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길도 인근의 작은 섬강제윤
세상이 싫어 백이 숙제는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뜯어먹다 죽었다
나도 아주 세상을 등지고 산으로 가고자 하나
나는 이제 산으로 갈 수가 없다
산나물이나 뜯고, 버섯이나 따고, 산 과실이나 따먹으며
산에 살고자 하나 나는 결코 산으로 갈 수가 없다
산마다 주인이 있어, 누가 뿌리지 않아도 저절로 돋아나는 나물 한 포기
버섯 하나마다 주인이 있어 나는 그것들을 뜯어먹고 살 수도 없다
이제 나에게는 먹다 죽을 고사리도 없다
나는 아주 세상을 등지고 바다로 가 살고자 했다
무인도에 들어가 해초나 뜯으며 살다 가고자 했다
하지만 나는 결코 바다로 갈 수가 없다
무인도에 들어가 살수도 없다
무인도에도 주인이 있어, 바다에도 주인이 있어 저절로 갯바위에 붙어 자라는
미역이나 다시마, 톳에도 주인이 있어, 나는 그것들을 따먹고 살수도 없다
나는 무인도의 미역을 뜯어먹으려다 그것을 독점해 이득을 챙기는 자들에게 쫓겨났다
나는 무인도의 톳을 뜯어 목숨을 연명하려다 섬 밖으로 내팽개쳐졌다
나는 무인도에서 목숨을 이어갈 수가 없다
이제 우리는 다시 무인도로 갈 수 없다
우리는 결코 무인도에 갈 수가 없다
진실로 이 땅에는 숨어 살 곳이 없다
진실로 이 땅에는 돌아 갈 곳이 없다
돈이 싫어 가난하게 살고자 하나 돈 없이는 가난하게 살 자유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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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섬 활동가입니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당신에게 섬><섬을 걷다><전라도 섬맛기행><바다의 황금시대 파시>저자입니다. 섬연구소 홈페이지. https://cafe.naver.com/isla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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