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 지나고 40년이 지나도 같은 느낌을 주는 책

이어령의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저 물레에서 운명의 실이>

등록 2004.10.27 00:22수정 2004.10.2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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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을 두고 읽는 책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한때 책은 손에 잡히기만 하면 밤새워 읽은 적도 있었지만 요즘은 읽은 책을 어떻게 생활로 끌어들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고르기 때문에 많은 책을 읽기 보다는 남이 권하는 책을 많이 읽게 되었다.


이런 탓으로 전집보다는 단행본을 그때그때 사보기를 좋아하고 읽은 책은 장서로 보관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읽도록 줘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 중에도 30년 이상을 옆에 두고 틈틈이 읽는 단행본이 있는데 그것은 이어령씨가 약관29세 때 썼다는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이것이 한국이다)' 이다.

최근 발행된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표지
최근 발행된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표지김훈욱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고등학생 시절이었는데,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마법에 빠져 들듯 이 책에 빠져들어 선생님께 혼이 나면서도 수업시간에 몰래 읽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읽으면서 내내 느낀 것이었지만 복잡한 문제를 이렇게 쉽게 설명할 수도 있구나 하는 그 때의 벅찬 감동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는 듯하다.

여성이 여성의 이해를 위해 읽어도 좋을 <저 물레에서 운명의 실이>

'지금까지 남성과 여성의 관계는 어느 쪽이 어느 한쪽의 올라서느냐의 그 상하의 수직관계에서만 고찰되어왔다. 모두가 낡은 생각이다. 참으로 새로운 것은 지배하고 지배당하는 세계가 아니라 양성의 조화와 상호보완의 그 수평적 측면에서 협화를 찾는데 있다.


여성이 돌리는 저 물레에서 지금 또 하나의 다른 운명의 실이 풀려 나오고 있다.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 가는데 있어서 여성들은 남성의 방해자가 되느냐 동등한 협력자가 되느냐의 두 가지 다른 베틀 앞에서 지금 그 운명의 실을 뽑아내고 있다.'
-이어령의 '저 물레에서 운명의 실이(이것이 여성이다)' 서문

'이것이 여성이다'란 제목으로 발행된 '저 물레에서 운명의 실이'의 표지
'이것이 여성이다'란 제목으로 발행된 '저 물레에서 운명의 실이'의 표지김훈욱
이후 세월이 한참 지난 80년대 말경 또 다른 감동을 담은 같은 작가의 책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 책이 '저 물레에서 운명의 실이' 이었다.
이 책은 앞에 언급된 책만큼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진 것 같지는 않으나 개인적으로는 앞의 책보다 더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그 때는 이미 사회에 진출한 상태라 감성이 많이 무디어진 상태였으나 종류는 달랐으나 고등학생 시절에 느꼈던 감동을 능가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으니 말이다.

당시는 여자사원들이 많이 일하는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 친구들은 꽃밭에서 논다고 부러워하기도 했으나 봉건적인 가정에서 자란 탓으로 여성의 섬세한 감정을 전연 이해하지 못했던 나는 여자사원들과 일하며 생기는 작은 일들을 조절하는 하는 것이 너무나 힘든 시기였다.

예를 들면 일을 잘 한다고 한쪽을 칭찬하면 저쪽에서 불평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라도 있어 젊은 혈기에 성이라도 내는 날에는 전연 상상하지 못했던 후유증을 만나 오랫동안 고심해야했던 그런 시기에 이 책을 접하게 된 터라 개인의 느낌 또한 절박함이 많이 가미되어 있었을 것이다.

보통 이런 종류의 책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적인 용어가 많아 흥미가 떨어지거나 한쪽으로 편향되기 쉬운데, 이 책은 어려운 용어는 쉽게 설명하고 무심코 지나치는 작은 일들을 세밀하게 분석하여 의미를 설명했기 때문에 전연 부담감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최근 발행된 '저 물레에서 운명의 실이' 표지
최근 발행된 '저 물레에서 운명의 실이' 표지김훈욱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언급된 내용들을 토대로 서로 토론하며 슬기롭게 문제를 풀어 나가려는 노력을 하게 되면서 많은 갈등이 자연스레 해소된다는 느낀 이후 이 책 또한 옆에 두게 되었다.

이 책 또한 중간에 '이것이 여성이다'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적이 있었으나 낡아 헤어지면 새로 발간된 책을 사면서 지금도 가끔 읽고 있다.

이 책들의 특징

현대는 정보화 사회이기 때문에 쉼 없이 새로운 정보가 생산되는 반면 낡은 정보는 재활용의 기회도 없이 순식간에 소멸되어 버리고 있다. 사실 유용하다 싶은 지나간 정보를 모아두어도 워낙 새로운 정보가 많다 보니 유용하게 사용한 기억이 없는데, 위의 책을 읽으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새로움을 주기 때문에 전연 세월의 차이를 느낄 수 없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 특징은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책들은 보통 내용이 무겁고 작자는 의도적이다 싶게 어려운 말들을 골라 쓴 것처럼 어렵지만 여기서는 아주 어려운 문제를 쉬운 말과 논리로 완벽하게 재구성하고 있어 논리에 의문을 가질 여유조차 느끼지 못하고 압도당하고 만다.

또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동서고금의 많은 사례들이 인용되는 관계로 책을 한 번 읽고 나면 한 분야의 전문가라도 된 듯 머릿속이 뿌듯해진 느낌이 들게 되었다.

남성들뿐만 아니라 여성들도 읽어 보면 좋을 책

여기에서 두 권의 책을 언급한 것은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를 통해서 한국인과 우리의 문화를 이해하게 되었다면 '저 물레에서 운명의 실이'를 통해서는 여성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는 기초지식을 심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로 남자들 뿐 아니라 여성분들 특히 여성운동 하시는 분들도 읽어 보시면 합리적인 남·여 관계 정립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으로 인상 깊은 한 구절을 인용하며 정리를 하려고 한다.

'몇 십년 전이라도 좋다. 한국의 어머니들을 한번 생각해 보라.그 어머니들에게 무슨 재미와 무슨 권한이 있었겠는가? 권한이 있었다면 아이에게 젖을 먹일 권한 밖에는 없었다. 눈물도 마음 놓고 흘릴 수 없었던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뒤울안 장독대로 간다. 끌어안고 울 수 있는 상대란 오직 자식 밖에 누가 있었겠는가?

요즈음은 아무리 가난하고 불행한 주부라도 옛날 어머니들이 코 흘리는 아이들을 안고 넋두리를 할 그런 시각에 영화를 감상하고 여성잡지의 원색화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현대의 어머니들은 장독대에 가서 울지 않는다. 아니 울고 싶어도 이젠 옛날의 장독대 같은 것을 이 도시에서는 찾아보기도 힘들다. 현대의 어머니들은 쓰라린 시집살이의 고통을 모르니 친정의 맛 또한 모른다. 외가집이 아니라도 아이들은 나들이 갈 곳이 많은 것이다.(이어령의 저 물레에서 운명의 실이 217페이지 요약)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이어령 지음,
문학사상사, 2008


저 물레에서 운명의 실이

이어령 지음,
문학사상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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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이었으며, 아름다운 자연과 일반 관광으로 찾기 힘든 관광지, 현지의 풍습과 전통문화 등 여행에 관한 정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생활정보와 현지에서의 사업과 인.허가에 관한 상세 정보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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