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통합 있을 수 없습니다"

[인터뷰]민주당 한화갑 대표

등록 2004.08.15 18:06수정 2004.08.15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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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대 총선을 앞두고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조순형 당시 대표하고 추미애 의원이 다투니까 한화갑이가 추 의원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 말을 추 의원이 들었으며 기가막혔을 거예요. ‘내가 왜 한화갑이 말 듣고 해?’ 그럴 거 아니에요.

4·15 총선 등록 전 서울에 와서 조 대표와 추 의원을 만나서 '당을 위해 전부 화해하고 총선에 임해야 한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조 대표는 나를 만나줬지만 추 의원은 나를 만나주지 않았어요. 만나지도 못하고 갔다고요. 추 의원 그런 사람이에요. 그러니 추 의원이 들으면 기가 막힐 거 아닙니까. ‘한화갑이 지가 뭔데 시켜’ 한다든지, ‘내가 한화갑이 말 듣고 할 그 정도밖에 안돼?’ 그럴 거 아니에요, 그런 사람을 내가 어떻게.”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15일 <시민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지난 총선 당시 ‘조순형-추미애 갈등 배후설’에 대해 이렇게 심경을 토로했다. 한 대표는 이어 “저 계보 없어요. 대선 당시 대표직 사임과 관련해 내 주변 사람 몇 사람에게 물어봤어요. ‘내가 대표에서 물러나야 겠느냐? 어떻게 해야 하느냐’ 했더니 전부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어요. 100%가 물러나라고 했습니다. 한화갑이를 위해서 발언을 해준 사람이 없어요. 한화갑 계보는 없는 겁니다"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한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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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일보

- 열린우리당에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민주당을 떠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누구든지 민주당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전당대회 할 때 선출직에 나갈 수 있는 것이고. 그러나 저는 민주당 탈당하고 나간 사람들 당장 데리고 올 생각 없어요. 그리고 민주당이 몰락하는데 직간접적으로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 이 사람들도 자숙해야 해요. 지금 새 출발하는데 전부 옛날 그 얼굴 가져다 놓고 ‘우리 달라졌습니다’ 이럴 수 없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죠.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고 앞으로 정당대회 할 때 선출직에 나오면 되는 거 아닙니까?

난 탈당한 사람에 대해서는 입당을 권유할 생각 없습니다. 정범구 의원한테는 개인적으로 미안하게 생각해요. 한화갑하고 친하다고 해서 공격을 많이 받는데 엄격히 따져 볼 때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한화갑 계보는 없어졌어요. 대통령에 줄을 섰지 한화갑이한테 줄 선 사람 없어요. 그리고 대통령 당선되고 나서 한화갑이 물러나라고 했잖아요. 친노쪽에서. 그때 ‘왜 한화갑이 흔드냐’고 항의해준 사람 한 사람도 없었어요. 섭섭했습니다."

- 열린우리당과의 합당 가능성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열린우리당과의 통합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도 않아요. 왜냐하면 한국의 정당사를 볼 때 열린당도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돼서 생긴 당이기 때문에 노무현 정권이 끝나면 없어질 정당으로 보고 있어요. 민주당이 독자적인 목소리를 그대로 가지고 가면 과거의 지지기반을 다시 회복할 수 있고 그렇게 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시 통합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통합 얘기하는데 그러면 뭣 때문에 분당을 해서 나갔습니까? 분당을 해서 나갈 때 ‘민주당은 부패정당이다. 개혁정당이 아니다. 그리고 지역정당이다’ 이렇게 욕하고 나간 사람들 아닙니까. 자기들은 깨끗하고 정국정당이고, 그리고 1년도 못됐는데 ‘통합하자’고요? 도대체 그런 일관성 없는 사람들에게 뭣 때문에 우리가 휩싸여 들어갑니까. 통합은 생각할 수 없는 것입니다.

- 통합없이 민주당 홀로서기가 과연 가능할까요?
"우리 민주당의 당면 과제는 몇 가지가 됩니다. 첫째는 최소한의 생존 여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당내 단합이 중요하고, 둘째는 우리가 제3당으로 발돋움 하는 것입니다. 제3당이 되는 길은 외부에서 국회의원을 영입하는 방법이 있고,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길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가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선거가 있게 되면 우리가 좋은 후보를 내세워 당당하게 심판을 받겠습니다. 거기다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대를 거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대한민국 국민들 사이에서 ‘5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문화국가 국민인데 민주당 정도의 정통정당은 살려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애기들이 있어요.두 번째는 민주당이 다른 정당과 구별되는 점입니다. 민주당은 야당으로 있다가 정권을 잡아서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당이고 또 여당이 되어서는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정당입니다. 그런 정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장점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지난 총선 때 민주당에게 표를 찍지 않았던 과거의 민주당 지지 세력들이 ‘선거가 잘못됐다. 민주당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다. 우리의 실수였다. 이 다음에 민주당 살리자’ 이렇게 돌아서고 있습니다. 우리의 지지자들이 그래요. 그것이 우리가 희망을 가지고 정도를 가야겠다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지금은 고달프지만 결국 과거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할 것입니다.

