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와 지구가 함께 건강해지는 법

사카시타 사카에의 <얘야, 생태가 웰빙이란다- 의사할머니의 생태육아 편지>

등록 2004.08.27 13:41수정 2004.08.2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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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야, 생태가 웰빙이란다> 표지
<얘야, 생태가 웰빙이란다> 표지이매진
어느 엄마든 '내 아이에겐 특별한 것만 주고 싶다, 좋은 것만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물며 요즘 같은 - 해롭지 않은 게 별로 없는 - 무서운 세상에 아이를 낳고 길러야 하는 엄마들에게는 아이를 건강하게 잘 키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며칠 전 아침 TV 생활 프로그램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사람들은 환경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하면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나아질 줄로 알지만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이런 저런 노력을 다 기울여도 상황은 더 나빠지지 않을 뿐이다. 환경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지금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가 두 명 중 한 명이라 할 때, 다음에 태어나는 아이들에게는 아토피가 더 많이 나타날 것이다."

요즘 생활 전반에 걸쳐 웰빙 운운하며 잘 살기를 고민한다(이 책 제목도 그렇지만 '웰빙'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단어와 조합 가능한 이 시대의 키워드다). 그러나 아직은 주로 내 아이, 내 가족에만 한정짓는 'well(잘)-being(살기)'이다. 사회나 국가, 지구 차원의 더 큰 '건강'을 고민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개체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어찌 보면 '환경과 다음 세대'라는 코드도 진부하게 여겨질 정도로 당연한 것인데 너무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웰빙을 생각한 것이 아닐까. 한번쯤은 더 크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개인의 건강에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그것은 고급스럽게 포장한 '보신'과 마찬가지다. 이 책의 원제는 '21세기 아이들과 지구를 위해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말 그대로 내 아이도 건강하게 키우면서 지구의 생태와 환경도 지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일러준다.

아침에 일어나서 양치질을 하고 샴푸와 린스로 머리를 감고, 세제로 닦은 그릇으로 아침 식사를 끝내고(혹은 편의점에서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기도 한다), 학교 혹은 직장에서는 탄산음료를 마시고(사실 아무 것도 첨가하지 않은 생과일주스가 아닌 한에야 정제된 과일주스도 해롭긴 마찬가지라는 얘기도 있다), 조미료를 비롯해 화학물질을 듬뿍 넣은 점심을 먹는다.


오후가 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다. 담배 피고, 커피 마시고, 또 바깥에서 저녁을 먹거나 혹은 저녁을 먹고 술을 한 잔 할 수도 있겠다. 집에 들어가면 또 바디클렌저로 목욕을 하고 합성세제로 빨래를 한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여자들이라면 매일 화장을 하고, 가끔은 파마나 염색도 할 것이다.

생각해보면 모두가 위험 요소다. 환경에만 해로운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도 해롭고, 아이에게도 해롭다. 태아는 이런 위험요소에 노출되어도 스스로 방어할 능력이 없고, 이때 받은 영향이 평생 지속하기 때문에 임신부라면 이런 일상적인 일들도 조심해야 한다.


뭐가 이렇게 무시무시하냐고. 도대체 어떻게 살라는 얘기냐고 할 수도 있겠다. 책을 보면 알겠지만 별로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비싼 무엇을 사라, 특별한 무엇을 먹어라, 당장 내일부터 어떤 것을 하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웰빙 바람을 타고 과일을 수입해 먹고, 유기농 농산물이 아니면 안 먹고, 아로마 향초를 켜고, 요가 학원을 다녀와서, 목욕 소금을 넣고 반신욕(외에도 웰빙과 관련된 사치가 얼마나 많은가?)….

돈이 있어야만 웰빙이 가능한가. 잘 먹고 잘 쓰는 것이 웰빙은 아닐진대 사실 우리나라에서 웰빙은 돈이 있어야만 가능하게 되어 있다. 한켠에서 이런 웰빙에 대한 반성도 있지만 이제는 소비로서의 웰빙이 고착된 듯하다.

이런 웰빙이라면 누구나 'well(잘)-being(살기)'을 실천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이건 불공평하다. 돈이 없으니 유전자 변형 콩으로 만든 두부를 먹고 어떤 해가 있는지도 모르는 채 인체 실험 대상이 되고, 돈이 많으니 유기농 콩으로 만든 두부를 먹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하면 왠지 서글퍼진다.

<얘야, 생태가 웰빙이란다>는 의사인 친정엄마가 임신한 딸에게 편지로 일러주는 생태육아법으로, 생활 속의 실천법을 담고 있다. 합성세제 연구의 일인자답게 자신의 실험 결과들을 실었다. 그러나 생물 시간에나 나올 법한 실험들이 전혀 어렵지 않다. 딸에게 얘기하듯 찬찬히, 그리고 쉽게 풀어썼기 때문이다.

합성세제가 해롭다, 플라스틱이 해롭다, 조미료가 해롭다는 얘기를 처음 듣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책에서 말하는 사실에 새삼 놀라는 이유는 그 증거가 너무 명백하기 때문이고, 우리의 일상에 포함된 거의 모든 것이 위험하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다고 나의 생활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리 어렵지 않은 생태적인 실천이 나와 내 가족, 지구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더 바람직한 '웰빙'이라는 것.

