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길 골목 맨꼭대기의 한 집 앞마당에서 바라본 용산의 랜드마크 _ 국제빌딩이인우
카메라를 꺼내들어 이주현장을 기록하고 있는 내게 두 명의 청년이 다가와서는 건물들을 찍지 말라고 한다. 나는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되물었지만 대답은 "아무튼 찍지 마세요!"였다. 그리고는 그들은 한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나는 카메라로 기록하는 것이 결코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서 무너지고 사라져가는 사람들의 흔적을 카메라에 담았다.
골목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자연스럽게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아니 다 쓰러져가는 걸 뭣 하러 찍어요?"
그리고는 아직도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속내를 내게 한참동안이나 설명하듯이 털어놓으셨는데 그 주 내용은 "갈만한 곳도, 이주비용도 없으며 세상 살기가 왜 이리 힘든가?"였다. 골목길에 자라고 있는 키 큰 잡초를 뜯어 그것을 다듬어가며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고단한 재개발 현장 세입자의 삶이 그대로 묻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