- 그러나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열린우리당과 합당하지 않고서는 좋은 선거결과를 얻기 힘들 것 같습니다. 민주당의 정통성을 인정 하지만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겠냐는 생각인데.
"좋은 후보 내세우는 것이 중요하죠. 그리고 그때 당시의 정치 상황이 중요합니다. 지난 총선 때는 탄핵 때문에 민주당이 타격을 받았는데 지금 여당이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무리 잘해도 표를 주고 싶은 마음이 없을 정도로 민심이 떠나 있는 것은 사실이죠. 그렇다고 무조건 민주당에 표를 줄 것도 아니고 우리 국민들이 균형감각을 찾을 겁니다. 그렇다고 막연히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데이터를 준비해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내세우는 겁니다.

물론 우리가 철저한 반성을 통해서 새 출발을 해야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 현재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로드맵을 그리고 있는 중입니다. 과거와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표 주시오’ 할 수 없는 것이니 민주당 스스로 달라져야 합니다. 우선 진성당원 위주로 당을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당비 내는 당원을 많이 받고 정책중심의 대안제시를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100% 지지를 받을 수 없으니 우리의 정당정책과 부합되는 층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한 정당 세일을 해야 합니다.

당원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성당원으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당대회를 하면 전에는 수백 명이 모였는데 지금은 수천 명으로 늘어났고 중앙당에서 여비를 한 사람 한 사람 줬는데 지금은 민주당은 재정형편이 어려워 장소 빌릴 돈을 마련하는 것도 어려워요. 그러니 어찌 여비를 줍니까. 그러나 여하간 당원들이 지방에서 올라와 투표하고 내려가야 해요. 진성당원 아니면 당 대회를 할 수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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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일보

- 지역정당을 주장하셨는데, 지역정당이 뭡니까?
"저는요, 선거계획에는 공약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중앙당이 조정하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습니다. 지금은 지역중심의 지역정당이 돼야 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민주당이 중앙당의 천편일률적인 지시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길을 가야 한다는 거죠. 서울특별시 민주당, 경기도 민주당, 광주 민주당은 다 똑같은 민주당이지만은 활동내용은 다르다 이겁니다.

결국 현지 주민들을 지지자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지역현안을 가지고 제각각 활동영역을 창출해야 한다는 거죠. 광주의 현안과 서울의 현안이 부딪힐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행정수도 이전을 두고 충청현안은 오게 하는 것이고 서울의 현안은 못 가게 하는 것 아닙니까. 같은 민주당도 이렇게 다릅니다. 그러기에 지역특성을 살려 당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중앙정치에 있어서는 당론이 필요하지만 지방정치에 있어서는 그 지역의 당론을 자체적으로 정하라는 겁니다. 이것이 지방화에 맞는 정당운영이죠. 그러기 때문에 중앙당의 힘이 약합니다. 결국 앞으로의 정당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뿌리내리려면 지역당이 돼야 합니다. 서울의 민주당은 서울 지역당이 돼야 하고 부산의 민주당은 부산 민주당이 돼야 한다는 거죠.

지방자치가 이렇지 않습니까? 어떤 지방자치고 지방을 위해 일을 하지 다른 지방자치를 위해 일하는 것은 없죠. 그러니까 서울 같으면 서울시와 경기도가 부딪칩니다. 서울시장의 경우 서울특별시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지 경기도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같은 민주당도 이해가 상반될 경우는 부딪칩니다. 그러기에 지역당이 돼야 한다는 말입니다.

-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 민주당론과 한 대표의 생각에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민주당의 당론은 천도가 아닙니다. 실행하려면 국민합의 속에 하라는 것입니다. 법이 통과됐다고 해서 법대로 하려 하지 말고요. 왜 그러냐면 노무현 대통령 임기가 3년 남았습니다. 3년 안에 다 옮겨 가는 거 아니에요. 다음 대통령이 받아서 해야 하는데 국민의 합의가 없으면 다음 대통령이 공약을 실천할 의무가 없는 것이지요. 그럼 벌려만 놓고 끝나는 거 아닙니까. 이 공약이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국민의 합의를 도출해내라 이겁니다. 지금은 반대가 압도적입니다. 엊그제 신문을 보니까 57.4%가 수도이전을 반대했잖아요.

또 행정수도 옮기는 것이 경제 살리는 것보다 더 급한 것입니까? 청년실업 해소보다 더 급한 문제입니까? 더 중요한 것이 있어요. 행정수도를 옮긴다는 것이 균형 있는 발전과 서울의 과밀을 해소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균형 있는 발전을 하려면 먼저 재정균형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과거 서독의 경우를 보면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은 중앙에서 돈을 많이 보내줘요. 그리고 재정자립도가 높은 데는 작게 보내줍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무슨 사업을 할 때 지방에서 50%를 부담하라고 해놓고 하기 때문에 빈익빈부익부가 돼요. 재정자립도가 높은 곳은 중앙 돈을 많이 가지고 가고 재정자립도가 낮은 곳은 못가지고 갑니다. 이것은 균형발전이 아니에요 수도이전이 균형있는 발전을 위해서라면 제일 낙후된 지역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균형 있는 지역발전으로 지방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살기 좋게 만들면 지방으로 이사도 가고 서울로 오라고 빌어도 안 온다 이거죠. 그러니까 그런 정책을 써야지 수도를 옮김으로써 과밀을 해소하겠다 그러면 그 수도가 과밀되면 또 옮겨야겠다는 것인지. 그러기 때문에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지요. 천도는 반대합니다. 공조하기 위해서 반대하고 찬성할 필요는 없습니다. 각자 자기 생각대로 반대하고 찬성하다 보면 똑같은 의견일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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