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선의 축소모형.국립해양유물전시관
그로부터 700여년이 흐른 지난 1975년 전남 신안군 증도면 방축리 앞바다. 수백년 동안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 채 바다 밑에서 잠자던 난파선은 한 어부의 그물에 걸린 6점의 도자기로 인해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인양작업이 시작돼, 9년 동안 건져 올린 유물은 도자기 등 공예품을 비롯해 목재와 식물, 씨앗 등 2만300여점에 이른다. 화물을 실은 무역선의 형체도 바다 위로 나왔다. 지난 1980년부터 4년 동안 선체 파편 720여점도 인양됐다. 실려 있던 각종 화물과 이를 입증하는 물표가 난파선의 목적지와 당시 교역형태를 짐작하는 역사적 단서를 제공했다.
유물 가운데 목패에는 화물주의 이름과 선적날짜, 일본 후쿠오카의 하코자키궁과 조적암, 경도의 동복사라는 절이 목적지라고 새겨져 있었다. 따라서 일본 사찰로 가는 화물을 실고 중국 절강성 영파를 출항한 이 배는 신안 앞바다에서 침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길이 34m, 폭 11m, 200톤 규모인 난파선을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것인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목포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이 개관하기 직전인 지난 94년 문화재연구소 부설 목포해양유물보존처리연구소가 주관해 700여 동안 바다 밑에 잠들어 있는 고대 무역선에 대한 복원작업에 착수, 지난 2003년 인양된 선체 파편으로 실물복원을 완료했다. 유속이 빠른 바다 밑에 수백년이 흐르는 동안 다행히 남아 있는 부분은 갯벌에 묻힌 난파선의 우측 부분이었다.
바다 속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선체 좌측 부분과 수많은 화물들은 강한 조류와 각종 바다생물들에 의해 본래 모습을 잃었다. 난파선은 도자기 등 실려 있었던 화물에 대한 인양작업을 마친 뒤 분리해 인양했다고 한다.
목포국립해양유물전시관 학예연구실 이철한씨는 "해체 인양된 선체 편을 축소해 모형으로 제작해 복원한 결과, 신안선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복원작업은 목재로 된 선체파편의 나이테와 못 구멍 등을 상하로 맞추는 등 조립과 해체작업을 반복했다.
이 난파선에서 원나라 시대 동전이 28톤이나 실린 사실이 흥미를 더 해준다. 동전은 중국 광동성 일대를 비롯해 아열대 지방에서 자생하는 자단목도 함께 실렸는데, 배의 맨 밑에 실어서 균형을 잡아주는 추 역할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