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물이, 물과 산이, 산과 사람이 만날 때

[포토 에세이] 어느 여름날의 양수리 두물머리

등록 2004.08.19 09:56수정 2004.08.1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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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여름날 물을 보며 시원함을 느낀다. 시원스레 떨어지는 폭포나 계곡의 물줄기도 좋지만 고요히 잠겨 있는 깊은 물을 보면서, 묘한 청량감과 깊은 고요감을 쨍쨍 맑은 여름날과 대조적으로 느껴 보는 것도 좋다.

그 깊은 고요감과 적막감을 느끼기에 좋은 장소가 바로 양수리 두물머리가 아닌가 싶다.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면 닿을 수 있는 이 곳은 수도권 답지 않은 고요함과 시골 분위기로 오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강변북로를 따라 가다 보면 '양평'이라는 표지판과 6번 국도가 나오는데, 두물머리는 이 국도를 쭈욱 따라 가면 만날 수 있다. 국도를 따라 가는 길에는 한강 주변의 아파트 숲과 자연들이 어우러져 가는 길을 심심하지 않게 해 준다.

두물머리를 찾는 일은 조금 신경 써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이정표를 놓치고 지나치기 쉽기 때문이다. <남양주 한강 공원>이라는 표지판이 나오면 주의를 기울이며 길가의 푯말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작게 쓰여진 표지판을 발견하고 우회전을 하면 좁은 흙길이 나온다. 이 흙길을 따라 안으로 깊이 들어가면 두물머리를 만날 수 있다. 멀찌감치 차를 세워 두고 논두렁길을 걸어가 보는 것도 좋고, 다리가 불편하다면 차를 가지고 가 작은 주차장에 세워 두고 주변 풍광을 감상하면 된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합수하는 지점, 두물머리. 이곳에 가면 깊고 고요하며 풍요로운 물을 만날 수 있다. 멀리 첩첩이 물안개에 휩싸인 산자락을 바라보다 보면 마음의 평화가 저절로 찾아온다.

a 양수리 두물머리의 깊은 물의 고요함

양수리 두물머리의 깊은 물의 고요함 ⓒ 강지이

a 안개에 휩싸인 산자락들이 주는 신비

안개에 휩싸인 산자락들이 주는 신비 ⓒ 강지이

a 유기농법으로 재배하는 논이 많은 양수리

유기농법으로 재배하는 논이 많은 양수리 ⓒ 강지이

두물머리에 들어서자마자 만나게 되는 것은 바로 자연 퇴비 냄새. 이곳 양수리는 유기 농법으로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곳들이 많다. 그 퀴퀴한 냄새가 익숙해지려면 조금 시간이 걸리지만 도시 매연에 찌든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갈대숲 사이에 놓인 나무배와 현대식 조각배는 오는 이들의 마음에 어디론가 작은 배를 타고 떠나고 싶은 충동을 부채질한다. 갈대와 어우러진 배들의 풍경은 마치 모네의 그림을 보는 것처럼 점점이 시야에 들어와 박힌다.

a 갈대숲 사이에 놓인 오래된 나무배

갈대숲 사이에 놓인 오래된 나무배 ⓒ 강지이

a 작은 배를 타고 강물로 나간다면

작은 배를 타고 강물로 나간다면 ⓒ 강지이

두물머리에서는 낭만적이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한 편의 시를 읊고 싶어질 것 같다. 하다 못해 정태춘의 <북한강에서>라는 노래라도 한 가락 들으며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디서나 놀이거리를 찾을 줄 안다. 엄마 아빠와 함께 두물머리에 놀러 온 아이들은 돌담에 걸터앉아 보기도 하고 쉬고 있는 배 안에 들어가 장난을 치기도 한다. 흙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좋아하는 아이들은 도시 아스팔트에서 얼마나 얽매여 살고 있는 것일까.

a 자연과 함께 노는 아이

자연과 함께 노는 아이 ⓒ 강지이

a 자연과 함께 노는 아이 2

자연과 함께 노는 아이 2 ⓒ 강지이

이곳에 위치한 커다란 은행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더위를 피해 가족과 함께 이 곳에 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에 대한 정겨움이 절로 생긴다.

그 정겨움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아름다운 풍경과 고요. 두물머리는 수도권의 복잡함과 소음이 완전히 씻겨 내려간 공간이다. 그 깊고 깊은 고요 속에서 잔잔히 흐르는 깊은 물을 바라보며, 멀리 안개에 휩싸인 산자락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다면.

수도권에 살더라도 가끔은 이런 여유를 맛보길 꿈꾼다. 그 여유가 꼭 많은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두물머리 나들이를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풍부한 감성을 얻고 돌아간다면 좋지 않을까.

a 양수리의 상징, 커다란 은행나무 그늘

양수리의 상징, 커다란 은행나무 그늘 ⓒ 강지이

a 팔다리가 잘린 채 제 자리를 지키는 고목

팔다리가 잘린 채 제 자리를 지키는 고목 ⓒ 강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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