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에 물어보라" 언론 접촉 꺼리는 이천공장 직원들

LG정유 파업사태가 영향미친 듯..."여론몰이가 노사상생 해친다" 지적도

등록 2004.08.18 19:57수정 2004.08.19 10:51
0
원고료로 응원
a 진로 노동조합이 법정근로시간만 일하는 `준법투쟁`에 돌입한 가운데, 18일 오후 경기도 이천공장 생산라인에서 '참이슬'이 '준법투쟁'이전의 생산량에서 25%정도 줄어든 량이 생산되고 있다.

진로 노동조합이 법정근로시간만 일하는 `준법투쟁`에 돌입한 가운데, 18일 오후 경기도 이천공장 생산라인에서 '참이슬'이 '준법투쟁'이전의 생산량에서 25%정도 줄어든 량이 생산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8일 오전 <오마이뉴스> 기자가 진로 이천공장을 찾았을 때, 생산직 직원들은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렸다. "준법투쟁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도 이들 직원들은 "노조에 물어보라"며 답변을 피할 정도였다.

서울지하철노조 파업, LG칼텍스정유 노조의 파업이 언론의 '여론몰이'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됐던 전례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듯 보였다. LG칼텍스정유 노조원들처럼 신분이 노출돼 불이익을 받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하는 듯 했다.

이천공장 G-BOX 라인에 근무하는 50대의 한 여성 노동자는 '노조 지도부의 준법투쟁 결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노조를 믿고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뒤 이내 입을 닫았다. '말씀을 기사에 인용하기 위해 성함과 연세를 알려줬으면 한다'는 기자의 요청에도 이 직원은 "말하고 싶지 않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a 직원들이 소주의 품질을 확인하면서 이상이 있는 제품을 골라내고 있다.

직원들이 소주의 품질을 확인하면서 이상이 있는 제품을 골라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다른 직원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박스 포장 라인에 근무하는 한 여성직원도 기자의 거듭된 질문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언론을 향해 직접적인 불만을 토해내지는 않았지만,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준법투쟁 이후에 특별히 바뀐 것은 없다"는 한마디와 근무한지 20년이 넘었다는 답변만을 받을 수 있었다. 신분 노출도 극도로 꺼렸다.

노골적으로 접촉을 피하는 직원도 있었다. 출고창구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파업에 돌입하면 동참할 것이냐'고 묻자 "노조에게 물어보라"며 더 이상 대꾸하지 않은 채 일에만 몰두했다. <오마이뉴스> 기자는 몇차례 더 말을 걸었지만 "노조에게 물어보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에 대해 이인철 노조 운영부장은 "언론에 메시지가 전달이 잘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노조 지도부들은 언론의 보도태도와 왜곡된 여론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계학 노조 서울지부장은 "노조가 적법절차를 통해 파업을 한다하더라도 언론이 잘못된 것처럼 몰아간다"며 언론의 '반노동적' 보도태도를 성토했다. 그는 "이는 상생을 위한 노사문화 정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언론에 의해 '귀족노조의 파업'으로 여론몰이를 당할 것을 우려한 듯 선뜻 이천공장 직원들의 평균임금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지부장에 따르면 20년차 이천공장 직원의 급여는 월 220만원으로 이 가운데 50%는 '오버타임'을 통해 벌어들이고 있다. 오버타임을 제외하면 기본급은 110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 지부장의 설명이다.

a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노동조합 사무실앞에 모인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노동조합 사무실앞에 모인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소주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출고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소주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출고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2. 2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3. 3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4. 4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5. 5 6개 읍면 관통 345kV 송전선로, 근데 주민들은 모른다 6개 읍면 관통 345kV 송전선로, 근데 주민들은 모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