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속에 저 바람 속에>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우리 현대사를 가로지르는 아픔과 성찰을 동시에 보여주는 책이다.
우리 현대사는 아픔이 있어도 그 아픔의 근원을 밝히고 고쳐나가는 데 너무나 인색했다. 아니 차라리 그 아픔을 돌아보고 성찰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이 두 권의 책은 우리 현대사를 차분하게 혹은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현대판 고전이라 할 수 있겠다. 얼핏 보기에는 공통점이 전혀 없어 보이는 것 같지만, 실상 그 내용을 꼼꼼히 읽고 따져보면 곧 우리의 일그러지고 억눌린 현대사를 떠올려 보게 한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의 저자는 대중에게 익히 알려져 있는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씨다. 저자가 20대에서 30대를 넘어가는 50, 60년대를 치밀하게 살펴보고, 우리 입장을 냉철한 이성으로 하나하나 밝히고 있다. 그 내용이 마치 거울을 보듯이 우리의 원색적인 모습이 너무나 드러나 보여서 부끄러움, 어색함, 그리고 초라함까지 느끼게 된다.
50, 60년대 우리 모습을 객관적으로 그렸다고 하지만, 이 책이 갖는 가장 큰 강점은 그 내용이 기실 아직도 우리에게 유효하다는 데 있다.
근 5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하드웨어적인 면은 많이 변했지만 소프트웨어적인 면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 저자의 혜안이 돋보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저자가 우리 현대사의 마지막 질곡기였던 70, 80년대를 감옥에서 보내면서 현실과 단절된 삶의 아픔을 서간체 형식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신영복이라는 이름 석자를 널리 알리게 되었고, 일반 대중들도 그의 책과 언행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데올로기의 사슬에 얽매여 20년이라는, 그것도 인생에서 가장 피끓는 젊은 시기를 온전히 감옥에서 보낸 작가의 애끓는 심정을 그의 가족들에게 진솔하게 적고 있는 한편 한편의 편지들은 삶에 대한 경건함과 숙연함마저 가지게 만든다. 삶에 대한 진지한 고뇌와 화려한 수사가 너무나 잘 결합된 현대판 글쓰기의 전범을 보여주는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권의 책은 출판 시기, 저자의 경력, 그리고 논의의 초점에서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그러나 두 책의 심층에는 우리 현대사의 질곡과 아픔이 공통으로 내재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질곡과 아픔이 있기에 그것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힘 또한 여기에 동시에 내재하고 있다.
여기에 이 두 책이 가지는 미덕이 있다. 아픔이 아픔으로 끝나지 않고, 그 아픔을 토대로 그 아픔을 승화시켜 나가고, 나아가서는 그 아픔에 상반되는 새롭고 역동적인 삶의 에너지를 창조하고 있는 것.
벌써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이 가을이 더 깊어 가기 전에 이 두 권의 책으로 올 가을을 충족하게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이어령 지음,
문학사상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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