<얘야, 생태가 웰빙이란다> [본문 중에서]

1.

치아와 뼈에 중요한 칼슘과 관련해 염두에 두어야 할 사실이 있다. 너희와 비슷한 세대인 젊은 엄마들 사이에는 우유가 영양소를 균형 있게 포함한 이상적인 식품이라는 사고가 정착되어 있는 것 같다. 달걀도 마찬가지지.

물론 그런 주장은 나름대로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우유나 달걀만 계속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아무리 여러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해도 그것만 먹으면 반드시 부족한 영양소가 생기고, 또한 일부 영양소가 과다 섭취되어 폐해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지.

더욱이 두 식품은 알레르기와 관련 있지 않나 하고 의심받고 있단다. 최근에는 태어난 직후부터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가 늘고 있는데 산모가 임신 중에 우유와 달걀을 많이 먹은 영향이 아닐까 싶다. 알고 있겠지만 우유, 달걀, 콩이 바로 3대 알레르기 원인이란다.

입덧 때문에 식욕이 없다거나 배가 너무 불러 요리하는 것이 귀찮아 간편하게 영양을 섭취한다고 우유만 마시면 아이가 알레르기 체질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게다가 고온 살균된 우유는 단백질이나 칼슘이 섭취되기 어려운 형태로 변질되기 때문에 알레르기를 일으킬 가능성이 더욱 높단다.

또한 소의 사료에는 농약이 듬뿍 사용되고 있고, 인공 여성호르몬도 많이 투여돼 우유에 잔류한다. 그렇게 보면 우유는 완전식품이기 전에 인공화학물질이 농축된 음식이지. 옛날에는 분자가 큰 단백질이 알레르기원(allergen, 알레르겐)이라고 했지만 최근에는 인공화학물질이 알레르기의 원인이라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뱃속의 아이를 튼튼하게 만든다고 비타민C나 칼슘을 정제로 섭취하면 안 된다. 이러한 정제는 대부분 하나의 원료에서 몇 번이고 추출조작을 해서 만들지. 하나의 원료 = 단품이란, 체내의 조화로운 영양을 파괴하기 쉬운 성질이라는 의미다.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여러 가지 음식물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2.

수탉에게 묽게 탄 합성세제를 먹인 실험을 했다. 부엌용 세제(LAS계) 계면활성제의 농도를 100에서 1500ppm으로 희석한 수용액을 최장 22주 동안 먹였다. 대조군으로 한 쪽 수탉에는 보통 물을 먹였다. 전 미에 대학 교수인 호시노 사다오(星野貞夫)씨와의 공동 연구로 직접 시험관에서 채취해 전자현미경으로 검사했다. 그 결과 물을 먹인 대조군의 닭에서는 새하얀 정액이 채취되었다.

닭은 한 번의 정액에 22∼23억 마리의 정자를 배출하는 데 새하얗다는 것은 정자가 가득하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희석한 세제를 먹인 닭은 16마리 중 4마리에서만 정액을 채취할 수 있었는데 그나마 두 마리는 정자가 거의 없어 투명에 가까운 상태였고, 두 마리는 조금 묽은 정액이었다. 그 농도가 너무 묽어 전자현미경 사진에 비추지도 못할 정도였다.

3.

대부분의 석유화학물질은 물에는 잘 녹지 않고, 유지에 녹는다. 따라서 농약을 액체로 만들 때는 합성세제를 넣어 유화해서 수용액으로 만든다. 이것말고도 화장품, 약(특히 바르는 약) 등 같은 방법(유화작용)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많단다. 이러한 물질은 우리 몸에 어떠한 영향을 줄까.

전에도 말했듯이 세포막은 지방막이란다. 피부에서 가장 바깥 층(표피)도 스스로 분비한 지방막(피지막)으로 둘러싸여 있지. 이 지방은 겉도는 성질이 있어서 외부 물질을 쉽게 통과시키지 않는 생체 방어장치로 구축되어 있단다. 그러나 지용성 물질은 세포막 지방에 섞여 본래 물질을 받아들이는 경로(입과 귀)가 아닌 경로로 침투할 수 있다.

비타민A나 비타민D가 그렇게 통과하는데, 여기에 인공화학물질도 더할 수 있겠구나. 수치적으로는 매우 미량이지만 정상 경로 이외로 몸 안에 들어오면 문제의 원인이 된단다. 이렇게 들어온 물질은 지방이 많은 곳에 계속 축적되지. 화학물질이 아니고 몸에 좋은 물질이라도 너무 많이 섭취해서 쌓이면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모유 역시 그렇다. 모유는 지방이 많은 물질이므로 화학물질을 잘 받아들이고, 그것이 그대로 축적되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엄마는 모유부정론자는 아니란다. 어차피 환경의 영향이라면 소도 마찬가지이기도 하거니와 면역력 면에서도 모유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얘야, 생태가 웰빙이란다 - 의사 할머니의 생태육아 편지

사카시타 사카에 지음, 연주미 옮김,
이매진,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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