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석은 토종 연인의 날입니다

여름 끝자락에 하는 칠석이야기

등록 2004.08.21 10:50수정 2004.08.2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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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흥리 고구려고분 "견우직녀" 벽화
덕흥리 고구려고분 "견우직녀" 벽화
8월 22일(음력 7월 7일)은 칠석이다. 칠석은 목동 견우(牽牛)와 베짜는 공주 직녀(織女)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간직한 날로 예부터 아낙네들의 길쌈 솜씨나 청년들의 학문 공부를 위해 밤하늘에 별을 그리며 소원을 빌곤 하는 풍속이 있었다.

칠석에는 견우직녀 전설이 내려온다. 은하수의 양 끝에 살고 있는 견우성(牽牛星)과 직녀성(織女星)은 서로 사랑하던 사이였는데 옥황상제의 노여움으로 1년에 한 번 칠석 전날 밤에만 은하수를 건너 만나게 되었다. 이 때 까마귀[오(烏)]와 까치[작(鵲)]가 날개를 펴서 다리를 놓아주는데, 이 다리를 오작교(烏鵲橋)라 한다.


<매일경제> 김은정 기자의 글에 보면 칠석 전날에 비가 내리면 견우와 직녀가 타고 갈 수레를 씻는 '세차우(洗車雨)'라고 하고, 칠석 당일에 내리면 만나서 기뻐 흘린 눈물의 비라고 하며, 다음 날 새벽에 내리면 헤어짐의 슬픔 때문에 '쇄루우(灑淚雨)'가 내린다고 한다. 또 까마귀와 까치는 오작교를 만들기 위해 하늘로 올라갔기 때문에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유난히 부슬비가 내린다는 말도 전한다.

노중평 선생의 글에 보면 이러한 전설과는 달리 실제 하늘의 운행에서는 견우성과 직녀성의 거리가 가까워지지 않고 단순하게 견우성과 직녀성이 이맘때 초저녁 하늘 가운데 뜨기 때문에 잘 보이고, 7월 7일이 양수(陽數)가 겹치는 왕성한 날이기에 애절한 견우직녀 전설과 함께 어울려 늦여름의 행사로 정착된 것이라 한다.

북한의 덕흥리 고분에는 견우와 직녀벽화가 있다.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견우는 염소만한 크기의 소를 끌고 견우성을 향하여 떠나고, 직녀성이 자미원 밖에서 견우를 배웅하는 고구려시대 천문도를 의인화한 그림이다. 이 그림으로 미루어 우리는 고구려 때도 칠석날을 지냈음을 알 수 있다.

칠석의 세시풍속

이날 부인들은 장독대 위에 정화수를 떠놓거나 우물을 퍼내어 깨끗이 한 다음 시루떡을 놓고 식구들의 병 없이 오래 살 일과 집안의 평안을 칠성신에게 빌었다.


또 처녀들은 견우성와 직녀성을 바라보며 바느질을 잘하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이것을 걸교(乞巧)라 했다. 장독대 위에다 정화수를 떠놓은 다음 그 위에 고운 재를 평평하게 담은 쟁반을 놓고 다음날 재 위에 무엇이 지나간 흔적이 있으면 바느질 솜씨가 좋아진다고 믿었다.

또 칠석 때는 장마에 축축해진 옷가지와 책이 곰팡이가 설지 않도록 바람을 쐬는 거풍(擧風)이란 풍속도 있었는데 이것은 햇볕을 쐬는 포쇄(曝曬)라는 풍속과 비슷한 일로 보인다. 서당 소년과 선비들은 견우성와 직녀성을 두고 시를 짓거나 공부 잘할 것을 비는 풍속도 있었다.


시절음식으로 밀가루를 체에 쳐서 묽게 반죽한 것에 곱게 썬 호박을 넣고, 번철(燔鐵:전을 부치거나 고기 따위를 볶을 때에 쓰는 솥뚜껑처럼 생긴 무쇠 그릇)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지져서 양념장에 찍어 먹는 밀전병이 있었다. 또 미역국을 끓여 부드럽고 질게 반죽한 밀가루나 메밀가루를 떼 넣어 별미로 해먹은 밀국수도 있었다.

잉어를 재료로 음식을 만들거나 오이김치나 복숭아화채, 수박화채 등 과일 화채를 만들어 먹는다. 과일화채는 땀을 많이 흘려 부족하기 쉬운 수분의 보충과 함께 과일의 비타민을 섭취함으로써 영양을 보충해 주는 우리 조상들의 슬기로움이었다.

칠석날 우물에서 칠성신에게 제사지낼 때 쓰는 시루떡 중 붉은팥을 얹어 찐 버무리떡이 있고, 다른 부재료를 안 쓰고 흰 쌀가루만으로 찐 백설기가 있다. 백설기는 여름철 떡의 으뜸으로 맛이 부드럽고 색이 하얘서 노인과 어린이 간식으로 즐겨 먹었다.

토종 연인의 날, 칠석

지난 2월에도 어김없이 상인들이 왜곡한 밸런타인데이가 휩쓸었다. 수십만원짜리 초콜릿이 팔리는 한심한 경우가 많이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토종 연인의 날을 만들자는 노력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정월대보름, 경칩과 함께 칠석도 토종 연인의 날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칠석에 우리 선조들은 평소 마음에 담아 둔 낭군님과 낭자님께 영원히 변치 말 것을 기약하는 의미로 은행나무 씨앗 주고받았다고 한다. 내일은 사랑하는 사람끼리 만나 책이나 은행잎, 씨앗 등을 선물로 주고받으면서 사랑을 나누고, 인생을 설계하며, 칠석날의 의미를 되새기면 어떨까?


칠석요(七夕謠)

"칠월칠석 오늘밤은 은하수 오작교에
견우직녀 일년만에 서로반겨 만날세라
애야애야 애야좋네 칠석놀이 좀더좋네 / (후렴)
까치까치 까막까치 어서빨리 날라와서
은하수에 다리놓아 견우직녀 상봉시켜
일년동안 맛본설움 만단설화 하게하소 / (후렴)
닭아닭아 우지말아 네가울면 날이새고
날이새면 임은간다 이제다시 이별하면
일년삼백 육십일에 임그리워 어이살지
우지말아 우지말아 무정하게 우지말아
원수로다 원수로다 은하수가 원수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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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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