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막아!", 지율스님 보도통제 나선 경찰

9일 오후, 불교계 지율스님 지지 방문시 취재진 보도 통제

등록 2004.08.09 19:17수정 2004.08.09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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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의 청와대 이동을 막아선 경찰. '지금 취재 통재를 하느냐'는 취재진의 항의에 경찰은 명확한 해명도 없이 지율스님 면담 보도를 방해했다.
취재진의 청와대 이동을 막아선 경찰. '지금 취재 통재를 하느냐'는 취재진의 항의에 경찰은 명확한 해명도 없이 지율스님 면담 보도를 방해했다.오마이뉴스 김태형

청와대 앞에서 단식 41일째를 맞고 있는 지율 스님을 지원하기 위한 '도롱뇽 소송인단 100만인 서명 범불교운동본부'(이하 서명본부)가 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출범식을 가진 가운데, 출범식 이후 지율스님을 방문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하던 서명본부 관계자와 취재진을 경찰이 과잉통제해 물의를 빚고 있다.

오후 3시께 조계사에서 출범식을 마친 서명본부 관계자들과 취재진 30여명은 차량 등을 이용해 청와대 앞 분수대로 향하는 도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종로경찰서 소속 경찰 100여명은 정부합동청사 앞에서 차량 등을 막아서며 지율 스님 면담을 저지하고 나섰다.

수경 스님 등 서명본부 관계자들은 해당 자리에 있던 종로경찰서장 등에게 '무슨 근거로 지율스님 면담까지 경찰이 막느냐'며 강력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서명본부 관계자 일부와 경찰들은 거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그대로 청와대까지 가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서명본부 관계자들은 종로서 정보과장 등과 협상을 하며 '5명씩 청와대 앞으로 가도록 하겠다'고 양측 간에 합의를 한다. 이 과정에서 종로서 정보과장은 "취재진은 2명만 보내기로 했다"며 서명본부 관계자들에게 "동행할 기자를 고르라"고 이야기했다.

청와대 진입 도로를 통제한 경찰. 이날 지율스님 방문에는 서명본부 관계자 20여명과 취재진뿐이었으나 경찰은 "5명씩 이동하기로 서명본부 관계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취재진의 접근을 막았다.
청와대 진입 도로를 통제한 경찰. 이날 지율스님 방문에는 서명본부 관계자 20여명과 취재진뿐이었으나 경찰은 "5명씩 이동하기로 서명본부 관계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취재진의 접근을 막았다.오마이뉴스 김태형

"정간법 등록 기자만 통과시켜라"

이에 일부 취재진은 '지금 보도통제 하는 것이냐'며 강력 반발했지만 종로서 관계자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채 '그냥 그렇게 하기로 했다'며 백창기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 회장과 취재진 일부를 청와대 앞으로 보냈다.

법보신문 등 자리에 남아있던 20여명의 취재진은 청와대로 발길을 향했으나 곧 경찰 병력 수십 명이 길을 막아섰다. 일부 기자들은 경찰들과 실랑이를 벌이며 길을 열어 줄 것을 요구했으나 현장에 있던 경찰들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후 한 차례 더 서명본부 관계자와 취재진 일부가 청와대로 다시 향하기도 했으나 현장 경찰은 7명까지 통과를 시킨 후 "기자들 막아, 기자들 막아" 외치며 취재진을 또다시 저지하기 시작했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과 서명본부 관계자 일부는 통제를 하는 이유를 계속 따져 물었지만 현장 책임자였던 종로경찰서장 등은 이미 청와대 앞으로 이동한 상태였다.

20여분 대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경찰 무전기에서는 "정간법에 등록된 매체 기자들만 기자증을 확인하고 통과시키라"는 연락이 계속 들렸다. 이 소리를 들은 몇몇 기자들은 기자증을 제시하며 통과를 요구했으나 경찰은 한참동안 이 요구마저 들어주지 않았다.


일부 기자들은 "청와대 안도 아니고 청와대 앞길인데 도대체 왜 기자증을 요구하고 길을 막아서는 것"이냐고 거칠게 항의했고, 또 다른 기자는 명함을 제시하며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댄데 정간법 운운하며 취재 자체를 막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빨리 조속한 조치를 취해 달라'는 취재진의 항의에 현장 경찰들은 "위에서 시키는 것이니까 어쩔 수 없다"며 담당관에게 연락을 해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서명본부 관계자와 면담중인 종로서 경찰들.
서명본부 관계자와 면담중인 종로서 경찰들.오마이뉴스 김태형

"목숨 건 단식에는 묵묵부답, 이런 일에만 요란 떠나"

현장에서 경찰 통제에 항의하던 기자는 청와대 분수대 앞 효자동 사랑방에 있던 경찰 관계자에게 취재통제 이유를 물었다. 해당 경찰관은 "왜 길을 막아서는지 자기도 모르겠다"며 "뒷길로 현장에 오는 것은 어떻냐"고 답변할 뿐이었다.

이미 30분 가까이 통제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율 스님을 방문하러 갔던 서명본부 관계자 일부는 이미 취재진과 경찰이 대치중이었던 장소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율 스님이 지난 6월 30일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한 이후 <오마이뉴스>는 이미 수차례 인터뷰와 취재를 해왔지만 오늘처럼 경찰에 의해 청와대 앞 진출 자체가 통제된 적은 처음이다.

현장에 있었던 박정민 불교환경연대 생태보전국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율 스님을 면담하고 108배를 드리려는 사람들에게 조차 경찰은 2명씩만 하라고 통제를 했다"며 "천성산을 살리기 위해 이 무더운 폭염 속에 목숨 건 단식을 벌이고 있는 수행자의 절규에는 묵묵부답인 정부가 이런 일에는 왜 이렇게 요란을 떠는지 모르겠다"며 불쾌한 심경을 내비쳤다.

서명본부 관게자 일부는 청와대로의 진출 과정에서 경찰과 거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서명본부 관게자 일부는 청와대로의 진출 과정에서 경찰과 거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오마이뉴스 김태형

조계종 총무원 등, 공사중단-환경영향평가 재실시 요구

한편 서명본부는 이날 배포한 대국민성명서 등을 통해 "지금 한 수행자가 대형국책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진행되고 있는 파괴로부터 천성산과 무수한 생명을 살리고자 목숨을 건 단식을 41일째 벌이고 있다"며 "지율 스님이라는 개인과 불교라는 종교의 틀을 넘어 생명과 평화, 화해와 상생이라는 가치를 지키는데 국민 여러분이 앞장서 달라"고 호소했다.

조계종 총무원 역시 ▲고법재판 판결전까지 천성산 구간 공사의 일시 중단 ▲부실한 환경영향 평가 보완책 수립(재실시) ▲이후 노선 변경 및 공사 재개 여부 결정 등의 내용을 담은 제안서를 청와대와 정부에 전달했다.

서명본부 역시 동일한 입장을 전달하며 "위 사항이 해당구간 노선 '백지화'를 요구했던 당초 요구보다 크게 양보한 내용이라는 점"과 "지금 현재 정부가 공사 중지를 권고한 항소심 재판부의 결정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서명본부는 '도롱뇽 소송인단 100만인 서명운동'의 여론 확산을 위해 향후 릴레이 150일 단식기도를 비롯해 각종 단체의 선언운동, 거리 홍보, 천성산 방문 캠페인 등을 조직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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