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공, 럼스펠트를 고발하다

일 오키나와 시민단체 천연기념물 앞세워 미군기지 건설 제동

등록 2004.08.21 13:46수정 2004.08.2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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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키나와 환경단체들이 미국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 소송은 파주 스토리사격장, 다그마노스 훈련장 내 문화재 문제도 불평등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이 아닌 미국 법에 근거해 해결할 실마리를 주고 있다는 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9월 26일 일본 천연기념물인 '듀공(Dugong)'을 선두로 미국과 일본 시민단체들이 럼스펠드 미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는 오키나와의 '듀공네트워크 오키나와', '듀공보호 기금위원회', '헤리포트건설저지협의회', '일본환경법률가연맹' 등과 미국의 '생물다양성센터', '터틀아일랜드 회복 네트워크'가 공동 행보를 취했다.

오키나와 환경네트워크는 지난 18일~20일 수원대학교에서 열린 환경운동연합 매향리미군국제폭격장주민대책위원회 주최한 '제2차 군사활동과 환경문제에 관한 국제 워크숍'에서 이같이 밝혔다.

a 환경운동연합, 매향리미군국제폭격장주민대책위는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수원대에서 '제2차 군사활동과 환경문제에 관한 국제 워크숍'을 개최했다.

환경운동연합, 매향리미군국제폭격장주민대책위는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수원대에서 '제2차 군사활동과 환경문제에 관한 국제 워크숍'을 개최했다. ⓒ 박신용철

바다 포유류의 일종인 듀공이 세계 최강국 국방부장관인 럼스펠드를 '국가역사보호법' 위반 혐의로 소송한 것은 바로 오키나와현에 신설 예정인 '헤노코 해상기지 건설' 때문이다.

이번 소송은 주일미군 기지 문제로 미국 본토에서 법적 소송을 건 첫 사례라는 점 이외에도 미국의 '국가역사보호법(National Historic Preservation ACT. NHPA)'을 활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미국의 국가역사보호법(NHPA)은 '미국이 국외에서 하는 활동에 대해 당사국의 문화재보호법으로 보호되어 있었던 사물에 대하여 당사국의 법률을 엄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해외에서 미국이 직접 개입했고 당사국의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 전제가 된다. 듀공은 일본 문화재보호법상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어 포획하거나 생식환경을 파괴하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다.

이들이 듀공 소송을 제기한 것은 1995년 오키나와 주일미군의 소녀 성폭행사건이 발단이었다. 오키나와 헤노코 해상기지건설문제와 듀공 항소 사건을 보고한 오키나와 환경네트워크 마키시 요시코주(건축가·60)씨는 "이 사건이 미군기지의 펜스를 풍경처럼 자연스러운 일부로서 받아들여왔던 우리들에게 미군기지의 심각성을 자각시켰다"며 "소녀 성폭행 사건 이후, 오키나와 주민은 미군기지의 조정 및 축소를 요구하기 위한 목소리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주일미군의 소녀 성폭행 사건으로 오키나와현에서 미군기지 반대 요구가 거세지자 미일 양국 정부는 95년 11월 오키나와에 관한 특별 행동위원회(SACO)를 발족시켰고 5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점(96년 4월)에서 중간보고를 거쳐 같은 해 12월 오키나와현 내에 있는 기지로 이전하는 조건으로 하는 SACO합의를 체결했다.

SACO 합의서는 ▲건설 이후 40여년 이상 경과한 주일미군 병원, 주택, 통신시설을 별도 기지에 신설하고 기존 공여지는 반환 ▲나하 군항과 후텐마 비행장의 이전 ▲아하 훈련장, 간바루 훈련장의 반환 등을 주요 골자로 담고 있다.

당시 미군기지 반대 목소리를 높이던 오키나와현 주민들은 "불과 5개월이 채 되지 않아 후텐마 기지 반환이라고 하는 중대 성격의 문제가 결정될 수 있는가"라고 하는 의문을 품었고 이 의문은 SACO합의의 배경에 숨겨져 있는 사실을 미군 문서로부터 밝혀내는 연구회를 발족시킨 계기가 되었다.

마키시 요시코주씨는 "후텐마 비행장은 시가지 중심에 있어 위험하기 때문에 반환하고 대신 헤노코에 해상기지 건설을 실시한다는 게 양국정부의 설명이었다"면서 "그러나 헤노코에 해상기지를 건설하는 대신 후텐마 기지를 반환한다는 것이 숨겨진 진실이다"라고 주장한다.

