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채무자회생제도, 변제기간 8년은 너무 길다"

[토론회] 내달 23일 실시... 채무자회생제도, 개인파산자 구제할까?

등록 2004.08.25 22:01수정 2004.08.2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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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불량자가 400만명에 육박하는 장기 불황 속에서 오는 9월 23일 시행될 개인채무자회생제도가 120만명의 개인파산자들의 경제적 회생을 도울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실행위원장 이헌욱 변호사)는 지난 25일 참여연대 2층 강당에서 '개인채무자회생제도,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정현미
이날 토론회에서는 다음달 시행될 예정인 개인채무자회생제도에 대한 몇 가지 보완점이 지적됐다.

우선 개인회생절차에서 채무자가 변제 후 면책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최장 8년으로 기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발제를 맡은 김남근(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변호사는 "8년씩이나 최저생계비 이하의 가혹한 생활을 견뎌야만 면책을 받을 수 있다면 큰 규모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사업형, 보증형 채무자들 이외에는 개인회생제도의 이용을 회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법원에서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채무를 6개월에서 1년 정도 변제를 한 후 면책해 주는 일본의 사례를 봤을 때 최저생계비로 생활해야 하는 변제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것.

일각에서는 채무변제가 가능한 채무자까지 개인회생제도를 이용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남근 변호사는 “다중·과중 채무자들을 방치할 경우 이들의 활발한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오히려 이들이 노숙자로 전락하거나 신빈곤층화되면 그만큼 사회적 부담이 증가한다”며 “채무의 압박으로 심지어는 범죄, 자살, 가정 파탄 등 사회 병리적 현상까지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복환 신용회복위원회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자신의 채무에 대한 책임감을 심어 주면서, 도덕적 해이로 포기하지 않도록 조화·절충 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신용불량자의 상황에 따라 계층을 나누지 않고 대상을 뭉뚱그려서 각 계층에게 알맞은 대책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점 또한 지적됐다. 김 변호사는 “정부는 정부가 나설 필요 없는 소액 채무자들에 대해 대환, 원리금 변제기간 연장 등을 시도하도록 금융기관을 독려하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상대적으로 정부가 정말로 나서야 할 채무자들은 그냥 방치하는 왜곡된 방침을 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개인채무자회생제도란?

개인회생제도는 파산 위기에 처한 봉급생활자나 소규모 자영업자가 5년간 빚을 성실히 갚으면 나머지 빚을 탕감해 주는 제도로서 일종의 개인 법정관리라고 할 수 있다. 2002년도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통합도산법(회사정리법,파산법,화의법 등 도산3법의 통합 법률) 제정안에 포함되어 있으며 2004년 9월 중에 실시될 예정이다.

개인회생제도는 개인파산 위험이 급증하는 현실에서 파산선고로 개인이 직장에서 퇴출 당하는 등 사회적 경제적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예방조치다. 당장의 금전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채무의 상당부분을 상환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굳이 파산시키지 않고 조금씩 빚을 갚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줌으로써 채권자나 채무자 모두에게 이익을 주기 위한 제도이다.

신청 대상자는 급여소득자나 영업 소득자에 한하며 신청일로부터 10년 이내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적이 있거나 면책 받은 사실이 있으면 제외된다. 이 제도를 적용 받기 위해서 개인은 실천 가능한 변제계획을 법원에 제출하는데, 이 때 채권자가 채무자의 변제계획에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법원이 당장 파산하는 것보다 향후 수입으로 더 많은 빚을 갚을 수 있다고 판단되면 신청허가를 내주게 된다. 이후 최장 5년간 변제계획을 성실히 이행하여 빚을 갚으면 법원이 면책결정을 내주게 된다.

개인신용회복제도와 비교하자면, 소액 연체자라면 개인신용회복제도가 유리하고 부채가 수 억원 대에 달해서 모든 재산을 처분해도 도저히 빚을 갚을 길이 없는 사람이라면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것이 낫다. 또 개인회생제도를 이용하면 5년 동안 새로 생기는 소득으로 신청 당시의 재산보다 많은 금액을 성실하게 갚으면 나머지 빚을 탕감 받을 수 있다.

한편 신용회복지원제도, 배드뱅크 프로그램, 개인회생제도 등 자신의 소득 상태, 채무의 규모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제도의 가짓수가 너무 많고 제도에 따른 구비 서류도 일반 시민이 작성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는 신용회복지원위원회와 대한법률관리공단에서 부족한 인력으로 상담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따라서 현재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신용회복지원위원회가 신용불량자들에게 개인회생프로그램 등에 대한 상담과 소개를 하는 종합적인 상담기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참석자들은 의견을 모았다. 또한 법률가들이 지식이 부족한 신용불량자들의 상담과 제도의 절차를 밟도록 도와 주고, 정부에서는 이를 공익 활동으로 인정해 주고 일부 지원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식의 회생제도는 현재의 직장과 사업을 유지하면서 얻어지는 소득을 바탕으로 일정한 채무변제를 하고 나머지 채무를 면책 받아 채무자가 정상적인 경제 활동에 복귀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우리 나라의 경우는 파산자가 되면 국가 공무원이나 그에 준하는 자격이 요구되는 교사나 변호사, 회계사 등의 전문가가 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기업체의 이사나 CEO가 될 수 없어 중소기업도 운영할 수 없는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일본의 법률구조협회 홍보자료를 보면 전체 법률구조공단 건수 중 55.1%가 개인파산 사건이다. 일본의 이혼 사건이 17.1%인 것을 감안할 때 개인파산 사건이 사회에서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다. 김남근 변호사는 발제문에서 경제활동인구에 대한 신용불량자 비중이 30대가 18.3%로 가장 높게 나타나 5명 중 1명이 신용불량자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20~30대에 신용불량자로 낙인 찍혀 부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경우 앞으로 경제 활동을 지속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향후 경기 회복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고 전했다.

윤용기 전국은행연합회 상무이사는 “정부가 상당 부분 개인채무자의 원금감면을 인정할 경우 개인워크아웃제도는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며 “파산자가 2004년 1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일반채권까지 감면을 받으면 금융회사도 타격을 받아 채무자 신상 기준을 강화하면 서민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뜻을 표했다.

김정선(대한법률구조공단 구조부장) 변호사는 “우리 나라는 다른 사건보다 개인 파산 사건 신청 상황이 열악하다”며 이에 따라 홍보, 시민의 인식개선, 법원의 경직된 면책 기준의 유연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복환 신용회복위원회 사무국장은 적극적인 홍보의 필요성에 동의하며 “신용회복위원회는 상담과 더불어 신청자의 소득을 올리게 하기 위해 취업 안내 업무도 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업무가 더욱 활성화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대한법률구조공단과 신용회복위원회가 연계해 안내와 상담을 하는 전문기관으로서 역할을 하면서, 공익광고와 안내책자 발부 등 홍보에 주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사무국장은 “원금감면에 대한 비율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총 채무의 3분의 1까지 감면한다는 기준 있지만 이자가 3분의 1을 초과하는 경우는 50~60%까지 감면해 준다”면서 “평균 원금의 15~30%의 감면을 하고 시작하지만 감면 혜택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처음부터 확실한 감면 비율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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