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산대놀이 96

복마전

등록 2004.08.10 08:46수정 2004.08.1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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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난감하게 되었소이다. 각지에 흩어져 있던 동지들이 모두 감영으로 붙잡혀 들어가고 있소이다."

옴 땡추는 허여멀쑥한 사내의 보고를 들으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래, 팔승이의 행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더냐?"

"확실하지 않습니다만 아마도 원래 생각대로 청주로 가서 화적들과 함께 그곳 병영을 장악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어리석구나! 일이 헛되이 되고 있다는 것을 어찌 눈치 못 채었단 말인가? 이리되면 팔승이는 살릴 방도가 없구나!"

옴 땡추는 한숨을 쉰 후 남아 있는 사람들을 모두 불러모으라고 일렀다. 허여멀쑥한 사내는 아마 최후의 일전을 불사할 것을 예상한 듯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모두 모이시었소?"


사람의 표정을 모두 제각각이었다. 굳은 의지를 보이는 사람, 침통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사람, 겁을 집어 먹은 사람 등등등. 개 중에는 이미 일이 틀렸음을 알고 제 몸 하나를 건져 도망가 버린 사람들이 상당수 빠져 있었다.

"지금부터 잘 들으시오. 내 말을 들으면 살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이외다. 내 말을 들을 사이도 없이 이미 제 갈 길을 간 사람들은 결코 무사하지 못할 것이오."


옴 땡추는 목이 타는지 옆에 놓은 물 사발을 들어 벌컥벌컥 들이킨 후 말을 이었다.

"나와 아우들은 이 길로 관아에 가 스스로 잡힐 것이오. 물론 그대들도 모두 날 따라 관아로 들어가야 하외다."

사람들은 놀라서 웅성거리며 소란을 일으켰다. 옴 땡추는 바닥을 '탁탁'치며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이대로 우리가 생각한 바를 밀고 나간다면 그대들은 물론 가족들까지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면치 못할 것이오! 허나 날 믿고 따른다면 그대들은 때를 기다리며 평상으로 돌아갈 수 있소이다. 정 날 믿지 못하겠다면 이 자리를 뜨시오! 허나 떠나는 자들은 나중에 필시 내가 용서치 않을 것이외다! 자 어쩌시겠소!"

몇몇 사람이 눈치를 보더니 뒤로 물러서 나가 버렸고 또 몇 사람이 이를 뒤따라 황급히 빠져나갔다. 하지만 옴 땡추는 이들을 잡지 않았다.

"그렇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은 나를 믿는 것이니 연판장을 돌리겠소. 이 연판장은 관아에 물증으로 내놓을 것이외다."

사람들은 떨리는 손으로 연판장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나갔다. 사람들이 나간 후 허여멀쑥한 사내가 옴 땡추에게 물어 보았다.

"이제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너도 날 믿지 못하는 것이냐?"

"그런 것은 아니옵니다! 다만 이는 모역죄라 형님께서 무사하지 못할 것이기에 얘기하는 것입니다."

"걱정 말아라. 난 죽지 않고 너도 죽지 않으며 저 자들도 분명 무사하다. 다만 당장은 팔승이의 안위가 걱정되는구나."

옴 땡추의 걱정은 모른 채 청주로 간 혹 땡추는 화적떼들을 모아 그 우두머리 권훈과 함께 병영을 칠 준비에 한참 열중하고 있었다.

"화약과 무기는 충분하고 병사들의 사기도 충만해 있사옵니다. 다만 한양에서 우리의 거사가 고발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니 내심 불안할 따름이옵니다."

권훈의 말에 혹 땡추는 장검을 뽑아 살펴보며 으르렁거리듯 중얼거렸다.

"한양의 일은 병사들에게 말하지 말 것이며 행여 이를 발설하는 자는 군율로 다스려라. 여기는 여기대로 일이 잘 풀리면 그만이다. 오늘 자시(子時)에 병영을 장악할 것인 즉 지금은 편히 쉬기나 하면 된다."

권훈은 그 말에 걱정을 잊었다는 듯 허허 웃어 보였다.

"아마 병영은 쉬이 장악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대다수가 성을 증축하느라 빠져나간 상태이며 남아있는 병졸들은 늙고 병든 자들뿐이니 말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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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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