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볼트 감전사고 딛고 새 인생 살아요

노래방 운영하면서 인생의 즐거움 다시 찾은 홍영일씨

등록 2004.08.10 11:45수정 2004.08.1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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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홍영일씨

홍영일씨 ⓒ 이성원

약 2만2천 볼트 고압선에 감전됐으나 기적적으로 살아난 홍영일(42·칠곡군 약목면 삼주아파트)씨. 온갖 시련을 딛고 일어서 지금은 노래방을 운영하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전기활선 기사였던 홍씨는 2000년 4월 실수로 약 2만2900 볼트 전류가 흐르는 고압선에 왼손이 닿았다. 물론 절전 차단장치가 돼 있었으나, 쇠붙이를 든 상태여서 스파크를 일으키면서 온몸에 불이 붙었고 홍씨는 그 자리에서 실신했다.

경북대병원에 입원한 홍씨가 이틀이 지나도 깨어나지 않자 장례준비를 하라는 의사의 말에 가족은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을 겪었다. 그러나 홍씨는 3일만에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났다.

홍씨는 당시 의사가 자신을 실험대상으로 여긴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괴로웠다며 그 때를 회상했다. 동맥이 터진 상태라 심장으로 바로 혈액을 공급하는 등 16차례의 수술를 거치면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했지만 뒤에서는 좌절과 허무가 기다리고 있었다. 몸 구석구석이 흉터투성이고 양손 사용이 불편한 2급 장애인이 된 홍씨는 2년간 폐인이 돼 술로 괴로움을 달랬다고 한다. 부인 윤명희씨의 따뜻한 배려도 달갑지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언젠가는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으며 남편이 살아있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생각으로 기나긴 세월을 보냈다"고 말했다.

부인의 간절한 소망과 주위 사람들의 깊은 관심으로 홍씨는 올해 1월말 약목 삼주아파트 앞에 노래방을 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강변탁구단 동호인들과 만나 탁구도 신나게 치고 노래방 손님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자신이 이렇게 살아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홍씨는 장애인이 된 후부터 상대의 고충을 몸으로 안 만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어 지난 3월 뒤늦게 경북과학대 사회복지과에 입학했다.


자신의 역경을 아름다운 꿈으로 승화시켜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그에게 고압 전류가 흐르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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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갖자"는 체 게바라의 금언처럼 삶의 현장 속 다양한 팩트가 인간의 이상과 공동선(共同善)으로 승화되는 나의 뉴스(OH M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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