헤노코(邊野古)는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나고(名護)시에 위치한 작은 어촌마을로 앞 바다에 후덴마(普天間) 공군기지의 대체시설을 건설하려던 미일양국이 들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51년 미국에 이양되었던 오키나와는 1972년 일본에 반환되었다. 이와 관련해, 오키나와 현립 공문서관에서 미군기지 이전과 반환문제에 관한 문서(1970년 1월 작성)가 발견됐다. 이는 헤노코 해상기지 건설의 의문을 푸는 계기였다.

'베트남전쟁 중이었던 1965년 새로운 비행장 건설에 알맞은 토지를 조사했다.…이 중 한 곳이 헤노코 해상 매립이었다'

오키나와 환경네트워크는 이를 근거로 "미국 해병대가 헤노코 매립의 비행장 설계도를 1966년 1월 설계했다"며 "갯벌인 헤노코의 바다를 메워 3천m의 활주로를 만들 계획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일 양국은 이를 기초로 1996년 9월 29일 '일본 오키나와 후텐마 해병대 항공기지의 이전을 위한 국방총성의 운용조건 및 운용구상 최종안'을 마련했다.

듀공?

▲ 듀공
ⓒ국립수산과학원

바다소목[海牛目] 듀공과의 포유류.

학명: Dugong dugon
분류: 바다소목 듀공과
분포지역: 아프리카 동해안으로부터 홍해, 말레이반도, 필리핀, 호주 북부, 반다해 및 남태평양의 여러 섬
서식장소: 산호초가 있는 바다
크기: 몸길이 약 3m / 두산대백과사전
그런데 천연기념물인 듀공이 1997년 미해병대 이전 예정지인 헤노코 인근에서 발견되었다. 오키나와 환경네트워크는 헬기 촬영과 듀공이 해초류를 먹다 남긴 흔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럼스펠트 국방장관과 미국정부는 ▲1972년까지 미국이 오카니와에 기지를 건설하고 사용해 왔지만 72년 오키나와 지정권이 일본정부로 반환된 이후 주일미군지위협정에 근거 일본정부가 기지를 만들고 이것을 미국에 제공하고 있다 ▲97년 최종안은 일본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2002년 7월 매립계획을 세운 것이므로 미국정부 관여는 없다는 등의 반론을 제기한 상태다.

반면, 오키나와 환경네트워크는 "럼스펠드측이 스스로 설명하고 있는 바와 같이 72년까지 오키나와의 기지 건설에 일본정부가 관여할 수 없었기 때문에 66년 매립계획은 미군 해병대의 독자적인 계획이었다"면서 "66년 계획을 97년 최종안에서 인용하여 일본정부는 97년 최종안에 근거해 비행장과 육상부 두 개의 다리 혹은 다리를 연결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계획이 면밀한 연관성을 가지고 진행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미국 재판부는 미국정부가 헤노코 해상기지 건설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놓고 결정을 앞두고 있다. 미국정부의 개입여부가 판결되어야만 듀공 등이 NHPA에 따라 본소송 진행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일본 오키나와현의 천연기념물인 듀공을 놓고 럼스펠드 국방장관과의 법적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같은 법률이 스토리사격장과 다그마노스훈련장 내 문화재 문제에 적용될 개연성이 높아 주목을 받고 있다.

주한미군은 지난 1월초 스토리사격장 증설 공사를 하면서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고 기자는 사격장내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분묘를 확인해 종친회 측이 경기도에 문화재등재 신청서를 제출했다.

만약 경기도 문화재위원회가 원주 김씨 종친회의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일본의 듀공 소송을 원용해 미 국방장관을 상대로 한 법적 소송이 가능해진다. 우선적으로 스토리사격장이 주한미군 전용 사격장이라는 점과 증설공사가 주한미군에 의해 진행된다는 점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김관철 파주녹색환경시민모임 대표는 "듀공 소송에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 "일본과 한국에서의 미군기지 문제가 심각한 상황인 만큼 국제연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병천 아주대 법학부 교수는 미국의 '국가환경보호법'도 주한미군의 환경범죄에 적용 가능한 법률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소 교수는 "미국의 국가환경보호법은 역외적용 가능성을 둘러싸고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이 법은 여타 미국 환경법과 달리 미국 내에만 작용된다는 조항이 없을 뿐 아니라 본문에서 '환경문제의 전지구적이며 장기적인 특성' 등을 언급해 일반 환경에 대해서도 적용 가능하다는 뉘앙스를 띠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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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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