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지리산 뱀사골 계곡의 피서객들박도
그런데 지금은 그런 사람이 거의 없다. 산골을 찾아가면서도 가게에서 샘물을 사가는 풍경이다.
지난 여름 한창 피서객들이 붐빌 때였다. 한 텔레비전 보도에 따르면, 어느 계곡에서 야영 생활을 한 피서객들이 상류에서 제대로 정화하지 않고 방류한 뒷간물을 마셨다고 소동이 났다. 안방에서 그 장면을 본 사람조차도 구역질이 났다. 사람들이 모르고 마셔서 그렇지 이런 일들이 그때 그 계곡에서만 일어났겠는가.
심산유곡을 찾아도 사람들이 그곳을 수영장으로 착각하여 맑은 물을 오염시키고 있다. 자기가 더럽힌 물이 다시 자기 입으로 들어오는지도 모르고 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나만은 아니라고 항변할 게다. 사실은 문명을 누리는 현대인치고 환경을 더럽히는 주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말이다.
요즘에는 산골 마을에 울긋불긋한 양옥집이나 페인트 냄새가 덕지덕지한 조립식 주택, 펜션 등 그림 같은 집들을 숱하게 볼 수 있다. 농촌주택 개량 사업으로 날로 달로 번듯한 집들이 지어지고 있다.
재래식 뒷간은 하나 같이 수세식으로, 온돌 아궁이 대신 기름 보일러나 심야 전기 보일러로 바뀌고 있다. 집집마다 뒷간에 똥오줌을 한 방울이라도 더 모아서 논밭의 거름으로 쓰기는커녕 용변을 보고는 곧장 물로 씻어 하수도로 흘려 보내고 있다. 가축의 분뇨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더럽힌 오수나 분뇨들이 정화조를 거쳐 하수도로 흘러간다고 하지만 어디 샘물처럼 맑을 수야 있겠는가. 그런데 세상의 이치란 우리가 편하게 누린 만큼, 즐긴 만큼 문명 생활의 역작용은 다시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온다는 사실이다.
초등학교 다닐 때 사회 시간에 선생님께서 중동이나 유럽 나라에는 물 값이 석유 값보다 더 비싸다고 가르칠 때 곧이 곧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이 이미 그렇게 돼 버렸다.