 전했다. 당 대변인실에서도 열린우리당에 대해 논평을 내고 "열린우리당의 개혁후퇴를 먼저 부끄러워하라"고 반박했다.
노회찬 의원 역시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을 보는 것은) 미국이 한국을 보는 것과 비슷한 시각"이라며 "제대로 대우도 해주지 않고, 부부도 아니면서 마치 부부였던 것처럼 '네가 이러면 되느냐'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원내에서 열린우리당으로부터 받은 '대우'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한 셈이다.
당내 일부 신중론 "가장 이득보는 것은 한나라당"
그러나 당내에서도 야당공조에 대한 우려와 이에 따른 '신중론'이 없지는 않다.
김성희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이 국가정체성 논란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다른 당을 필요로 했을 것"이라며 "한나라당과의 공조에 대한 우려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또한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과 같은 개혁 입장을 낸 것은 '당연한 일'이라 부각이 안 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대변인은 그러나 "아직 심각하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며 "더 두고보면 한나라당과 다른 부분이 보다 명확하게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철 상임정책위원은 "현재 야당공조를 통해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민주노동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이라고 평가했다. 김 정책위원은 "특히 경제 대토론회는 다름을 확인한다는 목적이어서 다른 정책공조에 비해 명분이 약한 것이 사실"이라며 "원내외와 각 의원실의 '정책통'들이 수평적인 소통을 하며 전략을 짠다면 훨씬 다양한 방법으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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