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갈대김준
높은 언덕에서 순천만 갯벌을 쳐다보면 갯벌을 가로질러 몇 겹으로 대나무 말목이 박아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들은 문절구(운저리의 현지명)와 찔럭게(칠게의 현지명)를 잡기 위해 그물을 설치하기 위한 것이다.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사이에 자리한 순천만은 육지에 깊숙이 만입되었으며 수심이 매우 낮고 호수처럼 잔잔하다. 인근에 공장이 없고, 갯벌이 넓고 수십만 평의 갈대가 자라고 있어 고기의 산란과 서식 및 휴식처로 적절한 곳이다. 이런 탓에 이곳은 게, 지렁이, 짱뚱이, 패류 등 다양한 갯벌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다양한 갯벌 생물들은 어민들의 소득원이자, 다양한 보호 철새들이 먹이가 되고 있다.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철새로는 흑두루미, 알락꼬리 도요새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환경부는 순천만 흑두루미를 동북아시아두루미네트워크에 가입시키려고 하고 있다.
두루미네트워크는 세계적으로 1만여 마리밖에 남지 않는 두루미를 보호하기 위해 1997년에 결성된 조직으로 순천만은 그동안 조사를 통해 130마리가 월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호주에서 쉬지 않고 4000~5000Km를 날아온 알락꼬리도요새가 절반으로 줄어든 몸을 회복하여 시베리아로 이동하는 중요한 중간 휴식지이기도 하다.
순천만은 습지보존지역 지정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집중호우 시 상습적인 침수지역인데도 하천정비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병충해 농약은 물론 방제를 위해 논을 태우는 것도 어렵고, 재산권 행사로 어렵다는 것이다.
가을에 찾아와 봄에 돌아가는 철새들의 경우 가을철 추수를 앞두고 곡식들을 마구 먹어대기 때문에 농민들에게는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갈대밭이 확장되면서 농수로를 메워 물길이 막혀 홍수 시 농작물 침수는 말할 것도 없고, 논에까지 갈대가 들어오고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고막양식을 하는 와온과 화포의 경우에는 오리들이 양식장에 들어와 통째로 고막을 먹어 치우기도 한다. 그동안 순천만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던 통발어업, 덤장 등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방안이 모색되지 않으면 안 될 형편이다.
순천만은 유일하게 갯벌이 잘 보존되어 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순천만을 생태계 구성원의 하나로 여기고 함께 사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주민들이 아끼고 가꾸면서 생활할 수 있는 순천만. 짱뚱이와 갯벌 생물들의 지속적인 생활이 가능하고, 철새가 찾는 그러한 순천만 갯벌은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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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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