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행정수도 이전 추진을 반대한다"

민주노동당 충남지부 이용길 위원장 인터뷰

등록 2004.08.13 20:57수정 2004.08.14 09:17
0
원고료로 응원
민주노동당 대전시지부, 충남도지부, 충북도지부 등 '행정수도 이전 관련 민주노동당 충청권 대책위(이하 ‘대책위’)'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행정수도 이전 추진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책위는 기자회견문에서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정책은 정권유지 전략에 불과하고 수도권 과밀에 대한‘현상유지 정책’이지 해결책은 될 수 없다”며 “행정수도 이전은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가져다주지 않을 뿐 아니라 이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자, 서민들의 피해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7월 1일, 충청권 중심으로 대책위를 구성하였고 중앙당에서도‘민주노동당 행정수도 이전 문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며 "이들 활동을 통해 수도권 과밀화 해소, 지방분권, 국토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는 종합적인 대안을 마련 중에 있고, 앞으로 당원토론, 공청회, 토론회 등 민주적인 의사수렴 과정을 충분히 거쳐 노무현 정권의 밀어붙이기식 일방적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충남지부 이용길 위원장
민주노동당 충남지부 이용길 위원장김갑수
민주노동당 충남지부 이용길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13일 오후 1시, 민주노동당 충남지구당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 행정수도 이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인가?
"노무현 정권의 행정수도 이전은 ‘정치논리에 의한 밀어붙이기’에 불과하다. 행정수도 이전 공약자체는 대선 시 충청권을 의식한 득표 전략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행정수도 이전 반대는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이다’라고 표현해, 반대논의를 묵살해왔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전 자체에 대한 반대이다. 행정수도를 연기·공주로 이전한다고 해서 과밀해소와 균형발전이 해소된다는 것 자체가 의문이다."

-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들, 언론의 반대 여론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대책위에서도 내부적 논란이 많았다. 지역 언론과 여론의 반대도 예상했다. 하지만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과장, 왜곡된 측면이 많다. 신행정수도가 충청권 경제난을 해소해 줄 것이란 ‘신기루’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무런 검증도 없었다.

행정수도가 연기·장기로 오는데 서산·태안 주민들이 잘 될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 피해 당사자들에 대한 문제도 심각하다. 유치 지역 서민들은 집값, 땅값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치적 부담이 있다고 하더라도 행정수도 이전이 제 2의 새만금·고속철도가 되지 않기 위해 막아야 한다. 민주노동당이 대변하고 있는 노동자·서민들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행정수도 이전은 안 된다."


신행정수도 이전 지역으로 확정된 공주시 장기면 일대
신행정수도 이전 지역으로 확정된 공주시 장기면 일대김갑수
- 지방분권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적극적 찬성입장을 밝혀왔다. 시민사회와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정부에서는 연기·공주지역이 전국에서 2시간 내의 생활권이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그 만큼 연기·공주가 과밀화 될 거란 말이다.

대구·부산 등 나머지 지역의 균형발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시민단체의 역할과 우리의 역할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판단이 옳다면 반대여론이 있더라도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


- 지방분권과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균형발전이라는 것은 지역의 균형, 계층간 균형, 산업간 균형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자 농민은 여전히 어렵고 일부 계층만 잘 사는,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어렵고 유흥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부유한, 이런 종류의 균형이 어떻게 균형발전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라는 의견도 있다
"늦었다고 생각되는 때가 가장 빠른 때다. 다음 정권에서 야당이 다시 집권하면 행정수도 이전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제부터 시작한다 해도 절대 늦은 것은 아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
"행정수도 이전의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인의 피해접수 및 조사 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며, 8월 21일에는 천안 상록 리조트에서 당원을 대상으로 하는 공개토론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중앙당 차원에서의 대안이 마련되면 본격적인 홍보와 설득작업을 병행하겠다."

대책위 김양호 집행위원장은 전화인터뷰를 통해 “얼마 전 중앙당에서 청와대 공공기관 지방이전 담당국장이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전비용이 45조 6천억이 소요된다고 말해, 어떻게 계산된 것이냐고 물었더니‘정치적 계산법에 의해’ 산출되었다고 말했다. 이게 말이 되는가?"며 “8월 16일, 중앙당 차원에서의 구체적 대안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행정수도 이전만이 지방분권, 균형발전, 과밀화 해소의 유일한 대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역 언론들도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한다고 해서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왜곡된 보도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신행정수도 이전지가 공주·연기지역으로 확정 발표된 8월 11일 '신행정수도 최종후보지 확정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통해 “이제부터라도 국론분열과 국력낭비를 불러오는 지리한 소모적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신행정수도 건설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줄 것을 정치권에 강력히 촉구한다”는 주장을 발표한 '지방분권운동 대전 본부' 김수현 사무국장은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고 반대논리를 펴는 것이 아닌 원론적인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는 것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지역적 현안에서 꾸준히 협조관계를 유지해 온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들이 이번 갈등을 어떤 방법으로 해결해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2. 2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3. 3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4. 4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5. 5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